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계 교수가 바라본 전 세계 저출산 현상의 숨겨진 진실

“아이 없는 삶이 더 행복해”… 호주·일본·EU 출산율 1점대 추락

 

“금요일 오후 6시, 저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했지만, 제 동료는 요트를 타고 주말 낚시를 즐기러 떠났습니다.” 호주 제임스쿡대학교(James Cook University) 투 튁(To Thuc) 교수는 자녀가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가족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이렇게 표현했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의료 발전과 사회 보장 수요, 각종 갈등 상황을 고려할 때 인구 안정화를 위해서는 출산율 2.3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출산율은 이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일본(1.26), 캐나다(1.33), EU(1.5), 호주(1.63)는 물론이고 홍콩(0.7)과 한국(0.78)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호주의 경우 첫 출산 연령이 평균 29.8세, 전체 출산 평균 연령은 31.2세로 늦어지고 있다. 두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에도 장난감과 옷을 공유할 수 있도록 27개월 간격으로 출산을 계획하는 등 ‘효율성’을 따지는 실정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2021년 기준 전체 가정의 38%가 무자녀 가정이었다. ‘딩크(DINK·맞벌이 무자녀)’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31일 Vnexpress지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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튁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에서 베트남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베트남의 출산율은 1.96으로, 문화적 전통으로 인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서구 문화의 영향으로 하락이 우려된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친척들의 끊임없는 질문에 시달리고, 자녀가 없는 부부들은 설날(Tet)마다 부모님의 애절한 호소를 견뎌야 한다.

투 튁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자녀 양육비용은 어머니 소득의 최소 4년치에 해당하며, 많은 가정이 소득의 40%를 자녀 양육에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 경력 단절로 인한 기회비용은 계산조차 되지 않았다. “맨발로 걷는 것이 맞지 않는 신발을 신는 것보다 낫다”는 말처럼, 젊은이들은 자녀에게 좋은 삶을 제공할 수 없다면 차라리 출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호찌민시의 경우 2.7쌍의 결혼 중 1쌍이 이혼하는 등 연간 60만 건의 이혼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젊은 세대의 결혼과 출산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도시와 산업단지의 저소득층, 이주노동자 여성들은 보육시설 부족으로 출산을 망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한 출산 장려금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100만 가구의 사회주택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판매가 아닌 임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판매 방식으로는 전체 인구의 4%만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임대 방식을 도입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500m 이내에서 유치원과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투 튁 교수는 “교사들은 숙제 지도를 부모에게 요구하지 말아야 하고, 시댁은 젊은 부부의 양육 방식을 비판하기보다 지원해야 하며, 이웃들은 울음소리에 대한 뒷담화 대신 공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Vnexpress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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