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olumn – 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 폴러스)

– 어른들을 위한 동화 –

우리는 경쟁을 하며 살아갑니다. 누구에게나 삶은 소중하고, 삶 자체가 아름다운 것입니다. ‘사지 멀쩡하고 건강하기만 하면 되지’ 라는 말은 진실이면서 또한 진실이 아닙니다. 집안에 아프신 분이 있어서 대학 병원에 문병을 가보기라도 하면 그 말이 얼마나 진실인지 온몸으로 깨닫게 됩니다. 코에 무슨 호스를 꽂으신 환자가 가족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가는 모습, 침대에 누워 이동하는 환자의 모습, 큰 수술을 기다리며 가족들의 위로를 받고 있는 남녀노소 환자들의 모습을 스치듯 바라보다 보면 멀쩡한 다리로 계단을 오르내릴수 있고, 배가 고프면 먹고 싶은 음식을 소화, 배변 걱정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고, 향후 1년후 2년후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자기 자신이 행복해야만 하는 이유를 수도 없이 찾을 수 있습니다. 안락한 쇼파 안에서 공포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병원문을 나서는 순간 생각은 달라집니다. 통장 잔고에 따른 절대적인 위기감부터, 부모님에게 칭찬 받고 싶은 마음, 좋은 회사에서 인정 받고 남들보다 더 빨리 승진하고 싶은 마음, 옆집 가게 보다 내 가게에 더 많은 손님을 끌어오고 싶은 마음, 아파트나 주식을 남들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고 싶은 마음 때문에 매일매일이 바쁘고, 부산스럽고,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인생은 경쟁이고, 좋은 자리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좋은 자리입니다!) 매일 매일 우리는 남들과 경쟁을 하며 아둥바둥 살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이겼을때 우리는 그것을 성공이라 부르고, 성공했다는 생각을 했을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돌려 말하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상가집의 화투판처럼 잃은자의 불행이 딴자의 행복이 되는거죠.

미국의 동화작가 ‘트리나 폴러스’가 글과 그림을 맡아 쓴 이 책 <꽃들에게 희망을(1972)>은 경쟁사회에서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매우 짧고 그림도 많고, 단순한 스토리지만 이 책이 주는 울림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쟁사회를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너무 위험한 내용을 담고 있어, 독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을 고등학생때 우연히 읽고 한동안 공부를 안할 영적인 핑계거리로 삼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제 딸아이게는 30살 이후에 독서를 권할 예정입니다. 어떤 의미로 ’30세 미만 독서 금지’ 서적입니다.

이 책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알에서 깨어난 줄무늬 애벌레가 더 나은 삶을 찾아 모험을 떠납니다. 그리고 많은 애벌레들이 서로를 밟으며 하늘위로 올라가는 애벌레의 기둥을 발견합니다. ‘왜 올라가고 있나요?’ 아무도 왜 올라가는지 대답할줄 모르지만 줄무늬 애벌레는 다른 애벌레들을 밟으며 열심히 올라갑니다.

중간에 자기가 밟고 있던 노란색 애벌레를 만나고, 남을 밟으며 올라가는 행위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던 노란색 애벌레에게 설득 당한 줄무늬 애벌레는 둘이 함께 기둥을 내려가서 서로 의지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기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줄무늬 애벌레는 다시 기둥을 향해 나아가고, 그동안 비축한 체력으로 더 강인하게 기둥을 오릅니다. 다른 애벌레들의 눈에 그는 무자비 하게 보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더 빠른 속도로 기둥 위로 오릅니다. 중간 중간 하늘에서 떨어지는 애벌레 들을 보았지만 그는 기둥의 끝에 다다랐고 마침내 기둥의 진실을 알게 됩니다. 기둥위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하늘에서 떨어지던 애벌래들은 밑에서 올라오는 애벌레들이 밀쳐서 떨어지는 것이었다는 것, 그 기둥 외에도 수 많은 기둥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한편 줄무늬 애벌레와 헤어진 노란색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기 전의 늙은 애벌레를 만나, 애벌레는 ‘나비’가 되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애벌레의 몸을 버리는 용기를 내어, 번데기의 과정을 거쳐 결국 나비가 됩니다. 나비가 된 노란색 애벌레는 애벌레 기둥에 날아 올라 모두에게 말합니다. ‘ 꼭대기까지는 기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날아서 가야해’. 하지만 많은 애벌레들은 ‘나비’가 된다는 사실에 기쁨보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계속 기어가는 길을 택합니다. 아무것도 없이 위에 있는 애벌레를 밀쳐내는 꼭대기에서 혼돈에 빠진 줄무늬 애벌레는 기둥을 내려오고, 나비가 된 노란색 애벌레의 도움으로 번데기를 만들고 ‘나비’가 되어 사랑을 나누고 알을 낳게 됩니다.

user image

 

이 성인을 위한 동화를 읽으면 자연스럽게 ‘혹시 내가 남들을 따라 맹목적인 경쟁속에서 자신을 맡긴 채 그 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기둥을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성찰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오르다 보면 ‘이미 올라온 수고가 아까워서 미련 때문에 내려가지도 못하고 그냥 밟고, 밟히며 올라가는 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성찰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날개를 가진 나비가 되는 일이 쉬운 일을 아닙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남과 다른 생각을 해야 하고,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번데기’의 과정을 거쳐야만 아름다운 날개를 가지고 하늘을 훨훨 나는 나비가 될 수 있습니다.
인간 삶의 본질이 경쟁이기 때문에 경쟁을 피할 수 없습니다. 경쟁을 하다보면 남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 일이 수시로 일어납니다. 그게 인간관계의 본질이고 그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면 사회생활을 할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종교단체인 교회, 절조차 그 안에 위계가 있고, 위로 올라가기 위한 경쟁이 있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라는 말도 있고, 요즘에는 ‘주지 스님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라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맹목적인 경쟁의 끝에 진짜로 자기가 원하던 미래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열심’이라는 이름의 ‘도박’일수도 있습니다. 타의에 의해 회사를 떠나는 많은 회사원들은 ‘내가 청춘을 바치며 일했는데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나’라는 분노를 느끼는데 그것은 기둥 꼭대기에서 애벌레들이 느낀 감정과 비슷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사업을 하거나 성공적인 투자에 시간을 썻어야 했고, 마음의 평화를 원했다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거나, 취향에 맞는 취미를 가져야 합니다. 유명해지고 싶다면 크리에이터가 되거나, 작가나, 연예인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자신에 대한 ‘의심’을 이겨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에 ‘번데기’의 과정도 쉽지 않고 우리 대부분은 나비가 되기 보다는 맹목적인 애벌레의 길을 택합니다.

이 책의 부작용은 ‘경쟁’에 대해 남에게 상처를 준다는 부정적인 관점을 심어준다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30세 미만 독서 금지’라는 단서를 단것입니다. 문자그대로 우리는 건전한 경쟁을 통해 자기 앞가림을 하는 사회인으로서 성장합니다. 다만 그 끝이 무언인지 모르는 채 기어오르는 ‘맹목적인 경쟁’을 피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충분한 성찰을 하고 ‘올바른 경쟁 장소’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책을 소개했습니다. 정말 짧고, 임팩트 강한 책이니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고 싶은 분들(30세 이상)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장연 – 칼럼리스트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Copy Protected by Chetan's WP-Copyprot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