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시대-안전한 항공사를고르는 소비자의 ‘길’

안전한 항공사를

고르는 소비자의 ‘길’

잇따른 항공사고로 항공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작년 12월 말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기 사고와 올해 1월 말의 에어부산 화재사고는 저가항공사(LCC)의 안전성에 의문을 던졌다.
이런 불안감은 베트남 등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에겐 더 큰 고민거리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가까운 곳이 아닌 이상 비행기를 타지 않고는 한국을 오갈 수 없기 때문이다. 비행기 표를 살 때가 바로 자신의 목숨을 맡길 항공사를 고르는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소비자 입장에서 안전한 항공사를 고르는 방법과, 저가항공사와, 풀서비스 항공사의 차이,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항공사들은 무엇인지를 알아봤다.

FSC와 LCC는 무엇인가?

먼저 항공사의 안전을 논하기 전에 사회적으로 논란인 저비용항공사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항공업계는 크게 FSC(Full Service Carrier)와 LCC(Low Cost Carrier)로 나뉜다. FS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처럼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를, LCC는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저비용 항공사를 의미한다. 이 두 항공사 유형은 경영 전략부터 서비스 방식까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경영 전략 측면에서 가장 큰 차이는 항공기 운용 방식이다. LCC는 단일 기종 전략을 택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국내 LCC는 B737 기종만을 운용한다. 반면 FSC는 B737부터 A380까지 다양한 기종을 보유한다. 단일 기종 전략은 정비 비용 절감과 승무원 교육 효율화라는 장점을 가진다. 같은 기종만 다루기 때문에 부품 교체가 용이하고, 정비사와 조종사 훈련도 단순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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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항 전략도 확연히 다르다. FSC는 허브앤스포크(Hub & Spoke) 전략을 사용한다. 인천공항 같은 대형 허브공항에 승객을 모아 대형 항공기로 한 번에 운송하는 방식이다. 반면 LCC는 포인트투포인트(Point to Point) 전략을 쓴다. 지방 공항에서 해외 중소도시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김해나 대구에서 일본 지방도시로 바로 가는 노선이 대표적이다.

서비스 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FSC는 기본적으로 수하물 위탁, 기내식, 담요 등 모든 서비스를 기본 요금에 포함한다. 반면 LCC는 이런 부가 서비스를 모두 선택제로 운영한다. 승무원 서비스 스타일도 FSC가 고급스럽고 품위 있는 서비스를 지향한다면, LCC는 좀 더 친근하고 캐주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용 구조도 다르다. LCC가 ‘저가’ 항공사가 아닌 ‘저비용’ 항공사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단일 기종 운영, 부가 서비스의 선택제 운영, 간소화된 승무원 교육 등으로 운영 비용을 줄여 티켓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하물이나 기내식 등 부가 서비스를 모두 선택하면 FSC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FSC와 LCC가 동등한 수준을 유지한다. LCC도 FSC 출신의 경험 많은 조종사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안전 관리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다만 LCC의 소형 항공기가 FSC의 대형기에 비해 흔들림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는 안전성과는 무관한 항공기 크기의 차이일 뿐이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저가항공사들이 2024년 2025년 연속으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들 안전에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사실이다.

LCC안전 ‘왜’ 논란이 잦나?

저비용항공사(LCC)의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에는 복합적인 구조적 원인이 존재한다는 점을 잊지말아야 한다. 이는 단순히 개별 사고의 문제가 아닌, LCC의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구조에서 비롯되는 근본적인 문제다.

LCC의 정비 인프라 부족

대형항공사 계열이 아닌 LCC들은 자체 정비 능력을 갖추지 못해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에 정비를 의존하고 있다. 또한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를 보면 대한항공이 35.4명, 아시아나가 12.7명인 데 비해 제주항공은 7명, 티웨이항공은 5.3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정비 인력 부족은 항공기 관리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기체 노후화 문제가 심각하다

LCC는 평균 기령이 에어부산과, 에어프레이마, 그리고 이스타 항공을 제외하면 평균적으로10년을 훌쩍 넘는 항공기를 운영하는게 다반사다. 제주항공은 14.9년, 티웨이 항공은 14년, 그리고 기존 항공 대기업 계열사인 진에어는 13.6년, 에어서울은 14.5년 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노후 항공기는 그만큼 정비의 필요성이 높아지는데, 앞서 언급한 정비 인프라 부족과 맞물려 안전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LCC의 높은 항공기 가동률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대한항공이 대당 월 354시간을 운항하는 데 비해 제주항공은 월 370시간을 운항한다. 노후화된 항공기를 더 많이 운항하면서 정비 시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구조인 것이다. 이는 기체에 무리가 가고 안전 리스크가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LCC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안전 관리에 구조적 한계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추구하는 LCC의 특성상, 비용 절감 압박이 안전 관리 투자를 제한할 수 있다. 실제로 LCC의 사고 발생 빈도는 운항 1만회당 0.63건으로, FSC의 0.17건에 비해 4배나 높다. 이는 저비용 운영이 안전 관리의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도한 시장 경쟁이 안전 문제를 악화

한국 항공시장에서 LCC가 국내선의 절반, 국제선의 13%를 점유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이는 출혈 경쟁을 동반했다.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서 각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 압박을 받게 되고, 이는 결국 안전 관리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개별 항공사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가 더욱 세밀한 안전 관리 기준을 수립하고, LCC들의 안전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안전한 항공사를 어떻게 알아보나?

국내외 항공사의 안전도 점검은 국토교통부가 제공하는 공식 자료를 통해 간편하게 파악할 수 있다. 국토부는 연 2회 발간하는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와 매월 발행하는 항공소비자 리포트를 통해 한국 취항 52개 항공사의 운항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보고서에는 각 항공사의 정시 운항률과 안전도, 소비자 보호 정책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이용객들의 항공사 선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항공사의 보유항공기 대수를 파악하라

항공기 보유대수는 저가항공사와 풀서비스 항공사를 구분 짓는 주요 특징 중 하나로, 운항 안정성과 직결된다. 에어아시아 말레이시아나 타이에어아시아와 같이 충분한 항공기를 보유한 저가항공사들은 연쇄 지연의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특히 선행 항공편의 지연이 후속 항공편으로 이어지는 저가항공사 특유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이는 중국과 미국의 대형 항공사들도 마찬가지로, 풍부한 항공기 보유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항공사의 항공기 평균 연령을 확인해라

항공기 연식은 항공사의 서비스 품질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승객이 탑승하게 될 항공기는 최신형 기종일 수도, 20년 이상 된 기종일 수도 있다. 이는 에어버스 A320, A321이나 보잉 737과 같이 수십 년간 꾸준히 생산되어 온 기종들이 많은 항공사의 주력 기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항공사의 보유 항공기 평균 연령은 운항 품질과 직결된다. 특히 평균 연령이 10년 미만인 항공사들은 기계적 결함이나 정비로 인한 지연이 상대적으로 적어 정시성이 우수한 편이다. 또한 신형 항공기 위주의 운영은 정비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항공사의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시성을 확인하라

정시 운항률은 항공사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이는 단순히 시간 준수의 문제를 넘어 해당 항공사의 정비 체계와 운영 시스템, 서비스 품질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평균 지연율이 10%를 상회하거나 1시간 이상 지연이 빈번한 항공사의 경우,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항공기 지연은 연쇄적으로 후속 항공편 운항 차질과 승객 불편으로 이어져 항공사 전반의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정시성 지표는 항공사 선택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기준이 된다.

어워드(Award)에 속지마라

항공사 평가에서 ‘최우수 항공사 선정’, ‘정시성 최고 항공사’ 같은 수상 실적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신뢰도를 갖지 못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이러한 수상 경력은 항공사의 서비스 품질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였으나, 현재는 단순한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0년대 이러한 어워드를 주는 단체가 늘어나면서 선정되는 항공사들이 늘어나고 이에 더하여 승객의 경험과 기대치가 부합하지 않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면서 어워드의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다.
결국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각종 항공 관련 시상 제도의 신뢰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따라서 항공사 선택 시 화려한 수상 경력보다는 실제 이용객들의 경험과 객관적인 운항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국가기관의 조사를 잘 살펴봐라

항공사의 안전성과 서비스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신뢰성 높은 자료들이 공개되어 있다. 한국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와 ‘월간 항공소비자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발행하며, 이를 통해 국내 취항 항공사들의 운항 신뢰성과 소비자 보호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국적 항공사에 대해서는 안전성 평가를 별도로 실시해 더욱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정기 안전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이 평가에서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우수한 항공 안전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베트남 항공사들의 마지막 사망 사고가 1997년에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치명적 사고가 없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자료들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 molit.go.kr/USR/WPGE0201/m_37196/DTL.jsp
  • ICAO 안전감사 결과: icao.int/safety/CMAForum/Pages/USOAP-Results.aspx

항공사가 얼마나 사망사고를 일으켰는지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살펴봐라

항공사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만한 방법은 사고 이력을 확인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항공 사고 기록을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공개하는 전문 웹사이트들이 운영되고 있어, 이용자들이 손쉽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항공안전네트워크(Aviation Safety Network)의 데이터베이스(asn.flightsafety.org)를 들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항공사별 사고 이력을 검색할 수 있으며, 경미한 사고부터 치명적 사고까지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안전한 항공사의 특징은 명확하다. 역사상 사망 사고가 전무하거나, 발생 건수가 극히 적거나, 마지막 중대 사고 이후 최소 10년 이상 장기간 무사고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대만 중화항공(China Airlines)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에는 잦은 사고로 악명 높았으나, 2002년 이후 단 한 건의 사망 사고도 발생하지 않아 현재는 안전한 항공사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풀서비스 항공사는?

세계 항공업계에서 안전성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최근 에어라인레이팅닷컴이 발표한 2025년 세계 최고 안전 항공사 평가 결과는 글로벌 항공사들의 안전 관리 현황을 잘 보여준다.

뉴질랜드의 자부심 에어뉴질랜드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속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로 선정되었다. 이 항공사가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평균 10.4년이라는 젊은 기단 운영과 까다로운 퀸스타운공항 운항에도 불구하고 무사고 기록을 유지한 점이다. 이는 체계적인 안전 관리 시스템이 실제 운항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위권 항공사들의 면면도 주목할 만하다. 호주의 콴타스항공이 2위를 차지했으며, 홍콩의 캐세이퍼시픽, 아랍에미리트의 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의 카타르항공이 공동 3위에 올랐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대한항공이 8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항공산업의 안전 관리 수준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저가 항공사는?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안전성은 더 이상 대형 항공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계 항공안전 평가 전문기관 Airline Ratings.com이 발표한 2025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저가항공사(LCC) 순위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 평가는 전 세계 385개 항공사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최근 2년간의 사고 기록, 항공기 평균 기령, 정비 수준, 재무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홍콩익스프레스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LCC로 선정되었다. 이 항공사는 최근 수년간 무사고 기록을 유지했으며, 젊은 기단 운영과 체계적인 유지보수 시스템, 우수한 승무원 교육 프로그램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평균 항공기 연령이 7년에 불과한 현대식 기단과 모기업인 캐세이퍼시픽의 안전 관리 노하우가 큰 강점으로 작용했다.

호주의 젯스타 그룹이 2위를 차지했는데, 풍부한 국제선 운항 경험과 철저한 안전 매뉴얼 이행이 주요 평가 요인이었다. 3위는 유럽 최대 규모의 LCC인 라이언에어가 차지했다. 이 항공사는 방대한 운항 횟수에도 불구하고 낮은 사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조종사와 승무원 훈련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돋보인다.

상위 10위권에는 이지젯(4위), 프론티어 항공(5위), 에어아시아(6위), 위즈에어(7위), 비엣젯항공(8위), 사우스웨스트항공(9위), 볼라리스(10위)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 항공사의 공통점은 현대화된 기단 운영, 체계적인 정비 시스템, 우수한 승무원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 평가가 단순한 사고 통계를 넘어 다양한 안전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것이다. 평가 기준에는 IOSA(국제항공운송협회) 인증과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국가 감사 결과, 조종사와 승무원의 기술 및 훈련 수준, 사고 발생 시 대응 능력 등이 포함됐다.

반면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25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다만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이 국제안전기준 IOSA 인증을 받는 등 안전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향후 순위 상승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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