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December 27,Friday

Book Column

– 영웅의 모험 –

우리는 영웅이 되고 싶고, 영웅을 동경합니다. 좋아하는 가수, 작가, 정치인, 배우, 이야기속의 캐릭터를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며 어른이 되었습니다. 제가 어렸을때의 가장 유명했던 영웅은 토요명화에서 몇번씩 반복해 틀어줬던 미국 영화속의 주인공 ‘슈퍼맨’이었습니다. 슈퍼맨을 동경한 소년들은 빨간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길바닥을 질주하여 주변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가는 일을 몇번이나 반복하기도 했지만, 그의 강철같은 몸, 이웃사랑, 정의로운 정신을 마음속에 담고, 영웅의 삶을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영화속에서는 1탄, 2탄, 3탄… 편을 거듭할수록 점점 강력한 악당들이 우주로부터 찾아옵니다. 젋은 시절 갈고 닦은 초능력으로 적들을 맞아 소소한 영웅담을 만들어 보기도 하지만, 점점 강해지는 악당들에게 무릎을 꿇는 일이 잦아집니다. 그렇게 시달리다 보면 소년은 인생의 어느 순간에 초능력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소녀와 함께 평범한 시민이 되거나, 몰락한 영웅이 되거나, 심지어는 악당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영웅의 길은 험난합니다.

조지프 캠벨( 1904~1987)은 미국의 종교학자, 신화학자입니다. 지식인으로서 대중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학자중의 한명입니다. 어린시절 아버지와 함께간 자연사 박물관에서 아메리카 인디언의 민담을 읽고 신화에 매혹된 이후 세계 전역의 신화를 연구하고, 특히 힌두교와 인도 신화에 대해 관심을 갖은 후에 인도의 유명한 정신적 지도자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저서를 번역하여 미국 및 서구에 소개하는 역할도 했습니다.

그가 세계 각국의 신화들속에서 발견한 공통점을 삶의 본질과 ‘통과의례’라는 관점에서 정리한 <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1949)>이란 책은 많은 작가와 영화인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시나리오 작성 이론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작품이 조지 루카스 감독의 < 스타워즈 에피소드 4,5,6>입니다. 조지프 캠벨의 영웅의 여정은 ‘출발(5단계)-입문(6단계)-귀환(6단계)’라는 총 17단계의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인 에피소드 4,5,6 ( 아! 스타워즈 광팬인 저로서는 스타워즈란 이름 하나로도 하루종일 이야기를 만들어낼수 있을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Force가 함께 하기를. May the force be with you! ), 스타워즈 에피소드 4(새로운 희망) ,5(제국의 역습), 6(제다이의 귀환)이라는 3부작 자체가 모험(출발)-시련(입문)-극복(귀환) 이라는 조지프 캠벨 이론의 완벽한 재현이고, 조지프 캠밸의 영웅의 여정 이론이 스타워즈라는 현대판 신화가 탄생하는 배경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에게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실제 조지 루카스 감독이 스타워즈 시리즈로 대성공을 거둔뒤에 자신의 영화에 영향을 끼친 조지프 캠벨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아침, 점심, 저녁 하루동안 3부작을 함께 감상했고(너무 부럽네요), 캠벨 스스로 이 영화는 자신의 이론의 완벽한 재현이라고 인정했다고 합니다.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 일본만화, 한국영화 속에서도 그의 이론이 숨쉬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생소한 이름의 조지프 캠벨은 그 어떤 학자보다도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지식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작가나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분들이 있다면 조지프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그의 사후 출간된 < 신화의 힘>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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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나에게 블리스를 느끼게 하는 일은 무엇인가?”

이책 <블리스로 가는 길>은 그의 신화 이론에 대한 책이 아니라 생전에 그가 남긴 발언과 대담들을 묶어서 1988년도에 <블리스로 가는길>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책입니다. 당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미국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세상에서 제시하는 ‘성공’의 이미지를 쫓기보다는 가슴 뛰는 희열감(블리스)을 주는 직업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조지프 캠벨 자신의 삶 자체가 희열감(블리스)을 주는 삶의 증거가 됨을 곧 알게 되고, 삶에서 모험과 시련이 주는 의미를 알게 됩니다. 세계 각국의 신화를 연구한 그는, 신화 속에서 제시하는 영웅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슈퍼맨이나 아이언맨이 아니라, 각자의 일상속에서 자신과 사회에 닥친 예상치 못했던 시련에 대해 용기를 갖고 지혜로운 자세로, 예상치 못했던 도움을 받아 해결한 사람들입니다. 그것을 영웅의 원형(Archetype)이라 부릅니다.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안정된 곳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으로 떠날 수 있는 모험심이 반드시 필요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과업속에서 가슴 뛰는 희열감(블리스)를 느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영웅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능력은 하늘을 날거나, 눈에서 레이져를 쏘거나, 자동차를 들어올리는 괴력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을 뛰게하는 일을 찾는데 있다는 말이죠.

블리스를 느끼지 못하는 반대의 상황을 이 책에서는 ‘텅빈 가슴’을 안고 살아간다고 표현합니다. 물질적으로는 만족하고 있지만, 결코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를 갖고 지루하고 성취감 없는 일을 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저는 이책을 읽으며 저의 일상과 과거를 돌아보고, 제가 소년, 청년, 입사 초기에 가졌던 꿈들을 떠올려 봤습니다. 눈코 뜰새 없이 바빴지만 하루하루가 뿌듯했던 시절도 있었고, 너무 편해서 불안했던 시절도 있었고, 방전이 되어 꺼져버린 핸드폰이 되었던 시절도 있고, 무언가를 준비하며 가슴이 뛰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너무 늦어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늦은때다’ 라는 냉소적인 농담도 있지만 ‘가장 늦은 때’라는 것은 있을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미루거나, 해야 되는 일을 시작하지 않는, 주변의 시선과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우물쭈물하고 있는 ‘내’가 있을뿐입니다. 내가 혹시 이미 잡은 사탕을 포기하지 못해서 사탕이 담긴 유리병에서 손을 빼지 못하고 있는 소년이 아닌지 스스로 질문을 해봅니다. 저자는 영웅이 될 수 있는 ‘자신만의 신화’를 찾으라고 하고, ‘누구의 인생이든 소설이 될수 있다’고 합니다. 텅빈 가슴을 채워주는, 자신만의 신화를 쓰기 위한 모험은 누구나 떠날 수 있습니다. 언제? 바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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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 금강공업 영업팀장 / (전) 남양유업 대표사무소장 / 베트남 거주 17년차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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