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불십년(權不十年) –
사람들은 강한 사람에게 끌립니다. 아무래도 강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우리의 DNA에는 강자에게 끌리도록 유전자 암호가 새겨져 있는것 같습니다. 초등학교나 중학교때까지는 싸움을 잘하는 친구들이 인기가 있습니다. 누구랑 친하다고 하는 것이 교실속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장점이 있던 시기죠.
그시절 주먹 잘쓰던 친구들은 지금은 뭘하고 지내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왜 엄마가 그렇게 공부를 하라고 했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대학 입학이라는 현실이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코앞에 오면,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부럽고, 공부 잘하는 친구 주변으로 사람이 모입니다. 세상 모든 행복을 보장해 줄것 같은 대학에 들어가면 인싸(인기많은 인싸이더), 아싸(부적응자 아웃사이더)로 나누어져 또 무리짓기 게임에 나섭니다. 면접때는 인성과 능력을 증명하여 회사에 들어가지만, 술자리에서 선배들로부터 누가 실세인지, 누구한테 잘보여야 되는지, 누구한테 찍히면 아웃당하는지 이런 저런 조언을 듣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권력’은 자신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되는 가장 밀접한 주제입니다. 일반인들이 당장 쓸데가 없는 ( 거래처에서 미팅하는데 ‘베스트 팔렌 조약’을 모르는 것이 문제가 되진 않죠) 역사를 공부하고, 역사를 즐기는 이유도 이런 속사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세계사, 국사가 재미없었던 이유는 대표적인 암기 과목이었기 때문입니다. 입시 교육의 문제점인데 정말 재미 있는 주제를, 재미없는 주제로 만들어 만들어 버린거죠. 개인적으로 세계사, 국사 교과서는 객관적으로 정말 잘 만들어진 역사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의 보물창고로 우리가 알아야할 많은 역사 지식이 Zip 파일처럼 잘 압축되어 정리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너무 압축이 잘 되어 있어서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는데 있습니다. 마치 ‘물을 붓기 전의 육개장 사발면’ 같습니다. 다행히 우리 주변에는 읽기 좋은 역사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원복 교수의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는 아이들의 필독서라고 봅니다. 그런책들을 재미있게 읽다보면 나중에 딱딱한 교과서가 말랑말랑하게 변하고, 눈안쪽으로 술술 넘어오는 기적을 체험할수 있습니다.
이 책 <효기심의 권력으로 읽는 세계사(유럽편)>도 세계사(유럽사)와 친해지기 좋은 책인데, 요리에 비유해보면, 유럽사의 유명하고 중요한 메뉴를 자신만의 레서피로 개성있게 요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많은 역사 입문서가 세계 4대문명부터 시작하며 5,000년 전의 이야기를 시간순으로 하나하나 풀어내면서 읽는이를 지루하게 하는데, 이책은 유럽사의 중요사건을 ‘권력’이란 테마로 과감하게 10가지로 추려내어 깊이있게 분석합니다. 10가지 테마속에서는, 우리가 예전에 ‘그냥 외웠던’ 무슨 조약, 무슨 전쟁, 교황 OO, XX 대왕 등이 나오는데, 그들이 등장하는 전후 배경 및 좌우 사정을 현대적인 문체로 설명하여, ‘아!’ 하고 흩어졌던 퍼즐이 맞추어지는 쾌감을 선사합니다.
그가 선택한 10가지 주제는 ‘(1) 로마의 기독교 국교화 배경 (2) 신성로마제국의 탄생 (3) 개신교의 전세계적확산 (4) 흑사병과 유대인 박해 (5) 러시아 정교회의 탄생 (6) 지구에서 사라진 폴란드 (7) 영국 의회의 탄생 (8) 핀란드의 독립 (9) 나폴레옹의 등장 (10) 유대인 혐오의 역사’ 입니다. 문체가 현대적이라는 뜻은 저자가 1991년생이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업으로 삼고 있어서 그런지, 오래된 얘기를 ‘요즘 친구’들의 말투로 글을 썻다는 이야기 입니다. 결과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오래되서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학생들이 교실에서 쉬는 시간에 연예인 얘기 하듯이, 누가 누구랑 싸워서 앞이빨 5개를 날렸다는 얘기를 하듯이 흥미롭게 대화하듯 던지고, 읽는 사람은 몰입하여 책장을 술술 넘기는 글이 탄생했습니다. 이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 그리고 오래된 주제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화하듯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면서, 역사를 우리가 어떻게 실전에서 쓸수 있는지 좋은 예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효기심(최영효)은 160만 구독자를 가진 영향력 있는 역사 유튜버입니다. 저도 이책을 보기 전부터 그의 팬이었습니다. 그의 유뷰브 채널을 보면, 그는 ‘모두가 들어는 봤으나 정확히는 모르는 얘기들을 짧고 쉽게 정리’해주는 재주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상의 특성상 지도 및 시각 자료를 잘 활용해서 시간과 공간에 대해 깔끔히 정리해줍니다. 역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그의 유튜브 채널도 추천 드립니다. 그런 그가 유튜브의 짧은 호흡으로는 전달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마음껏 하고 싶어서’ 쓴 글이 이 책입니다. 밑줄 그으면서 보기보다는 해외여행을 떠나기전에 비행기에서, 주말에 야외 까페에서 읽을 책을 찾으시는 분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사회 생활에서 인성, 능력과 함께 꼭 필요한 것이 권력입니다. 권력을 얻기 위해 무리짓는 능력이 필요하고 무리속에서 ‘인싸’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람 때문에 힘들다는 것도 대부분은 ‘권력’ 관계에서 오는 문제가 대부분입니다. 역사가 인싸, 아싸 모두에게 주는 교훈은 어떤 ‘권력’도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미국의 백악관 안에서든, 당신의 사무실 안에서건, 명절날 우리집 주방안에서건 변하지 않는 이치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장연: 금강공업 영업팀장 / (전) 남양유업 대표사무소장 / 베트남 거주 17년차 직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