대도시에 거주하는 청년층 사이에서 내집 마련을 목표로 삼는 대신 임대를 주거 대안으로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근로소득보다 큰 폭으로 치솟는 집값에 주택 구입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고 인사이드비나지가 9일 보도했다.
베트남부동산중개인협회(VARs)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하노이와 호찌민, 다낭(Da Nang) 주요도시 거주자 중 35세미만 청년의 60%이상이 월세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대체로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임대는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유연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실용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온라인 부동산매매플랫폼 밧동산닷컴(Batdongsan) 또한 이와 유사한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임대 수요는 전년대비 22% 증가했는데 특히 25~34세 청년층의 임대 수요가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월수입이 2100만~4000만동(807~1538달러)에 속해 고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집단에서도 42%가 집을 구매하기 보다는 빌리는 쪽을 선호했다.
청년층의 주거 수요가 자가에서 임대로 옮겨가고 있는 배경으로는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소득 증가율을 압도하고 있는 현실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VARs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대도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하노이 72%, 호치민 50%, 다낭 34% 등으로 분석됐다. 같은기간 평균소득은 매월 680만~890만동(261~342달러)으로 증가율은 연 6~10% 범위에 그쳤다.
주택 구매를 위해 15억~20억동을 대출할 경우, 원리금으로 매월 2500만~6000만동(961~2306달러)을 지출해야하는데 이는 월세의 5~10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이 비현실적인 주택 구매 대신 월세를 대안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밧동산닷컴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1인당GDP(월 950만동, 365달러)을 기준으로 25~40세 연령대 청년층이 약 30억동(11만5326달러) 상당 60㎡형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26년간(연금리 4.5% 가정) 한푼도 쓰지않고 저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임차인의 41% 이상은 주택을 구매할 재정적 여력이 없으며, 주택 대출로 인한 과도한 부담을 꺼리고 있었다.
응웬 반 딘(Nguyen Van Dinh) VARs 회장은 “15~25년의 장기대출은 결국 절제된 소비와 변동금리에 따른 부담을 의미한다”며 청년들이 대출을 꺼리는 배경을 설명했다. 응웬 꾸옥 안(Nguyen Quoc Anh) 밧동산닷컴 부대표도 “전체 임차인의 28%는 생활적인 부분과 유연한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월세를 선호한다”고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이미 재정 능력을 크게 초과해 상승한 상황에서 청년들 사이에서는 내집 마련보다는 유연한 생활환경과 재정 유동성을 더욱 중시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호찌민시에서 은행원으로 근무중인 30대 황 꾸언(Hoang Quan)씨는 현지매체 VN익스프레스에 “월 평균소득은 2450만동(942달러)으로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생활비를 감안할 때 집을 사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라며 “눈높이를 낮춰도 외곽 주택이 30억동 이상을 호가하는 상황에서 20억동(7만6884달러) 이상을 대출할 경우 월급의 60%를 장기간 원리금 상환에 써야하는데 과도한 빚에 쫓겨 사느니, 차라리 월세로 살며 은퇴이후 노후대비에 집중하겠다”고 털어놨다.
주택 구매 수요가 임대로 이동하며 시간이 갈수록 임대시장의 잠재력이 커져가고 있으나, 임대시장이 이러한 수요를 흡수할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는 또다른 문제다.
VARs는 “현재 대부분 임대주택은 개인이 소유·관리하는 것으로 선진국에서 널리 운영중인 ‘임대전용건물’(Build-to-Rent) 모델이 베트남에서는 일반화되지 않아 전문 임대사업자 중심의 공급체계가 부재한 상태”라며 “임대차계약이 대부분 6~12개월 단기계약으로 임대료 인상폭 제한 등 세입자 보호정책도 없는 상황이라 임대를 장기적• 안정적 주거대안으로 삼기에는 불안정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VARs와 호찌민시부동산협회(HoREA)는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를 위한 금융지원 ▲임대료 인상 상한제 도입 ▲장기 임대계약 장려 ▲임차인 권리 보호 법제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사이드비나 202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