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December 27,Friday

Dining Out-고멧 사시미(Gourmet Sashimi)

프랑스어로 ‘미식가’를 의미하는 ‘Gourmet’는 오랫동안 고급 레스토랑들의 상징적인 단어로 자리잡아왔다. 한국에서는 ‘고멧, 일본에서는 ‘구루메’로 발음되는 이 단어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특별한 미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레스토랑의 포부를 담고 있다. 최근 호찌민 2군 타오디엔에서 이 이름을 내건 새로운 일식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바로 ‘고멧 사시미’다. ‘고멧 사시미’는 단순히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아닌, 새로운 미식 문화를 제시하려 한다. 정통 일식의 정교함과 한국식 일식의 푸짐함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호찌민의 미식 지도에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호찌민의 외식 시장에서, 한식당도 중식당도 아닌, 한국식 일식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시도 다.

한국식 일식과 일본식 일식의 차이

한국식 일식과 일본 전통 일식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섬세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는 단순히 맛의 차이를 넘어 식문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한국의 일식은 일본의 해산물 조리법을 기본으로 하되,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했다. 특히 참기름과 들깨를 활용해 고소한 맛을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풍미를 일본 요리에 접목한 결과로, 오랜 시간 한국의 기성세대들에게 친숙한 맛으로 자리 잡았다. 조미료 사용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고추냉이의 경우, 일본 본토의 것은 순간적으로 강한 매운맛이 특징이지만 한국의 고추냉이는 그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일본의 고추냉이는 코끝을 강하게 자극하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반면, 한국의 매운 맛은 점진적으로 퍼지며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식사 도구와 방식에서도 문화적 차이가 드러난다. 일본은 위생을 고려해 일회용 젓가락만을 사용하고, 탕 요리를 먹을 때도 개인 접시에 덜어 먹는 것이 기본이다. 반면 한국의 일식당들은 이러한 엄격한 규칙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이처럼 한국의 일식은 일본 전통의 기본을 존중하면서도, 한국인의 입맛과 문화에 맞게 자연스럽게 발전해왔다. 이는 단순한 모방이 아닌, 음식문화의 창조적 재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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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고멧 사시미는 그러한 수요를 타켓으로 일식이지만 한국식 스타일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약 3주전에 오픈한 곳이다. 두끼, 미카도스시 0’C를 함께 운영하는 디비나(DIVINA)사의 안정적인 물류 시스템을 바탕으로 높은 품질의 식재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베트남 현지에서 찾아보기 힘든 정통 일식 코스 요리를 제공하여 한국식을 강조하면서도 현지 일식당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와비사비한 실내


▲ 방 내부의 모습, 정결라고 깔끔하다, 무언가 비여 있는 여백의 미를 보는 느낌이다

고멧 사시미의 첫인상은 일반적인 식당의 모습이 아닌, 여러 개의 룸이 있는 모던한 사무 공간을 연상케 한다. 이는 우연이 아닌, 고급스러운 다이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의도적인 설계다. 실내는 일본의 미학적 개념인 ‘와비사비’를 연상시킨다. 전체적으로 흰색 톤을 기본으로 한 인테리어는 깔끔함을 넘어 특유의 여백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단순한 비움이 아닌 공간에 숨결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디자인 철학은 일본 전통의 ‘불완전함 속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각 룸의 배치는 얼핏 듬성듬성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세심한 계산이 숨어있다. 이는 마치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동양화처럼, 비어있음이 주는 여유와 충만함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 고멧 사시미는 화려함을 추구하기보다 절제된 세련미를 통해 특별한 다이닝 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성공했다.

90만동의 가치를 넘어서는 요리
고멧 사시미는 일본 전통 요리의 정수와 한국식 횟집의 매력을 동시에 담아낸 특별한 공간이다. 기본 회 코스(60만 동)와 최상급 참치가 포함된 프리미엄 코스(90만 동)를 메인으로 하며, 모든 코스는 일본의 정통 방식을 따라 세심하게 구성된다.

식사는 따뜻한 죽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단순한 죽이 아니다. 고소한 참기름과 미역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는 동시에, 피로한 미각을 부드럽게 달래준다. 이어 나오는 차완무시는 일본 요리의 섬세함을 잘 보여주는 요리다. 부드러운 달걀 속에 숨겨진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은 다음 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준다.

프리미엄 코스의 진정한 가치는 다양한 참치 부위를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빛을 발한다. 탄탄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하는 주도로 시작해, 살짝 그을린 표면과 신선한 속살이 대조를 이루는 다타키로 이어진다. 특히 다타키는 참치 본연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피가 많은 부위임에도 잡냄새 없이 깔끔한 맛을 선사한다.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오도로(참치 뱃살)는 입안에 닿는 순간 부드럽게 녹아내리며 최상급 참치만이 선사할 수 있는 특별한 풍미를 전달한다. 여기에 기름진 고소함으로 무장한 참다랑어 뱃살까지, 참치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만족할 만한 구성이다.

코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참치만이 아니다. 생와사비에서 채취한 와사비, 그리고 신선한 연어로 만든 샐러드는 상큼한 맛으로 입맛을 리프레시해주고, 부드러운 식감의 일본식 두부요리는 입안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간장의 깊은 맛이 배어든 금태조림은 한국인의 입맛에도 익숙하면서 동시에 일본 요리의 특징을 잘 살린 요리다.
놀라운 점은 이토록 다양하고 풍성한 요리들이 90만 동이라는 가격에 제공된다는 것이다. 남성 두 명이 넉넉히 즐기고도 남을 만큼 푸짐한 양이지만, 각각의 요리는 정갈한 플레이팅으로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는다. 모던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즐기는 이 코스 요리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특별한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호찌민에서 품격 있는 일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고멧사시미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강명현
고멧사시미 총괄셰프 인터뷰

고멧 사시미의 강명현 총괄셰프는 24년 경력의 일식 전문가다. 한국 신화푸드그룹의 대표 일식당인 긴자에서 17년간 근무하며 3층 규모의 초대형 일식당을 이끌어왔다. 요리사로 시작해 관리자까지 올랐으며, 특히 사시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는 디비나 그룹의 베트남 진출과 함께 고멧 사시미의 총괄셰프를 맡아 현지 셰프들을 교육하고 메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오랜 기간 쌓아온 일식 레스토랑 운영 노하우와 요리 기술을 바탕으로 베트남에서 한국식 일식당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이곳의 위치가 타오디엔의 외곽인데, 이런 입지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 건물이 저희 회사 건물입니다. 3층에는 본사가 있고, 2층에는 양식당이 들어올 예정이며, 1층에서 현재 고멧 사시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치가 외곽이지만, 저희는 천천히 음식의 퀄리티를 높이고 입소문을 통해 성장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현재 베트남에서의 사업 현황은 어떠한가요?
베트남 전역에 미카도스시 15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고멧 사시미는 1호점이고, 1월 초에 하노이 미딩에 2호점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베트남에 없는 코스 메뉴를 콘셉트로 잡고 있습니다.

기존 일식당들과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요?
다른 한국식 횟집들은 한상차림 형태로 제공되고 매운탕이나 탕요리를 따로 주문해야 하지만, 저희는 죽부터 에피타이저, 마지막 매운탕까지 체계적인 코스로 구성했습니다. 또한 두끼와 미카도스시를 함께 운영하다 보니 물류 파워가 좋아 90만 동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퀄리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주요 타겟 고객층은 어떻게 되나요?
타오디엔 지역의 특성상 한국인 고객도 중요하지만, 베트남 상류층을 주요 타겟으로 삼고 있습니다. 실제로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베트남 현지 고객들이 구글을 보고 찾아와 프리미엄 코스를 즐기고 계십니다. 향후에는 1군과 같은 고소득층 밀집 지역으로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셰프님의 이력이 궁금합니다.
저는 한국의 신화푸드 그룹의 긴자라는 일식집에서 17년간 근무했습니다. 100평 규모의 3층 초대형 일식집에서 요리사로 시작해서 관리자까지 경험했고, 특히 사시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24년의 경력을 바탕으로 현지 셰프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운영 성과는 어떠신가요?
오픈한 지 2주 밖에 되지 않았지만, 구글 리뷰에서 모두 5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는 저희가 인위적으로 작업한 것이 아닌, 실제 방문객들의 평가입니다. 지인들의 냉정한 평가에서도 음식의 맛과 구성면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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