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December 18,Wednesday

Chao Column – 카르페 디엠 Carpe Diem

너무 많이 알려진 라틴어 문구입니다.
“오늘을 잡아라”는 말입니다. 영어로는 Seize The Day 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합니다. 유명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케이팅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이 문구를 강조하며, 삶을 즐기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것을 주문합니다. “Seize the day”
11월을 다 보내고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을 앞둔 시기에 생각나는 문구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시간의 매듭이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며 삽니다. 한 기간을 살아가며 남긴 흔적들이 맘에 안 들지만 자연이 만들어준 시간의 매듭에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마음에 희망을 심어 줍니다.
어쩌면 이렇게 시간의 매듭이 마음의 위로가 되는 것은 그간의 삶이 그리 만족하지 못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하지요. 그렇게 충실하지 못한 삶의 기록이 얼른 넘어가기를 기대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마음이 깔리게 되면 하루 하루를 얼른 보내고 새로운 매듭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남은 날들이 하찮게 보여집니다. 그래서 년말에는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도 모른 채 세월을 낭비하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이 말이 유용합니다. “카르페 디엠, 오늘을 잡아라”.
언젠가 단톡방에서 본 글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이 말이 딱 어울릴 것 같아서 여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 다가오는 가장의 생일을 앞둔 가정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귀한 생일 날을 선사하기 위해 아들 딸 아이를 모아서 성대한 생일 파티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부인은 음식을 준비하고, 딸아이는 선물과 장식을 준비하고, 큰 애는 집안 청소를 맡고, 작은 아이는 카드를 맡기로 합니다. 그렇게 각자 맡은 일을 정하고 생일날 아침, 남편은 예전대로 출근을 하고, 집안 식구들은 모두 분주하게 각자가 맡은 바 일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그런데 남편이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직 준비가 안 되었는데 일찍 돌아온 가장, 피곤한 모습이지만 가족들은 생일 파티를 위해 마지막 손질에 여념이 없습니다. 일찍 돌아온 남편은 아내에게 ‘ 여보 물 한잔 주시게’ 하니 아내는 ‘여보 지금 내가 바쁜데 당신이 가져다 드세요’ 합니다. 남편은 군소리 없이 스스로 물을 떠나 먹습니다.
집안 청소를 하고 있는 큰아들에게 ‘얘야 슬리퍼 좀 가져다 주겠니’ 하니 ‘아버지 내가 좀 바쁜데 아버지가 직접 가져다 신으세요’ 합니다. 그래 내가 하마 하고 아빠는 슬리퍼를 가져다 신습니다. 집안 장식을 준비하는 딸아이에게 ‘얘야 의사에게 전화를 좀 해서 내가 먹는 약 좀 처방해달라고 해 주어라’ 하자. 딸아이 역시 ‘아빠 거기 전화에 전화 번호가 붙어 있으니 아빠가 직접 하세요’ 합니다. 그래 알았다 내가 하마 하고 아빠는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작은 아이가 보이지 않아 아이 방에 문을 열고 보니 작은 아이가 책상에서 앉아 뭔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얘야 뭐하고 있니?’ 하며 아빠가 묻자 아이는 자신이 카드를 그리고 있다는 것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아빠 아무것도 안 해요. 그냥 뭣 좀 하고 있으니 아빠 그만 방에 가서 쉬고 계세요’ 합니다.
아들아이의 말대로 아버지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습니다. 드디어 저녁이 되고 파티를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주인공인 가장을 부르러 간 가족은 놀랍니다. 아무리 흔들어도 아빠는 깨어나지 못하고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습니다.
가족들은 아버지의 마지막 부탁을 그 누구도 받아주지 못하고 외면했습니다. 그저 사소한 일로만 여겼던 아버지의 부탁이 그의 마지막 요청이었다는데 절망합니다. 아버지 역시 그런 부탁이 마지막이 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회한을 안고 돌아가신 셈입니다.”

세상사가 이렇습니다.

아끼고 아끼며 미루다가 그만 쓰지도 못하고 회한만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가장이 평소와는 달리 일찍 들어온 변화에 대하여 가족들은 눈치 채지 못하고 차후에 즐거움을 안기기 위해 지금의 감정을 외면합니다. 그리고 천추의 한을 남깁니다. 나이가 차면 늘 머리 속에 숙제로 남는 것은 노후 생활에 대한 준비입니다. 빈곤하지 않은 노후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아끼며 살아갑니다. 그러다 노후가 되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노후가 된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사는 게 노후 생활입니다. 지금까지는 인생 1막이고, 은퇴를 하고 이제는 2막이다 하며 전혀 다른 삶을 살기를 기대하지만 사실 사람의 삶에는 그런 매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마음에 매듭이 있을 뿐이지, 물리적인 우리의 삶은 어제처럼 오늘을 살고, 오늘처럼 살다가 내일 어느 날 생을 마감하는 것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 수 있는 시간은 오늘뿐인 거죠. 해가 바뀐다고 내 생활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저 달력의 숫자만 달라진 뿐입니다. 그래서 카르페 디엠, 오늘을 잡으라는 말은 가슴을 울립니다. 물론 내일은 더 잘 살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희망이 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불확실한 내일의 위해 확실한 오늘을 희생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오늘을 충실하게 사는 사람은 자연히 더 나은 미래를 살게 됩니다. 그저 어제보다 더 충실한 오늘을 살았다고 느낀다면 그대의 삶은 이미 성공한 것입니다.
단톡방에 올라온 짧은 이야기가 연말이 되면 항상 후회와 아쉬움으로 번복이 되는 우리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던집니다. 잘하나 못하나 우리가 집중하며 살아야 할 것은 지금 내가 서있는 이곳이고, 지금 내가 숨쉬고 있는 이 순간이고, 지금 나와 함께 하고 있는 내 가족 내 친구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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