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인상 위한 ‘잦은 이직’ 시대 저물어”

한때 연봉 인상의 지름길로 여겨졌던 ‘잦은 이직’이 더 이상 임금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Vnexpress지가 4일 보도했다.

이날 베트남 취업포털 ‘톱CV'(TOP CV)가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채용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이직자 4명 중 1명 이상(26%)이 이전 직장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복리후생이 줄어도 새 일자리를 찾기 위해 감수하는 실정이다.

베트남 헤드헌팅 업체 ‘나비고스'(Navigos)와 구인구직 사이트 ‘베트남워크'(Vietnamwork)가 공동 발표한 ‘2025 임금 및 노동시장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확인됐다. 이직자 13% 이상이 수입 감소를 감수했으며, 이 중 4%는 새 직장에서 임금이 20%나 줄었다.

하노이 소재 중견 인력 채용회사 대표 응우옌 후옌 하오(Nguyen Huyen Hao) 씨는 “노동시장의 시대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직원들은 협상력을 잃고 이직할 때 훨씬 신중해졌다. 고용주들도 더 이상 높은 연봉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노이에 사는 IT 엔지니어 황남(Hoang Nam·31) 씨는 1년 넘게 새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는 “IT 업계가 포화 상태고, 기대하는 연봉을 주려는 회사가 거의 없다”며 “현재 프로젝트가 원하는 경력 방향이 아니고 근무환경도 평범하지만,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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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시에 사는 투 둥(Thu Dung·32) 씨는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그는 빈즈엉(Binh Duong)성 투저우못(Thu Dau Mot)시의 물류회사에서 영업 보조로 6년간 월급 3천만 동(약 150만원)을 받았지만, 가정 사정으로 1년여 쉰 후 복직하려 하자 회사는 이전 급여의 3분의 2만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직 시 급여가 줄어드는 직종으로 사무직, 회계, 인사, 고객 서비스 분야를 꼽았다. 이들은 경기 변동과 AI 같은 기술 발전에 취약한 직종이다. IT 업계에서도 경력 5년 미만 그룹의 임금이 감소세다. 지난해 신입 평균 월급이 1,500만 동(약 75만원)이었다면 지금은 1,100만 동(약 55만원)으로 떨어졌다.

하오 씨는 “팀장부터 일반 직원까지 많은 IT 인력이 이전보다 30% 낮은 연봉을 수용하는 것을 봤다”며 “구직자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면서 일부 기업들은 현 직원을 더 낮은 연봉으로 조용히 교체하는 ‘비용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의 주요 원인은 세계 정세 불안으로 인한 경기 침체다. 많은 기업이 문을 닫거나 운영을 축소했고, 베트남 국내 노동시장도 IT, 증권, 은행, 미디어 기업들의 대규모 해고 여파로 격변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이 완전히 암울한 것은 아니다. 제조업 부문은 여전히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대규모 투자로 인력 수요가 높다. 공장들은 일반 작업자부터 기술자, 엔지니어, 중간·고위 관리직까지 지속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마케팅 업계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소비 전환 덕분에 새로운 기회가 늘고 있다.

콘텐츠 제작 업계에서 일하는 꽝 민(Quang Minh·28) 씨는 실직 후 6개월간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는 “내 기술이 구식이 된 게 한 원인”이라며 저임금 일자리를 거부하고 3개월간 AI 활용 콘텐츠·영상 제작 기술과 외국어 실력을 향상시켰다. 이 기간에 프리랜서로 생계를 유지하며 인맥도 넓혔다.

연말에 “새로운 기술로 재도전”을 시도한 ‘민’ 씨는 면접에서 더 자신감을 갖고 20% 높은 급여의 일자리를 얻었다. 그는 “실업이 무서운 게 아니라 시장에 뒤처지는 게 진짜 위험”이라며 “경쟁 시장에서는 아무도 구식 버전에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오 채용전문가는 “계속 이직하기보다 급여가 높지 않더라도 한 직장에 머무르는 것이 나을 수 있다”며 “능력을 증명하고 신뢰를 얻으면 직위와 수입이 더 빨리 향상될 기회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잦은 이직이 더 이상 연봉 인상의 지름길이 아닐 수 있지만, 자기 계발과 적응력은 언제나 기회의 문을 여는 황금열쇠”라고 강조했다.

 

Vnexpress 202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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