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력 보안 상태 점검 –
요즘 식당에 가면 4인 가족이 하나의 테이블에서 각자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빠는 핸드폰으로 카카오톡 문자 답변하고 있고, 엄마는 식당 사진찍어 인스타그램 올리고 있고, 아들은 타블렛으로 게임하고 있고, 딸은 스냅챗 하며 핸드폰 사진기를 향해 이런 저런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관리자에게 하루 50~100통의 이메일은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사무실 책상에서만 이메일을 확인하고 답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알림 설정은 기본이고, 수시로 메일함에 들어가서 시간당 5~10통의 메일을 처리해야 ‘업무 로드’를 피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점심 시간에 각자가 이메일 확인하고, 사내 메신져나 카톡을 확인하는 일이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커피를 마시는 중에도 서로 SNS를 확인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상대가 오랫동안 SNS에 답변하고 있어도 크게 문제가 아닌것이, 나도 그시간에 확인할 SNS가 충분히 많으므로 크게 실례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제는 자연스러워진 풍경이지만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우리는 SNS(Social Network Service: 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사회(?)와 연결되는 대신 눈앞에 있는 관계를 잃어버리는 대가를 치루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뉴욕타임즈 ‘ ‘인디펜던트’에서 글을 쓰고, 뉴욕타임즈 베스트 셀러 작가 출신인 이책의 저자 요한 하리는, 현대인들에게 닥친 이런 문제들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문제의식을 갖고 이 책을 썼습니다. 그는 현대인들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의해 ‘집중력’을 도둑맞았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실수로 집중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의도를 가진 누군가에 의해 도둑 맞았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집중력은 3가지 층과 역할을 갖고 있습니다. 집중력의 첫번째 층은 스포트 라이트(조명) 처럼 초점을 한곳으로 모아 즉각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집중력의 두번째 층은 스타 라이트(별빛)처럼 장기적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해줍니다. 옛날 낙타를 타고 사막을 여행하던 상인들이나, 캄캄한 밤 바다 한가운데를 지나던 뱃사람들에게 별빛이 방향을 알려줬듯이, 집중력의 두번째 층은 우리가 인생에서 길을 잃지 않게 도와줍니다. 집중력의 3번째 층은 데이라이트(햇빛) 처럼 자기 자신과 주변 상황을 볼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집중력을 갖고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집중력을 잃은 우리들은 대신 ‘산만함’을 얻었다고 저자는 얘기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건들을 실시간적으로 확인하고, 카톡 같은 메신져 서비스에서 오는 즉각적인 답변, 내가 올린 사진과 글에 달리는 ‘좋아요’와 하트 ( ♥ )의 개수, 친구와 Follower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에서 오는 기쁨을 얻은 대신 우리는 바로 앞에 있는 사람들과 깊게 대화하는 능력,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 깊게 잠을 잘 수 있는 능력,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고 새로운 영감을 얻는 능력을 잃고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런 현상은 어떤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광고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사람들을 화면 앞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알고리즘을 만드는 페이스북, 구글, 인스타그램 같은 테크 기업들과 그들을 방임하는 정부 정책에 있음을 독자들에게 열정적으로 알려줍니다. 이 집중력 도둑들을 대상으로 ‘사회운동’도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이것이 단순히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 주장이 아니라 구글 엔지니어, 스웨덴 대학 교수, ‘몰입’의 저자 칙센트 미하이 교수 등 사회 일선에서 성취를 거둔 전문가들과 나눈 인터뷰를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50개 이상의 과학 논문을 이용했다고 하며 과학적 논란을 대비하고 있는 저자에게서 편집증적인 성실함을 느낄 정도입니다.
사회적 차원의 ‘집중력 되찾기 캠페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번아웃 상황에서 오는 집중력 상실 상태, 산만함으로 인해 떨어진 업무 및 인생 효율성, 장기적 목표 상실에서 오는 불안감과 무기력함을 성찰 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인생에서 시간은 항상 부족합니다. 학생 때는 주어진 시간보다 공부할 과목이 많고, 회사에서는 주어진 시간보다 해야 할 일이 많고, 인생에서는 주어진 시간보다 만나야할 사람이 더 많고, 책장에는 주어진 시간보다 읽어야할 책이 더 많습니다. 평소에 공부를 열심히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시험을 치면 결과가 좋았던, 그래서 부러웠던 친구가 한 두명은 기억이 날겁니다. 머리도 좋았겠지만, 그런 친구들의 비결은 집중력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독서실에서 밤새 공부하지 않아도, 수업시간과 시험기간에 집중해서 공부하여 성과를 내고, 그 외 시간에는 하고 싶은 일 하고 산거죠.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끌고가는 삶을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 집중력입니다. 본인의 집중력 상태를 점검해 보고 싶은 분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장연 –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