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독의 심리학 –
우리는 크고 작은 중독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매년 1월에 세운 체중 감량 목표를, 마치 지구와 달의 거리만큼, 도달할 수 없는 꿈의 숫자로 만들어 버리는 음식 중독은 가장 흔한 중독의 하나입니다. 과체중이나 비만은 단순히 용모상의 문제 뿐만 아니라 흔히 말하는 3고(고지혈증, 고혈압, 고혈당)의 원인이 되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야기합니다. 그런걸 다 알면서도, 먹고 나서 후회하면서도 치킨, 피자, 삼겹살, 크림빵, 콜라를 배가 부르도록 먹고 행복감을 얻습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적당한 음주는 삶의 활력소가 되거나 사람과 사람사이를 가깝게 해주는 윤활유가 됩니다. 하지만 술을 먹어야만 남들과 대화가 된다든지, 술없이는 잠이 들지 못한다든지, 술을 먹고 폭력적인 성격으로 변해 잦은 실수를 한다면 알콜 의존증이나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알콜중독은 건강 문제는 물론 사회생활에 문제를 야기합니다.
뭔가 답답할때, 한숨 쉬고 싶어질때, 긴장감을 누그러 뜨리고 싶을때, 무언가를 달성한 후에, 그리고 누군가와 편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을때 도움이 되는 담배지만 끊자고 마음 먹은 후에 끊기가 쉽지 않습니다. 몇 달을 참았다가도 술자리에서 손을 댄 ‘한대’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합니다.
카지노에서 ‘초심자의 행운’은 재앙입니다. 몇 분만에 한달을 열심히 일해야 손에 들어올 돈을 손쉽게 따버리면 갑자기 모든 진지한 경제활동이 시시해집니다. 돈을 계속 잃어도, 멈추는 순간 ‘손실’로 인식되는 도박장의 회계원리와 한번에 복구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돈이 정말로 다 떨어질때까지 계속 나아갑니다.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지옥으로 몰고 가는 도박 중독입니다.
스탠퍼드 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 중독의학 교수이자 스탠퍼드 중독치료센터 소장인 ‘애나 램키’ 교수는 현대 미국 사회에 만연한 중독 현상에 대해 실제 자신이 치료한 환자들의 사례와 함께 소개합니다. 그러면서 개인이 특정한 중독에 빠지게 되는 원인 및 과정 그리고 치유를 위해 어떤 접근과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얼핏보면 일반적이거나 지루한 내용이 될법한 책인데, 직접 읽어보면 왜 이 책이 2021년 출판시(미국 기준) 뉴욕 타임즈, 아마존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르고, 오프라 윈프리 추천 도서가 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먼저, 같은 주제를 다룬 기존의 책들이 중독 현상을 개인의 의지 부족 및 도덕성 결여 문제로 접근한데 반해, 이 책은 ‘도파민 분비를 통한 쾌락 추구’ 라는 생리학적 접근을 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이 겪은 중독 문제와 치유과정을 고백하고, 자신이 어머니와 겪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를 공유하면서 현재의 자신이 직접 경험한 정신과 치료 방법의 현실과 한계를 이야기합니다. 본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본인의 환자의 사례만을 얘기했다면 이책이 가진 울림은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자는 중독 행동을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는 행동’으로 정의하여, 중독 현상이 고통을 피하고 행복을 찾고자 하는 기본적인 동기에서 나온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도파민이 나오게 하는 행동, 즉 기름지고 달콤한 고칼로리 음식 먹기, 담배피기, 술마시기, 카지노 방문, 약물사용은 뇌에서 행복할 때 분비되는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켜 화학적으로 행복감을 준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지나친 도파민 분비는 뇌의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려서, 같은 양의 행복을 느끼기 위해 더 많은 중독물질을 필요로 하고, 나아가서 그것이 없이는 고통을 느끼게 되는 금단 현상까지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후회(경제적 문제, 사회생활 어려움, 건강 악화, 가족 관계 악화)를 하면서도 그 충동을 끊지 못하는 무언가에 빠져 있는 분들은 이 글을 읽으며 ‘도대체 내가 왜 이러나?’라는 질문에 이성적인 이해를 하실 수 있을것 같습니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자는 자기가 어떤 중독물질에 왜 빠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심리적 원인을 솔직하게 받아들일것을 권합니다. 누구 때문에라는 핑계가 아니라, 본인이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외로움, 두려움, 회피대상, 잃은 것과 갖고 싶은것에 대한 솔직한 인정이 치유의 첫걸음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방법론적으로 ‘최소 한달간의 자기구속’, ‘마음 챙김’, ‘모임 참석(단주, 금연, 절식 등)’, ‘적절한 처방약’ 등 정신과 의사로서 본인이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검증된 치료법을 제안합니다.
누구나 어떠한 형태든지 중독에 빠질수 있고, 중독의 생화학적 메카니즘 때문에 단순한 결심만으로 중독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음을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다만, 미국사회의 현실로 보이는 다양한 약물 중독의 사례가 나오는데 아직 대한민국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고, 미국 밖에 사는 독자들에게 약물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낮추게 하는 문제가 있는 책이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책을 읽으면서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책에는 중독을 벗어나려다가 다른 중독에 빠져 버리는 사례도 많이 나옵니다. 금연에 성공한후에 체중이 급격히 느는 경우, 위밴드 시술후 체중을 줄인후에 알콜중독에 빠지게 되는 사례 등이 있는데, 본질적인 심리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겉핥기식 치료방법의 한계를 알려줍니다.
중독의 본질은 그게 잘못된 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게 나에게 신체적, 사회적인, 가정적 문제를 가져올걸 알면서도 그 당장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못한다는데 있습니다. ‘술을 안마시면 무슨 낙으로 사나’, ‘술은 끊어도 담배는 못 끊겠다’, ‘즐겁게 먹으면 살도 안찐데’, ‘딱 한판만 더 하자’. 우리는 오늘도 이렇게 자신과 남을 속이며 중독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인생의 어느날 어쩔수 없이 강제로 끊어야 되는 날이 오기 전에 자신의 중독 현상을 정면으로 마주봐야 합니다. 가만히 자신을 돌아보면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낙’이 될만한 일은 많이 있습니다. 자신의 어떤 나쁜 습관과 ‘이제는’ 헤어지고 싶은 분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장연 –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