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골프를 즐기는 방법에 대한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보기로 하자.
이번호 씬짜오베트남에는 리 트레비노라는 프로 골퍼의 이야기가 실렸다. 맥시코계 미국인인 리 트레비노는 골프 역사에 족적을 남길만큼 뛰어난 골퍼였지만 그를 주목받도록 만든 것은 그의 골프 실력만이 아니다. 그는 두가지 면에서 골프 역사에 자신의 메시지를 남겼다. 한가지는 그의 독특한 스윙이다. 그의 스윙은 골프 교습가가 지도하는 전형적인 스윙과는 많이 다르다. 짧은 백스윙에 강한 오른손을 사용하여 아웃사이드에서 인사이드로 들어가는 스윙으로 낮은 페이드 볼을 만들어 친다. 이런 스윙은 인사이드에서 아 웃사이드로 나가는 전형적 골프 스윙에 전혀 부합되지 않지만 그는 늘 같은 구질의 공으로 그린을 노리며 상대를 압도했다. 정형화된 스윙이 아니라도 필드를 정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두번째 그의 특징은 한 번도 심각한 게임을 하지 않은 듯하다. 늘 농담이 입에 걸리고 상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며 게임을 풀어간다. 그는 혼자 말을 하면서 스윙을 한다. 1972년 브리티시 오픈에서 마지막 날 그와 함께 챔피언 조에서 게임을 하는 토니 재클린는 그에게 “오늘은 많은 대화를 하고 않고 게임에 집중하고 싶다”는 말을 하며 그에게 입 좀 다물고 치자라는 제안을 했다. 이에 트레비노는 “그래 자네는 말할 필요가 없어 말은 내가 할 터이니 자네는 그냥 듣기만 하면 될 것일세” 하며 받아 넘겼다. 아무리 압박감이 몰려오는 게임이라고 해도 그는 늘 유쾌한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자기 위주로 풀어갔다. 그리고 그의 스윙은 인터벌이 길지 않았다. 공을 보고는 연습스윙도 없이 바로 본스윙을 구사했다. 그렇게 웃고 떠들면서 재빨리 치는 리 트래비노지만 매년 최저 평균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바든 상을 5회나 수상했을 정도로 빼어난 일관성을 자랑했다.
그대는 필드에서 어떤 자세로 게임에 임하는가?
한타 한타가 너무 소중한 나머지 눈에 핏발이 서도록 집중하며 신중하고 엄숙하게 공을 치는가?
여러 유형의 골퍼가 있다. 너무 신중하게 접근하며 몇번의 어드레스를 공들여 점검하며 주변사람들을 주녹들게 만드는 타입이 있는가 하면, 공만 보면 공이 어디 도망이라도 갈 것 같아서 인지 바로 휘둘러 버려서 그의 스윙을 본적이 별로 없는 골퍼도 있다.
필드를 도는 도중에도 별로 말을 하지도 않고 골프에만 집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우스개 소리를 하며 미소를 자아내며 공을 치는 사람도 있다. 어느 타입이 좋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 각자 다른 개성을 지닌 탓이다.
그런데, 공자님이 쓴 논어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知之者는 不如好之者요, 好之者는 不如樂之者
(지지자는 불여호지자요, 호지자는 불여락지자.)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
그런가 하면 영어에서도 이런 문구가 있다.
“A genius cannot win over one who tries, and one who tries cannot win one who enjoys.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자를 이길수 없다”.
앞에서 언급한 신중한 골퍼와 유쾌한 골퍼 중 어느 유형의 골퍼가 더 골프를 잘 치는가를 떠나서 일단 외형적으로 즐긴다는 느낌을 주는 골퍼는 후자다.
골프가 생각대로 된 적이 언제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골프는 결코 친절한 존재가 아니다. 늘 스트레스를 안기고 아쉬움을 남긴다. 아마도 뜻대로 되지 않는 탓에 골프에 더욱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혹자는 그런 스트레스와 아쉬움 그리고 긴장감을 즐기기 위해 골프를 친다고 말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늘 아쉬움과 스트레스를 안기는 골프라면 그것에 접근하는 자세가 엄격하고 신중할수록 그 무게가 가중되는 것은 아닌가? 다행하게도 우리 골프 동우인들은 골프로 생계를 해결하지 않는다. 더구나 중년 골퍼가 되고 나면 더 이상 경쟁의 압박을 즐길만한 기력도 사라진다. 생계형 골퍼가 아닌 중년의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골프 게임은 운동이자 사교이자 즐거움이지 결코 젊은 시절이 그것처럼 기량을 검증하고 경쟁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제가 아니다.
중년 골퍼의 목적은 즐기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골프와 싸우지 않고 서로 정겹게 대화하며 즐길 수 있는가? 사람에 따라 다 방법이 다르긴 하겠지만 일단 즐긴다는 것은 마음이 열어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평화를 찾는 것이 즐기는 행위에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골퍼에게 열린 마음이란 내 실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러면 욕심이 사라진다. 정도 이상으로 잘 치는 것이 내 실력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빈번하게 나오는 실수가 바로 나의 실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골프를 즐기기 위한 한가지 실천방안이 있다. 샷을 하고 그 샷이 의도대로 되었든 아니든 간에 실망하는 표현을 삼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골퍼들이 공을 치고 난 후 탄식을 내뱉는다. 뜻대로 되지 않은 스윙의 아쉬움을 드러내는 것이다.
즐기는 자가 된 지금부터는 아쉬운 탄식대신, 굿샷을 외치는 거다. 잘되던 아니든 일단 굿샷을 외치면 샷의 결과에 따른 반응이 달라진다. 잘된 샷에는 조용한 미소가 나올테고, 안된 샷에는 자조적인 웃음이 터진다. 비록 자조적인 웃음이라 해도 한숨이나 탄식보다는 훨씬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그런 반응은 아직도 나는 즐기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동반자의 샷에 굿샷을 외치고, 자신의 샷에도 굿샷의 외침으로 위로를 던져줘라. 그리고 크게 웃어보자.
결론은 어떤 경우라 해도 웃자는 것이다. 예전에 작고하신 코미디언 구봉서 선생님이 남긴 광고 문구가 기억한다.
“웃으면 복이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