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매의 심리학 –
우리는 쇼핑을 합니다. 주말 나들이 코스에 쇼핑몰 방문은 정해진 코스이고, 아니 아예 나들이 목적지가 쇼핑몰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쾌적한 쇼핑몰안에서 사고, 먹고, 쉬고, 사고, 먹고, 보고난 후에 쇼핑백을 양손에 들고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옵니다. 사무실에서 짬짬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을 하고, 다음날 사무실에서 물건을 받습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택배 상자의 배를 가를 때는 마치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제사장이 신에게 바치는 희생양의 배를 가를 때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임합니다. 자기전에 습관적으로 쇼핑앱으로 들어갑니다. ‘뭐 필요한 것이 없나?’ 하며 꼼꼼히 화면을 주시합니다. 몇개의 필요한 물건을 발견합니다. 3~4개의 제품을 ‘찜’하다가 결국 하나의 제품을 주문하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꿈속으로 들어갑니다. 힘든 하루지만 핸드폰으로 배송 현황을 지켜보며 잠깐씩 위로를 받다보면 제품은 언제나 배송예정일보다 먼저 도착합니다. 택배 상자안에 뽁뽁이로 고이 싸여진 박스 포장 상태의 제품을 조심히 꺼내 책상위에 올려 놓습니다. 제품이 새것임을 증명하는, 상자를 봉한 동그란 투명 테이프에 컷터칼을 찔러넣는 순간 말로 표현할수 없는 쾌감을 느낍니다.
연쇄 쇼핑범의 세상입니다. 수시로 타겟을 물색하고, 보름달처럼 일정한 주기로 찾아오는 욕망은 제품 도착전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결국 제품 박스를 해체하고, 제품을 손에 쥐는 순간에 해소가 됩니다. 만족감은 그믐달처럼 서서히 줄어들고, 어느새 다음 타겟을 물색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도대체 나는 왜 쇼핑을 멈출수 없을까요? 선물을 받는 것도 아닌데, 왜 자기돈을 쓰면서 나는, 사람들은 행복을 느끼는지 그 배경에 대해 평소에 누가 좀 설명해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던 찰라에 이 책을 만났습니다. “사고 싶어지는 것들의 비밀”이라는 은밀한 제목과 “왜 그것에 돈을 바치는가?” 라는 책표지에 있는 24point쯤 되는 크기의 도발적 질문을 보고, 마치 핸드폰의 맥세이프 자석에 맥세이프 충전기가 달라붙듯이 제손에 들어와버린 책입니다. 연쇄쇼핑에 대한 제 욕망을 이성으로 통제해보고 싶다는 마음과, 새해 신규시장 진출을 앞둔 마케터/영업사원으로서 신규 시장 판매에 대한 영감을 얻고자 하는 상반된 동기로 이책을 읽었습니다. ‘어떻게 안살까’ ‘어떻게 팔까’를 동시에 고민하는 다중인격적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이책의 저자 <애런 아후비아>는 미시간대학교 로스 경영대학의 마케팅 교수이고 30년간 소비자심리학을 연구한 소비자 심리학의 대가입니다. 쇼핑범들에 대한 프로파일러라고 부를수 있을것 같습니다. ‘왜 사는가(Buy)’가 그의 일생의 과제였고, 그는 켈로그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을때 ‘마케팅과 데이트의 유사성’이란 제목의 소논문을 썼습니다. 당시 지도교수였던 마케팅의 전설 <필립코틀러>교수로부터 해당 논문 계획에 대해 승인을 받았고, 이 논문은 미디어의 관심을 받았으며, 나중에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사람들은 ‘사물’을 사랑하고 사물을 통해 정체성을 찾고 소중한 사람들과 연결점을 찾는다고 말합니다. 그는 “사람이 사물을 사랑할수 있다”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좋아한다’와 ‘사랑한다’의 차이를 설명하고, 우리가 실제로 사랑하는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 설명합니다. 초창기 애플 구매자들의 경우에는 특별히 애플 신봉자라 설명하며 종교적 차원에서 영적인 체험을 하는 소비자들로 설명하는데, 저는 1장의 이 부분부터 이 책에 빠져들어 마지막 10장까지 매우 흥미롭게 읽어갔습니다. 우리에게는 연인이나 친구처럼 사랑의 감정을 통해 ‘애착’을 느끼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있고, 그것들은 마치 우리가 연애할때 하듯이, 기쁘게(?) 돈을 쓰게 하고, 남들 앞에서 자랑하게 하고, 함께 있을때 타인의 시선을 즐기며, 다른이가 비난을 할때는 기꺼이 변호를 하게 만들고 있다고 저자는 얘기합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물건을 살때는 단순히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두근두근’거리는 연애 감정을 느끼며 산다는 것입니다. 착실한 브랜드(배우자감)와 짜릿한 브랜드(불장난 상대)를 설명하며 착실한 상대와 하는 결혼, 나쁜남자, 나쁜여자에게 끌리는 연애와 비유를 하는데 긴가민가 하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습니다. 학술적 수준의 심리학과 뇌과학적 증명을 시도하고, 몰입이론 및 로봇이론, AI 챗봇 등 최신 트랜드와 연관된 분석도 실시하는 책으로 발랄하지만 나름의 깊이가 있는 책입니다.

사고 파는 일은 우리의 일상입니다. 우리의 경제적 삶이란 것은 내가 가진 무엇을 팔아 얻은 보상으로 남이 가진 무언가를 사는 일의 반복입니다. 어떤 물건을 오래 팔다보면 그 물건을 처음 팔때의 마음을 잊게 됩니다. 그 물건을 시장에 처음 소개할때의 설레임, 두려움, 긴장감을 잊고 공급자 입장에서 원가, 비용절감, 효율성을 따지다보면 어느새 고객들은 젊고 매력있는 신제품에게 가 있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물건을 살때도 그냥 습관적으로 사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이미 충분히 갖고 있는데도, 나도 모르게 더 사고 있는 물건도 있고 ( 누구에게나 병적으로 집착하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갈고 바꿔야하는데 못버리고 매달리고 있는 물건도 있습니다.
이 책은 누가 무언가를 갈망하고, 사고, 보관하고, 버리거나 버리지 못하는 과정의 심리적 배경에 대해 ‘사랑’과 ‘연애’적 관점에서 잘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제품 구매를 통해 개인이 정체성을 보이고 집단과의 유대를 맺는 심리적 근거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좋게 설명해 줍니다. 우리가 매일 하고 있는 ‘사고 파는’ 행위에 대해 근본적으로 돌아볼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책입니다. 통제가 어려운 자신의 구매습관에 대해 분석을 해보고 싶은분, 고객들과의 설레임과 두근거림을 되찾고 싶은 오래된 영업인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장연 -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