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량효율로 인하여 고기를 선호하지만, 채소가 없으면 오래 살지 못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며 여성층을 중심으로 채식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일상으로의 복귀와 함께 이 열기는 점차 식어갔다. 일각에서는 ‘인간은 본래 채식동물’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채식 문화를 이어가려 노력한다. 치아 구조와 소화기관 등 생리학적 특징을 근거로 제시하지만, 인간의 잡식성 본능을 완전히 부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정상화되면서 육류 소비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인간의 식습관이 단순히 생리학적 특성만으로 결정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현대 영양학계에서는 채식이나 육식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보다, 개인의 건강 상태와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균형 잡힌 식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정 식단을 옳고 그름의 문제로 바라보기보다, 지속 가능한 식문화에 대한 열린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과연 본 논란에 관한 진실은 무엇일까? 이번호 Health Information에서 알아봤다.
인간은 잡식이다! 잡식동물은 육식과 다르다!
인간은 진화의 과정에서 잡식동물로 발달했다. 잡식동물은 실제로는 육식동물의 한 갈래에 가깝다. 셀룰로오스의소화 가능 여부에 의해 식물의 세포벽을 소화해 생풀만 뜯어먹고 살 수 있는 초식성 동물과 그렇지 못하는 비 초식성 동물로 나뉘는데 비 초식동물들을 육식vs채식의 비중에 따라 육식동물과 잡식동물로 나눌 수 있다. 육식의 비중이 전부거나 높으면 육식동물, 채식의 비중이 높거나 둘이 비중이 비슷하면 잡식이라는 것이다. 잡식동물은 초식의 비중이 높아도 과일, 씨앗, 일부 부드러운 잎이나 뿌리줄기 등 육식동물이라도 소화시킬 수 있는 부분만을 먹는다는 게 초식동물과의 차이점이다.
인간 이빨의 구조는 사람이 잡식이라는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인간의 신체 구조와 생리학적 특성을 통해 인간의 잡식동물인 점은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치아 구조를 들 수 있는데, 인간의 치아는 앞니, 송곳니, 앞어금니, 어금니가 모두 골고루 발달되어 있다. 이는 육식동물이나 초식동물과는 확연히 다른 특징이다. 육식동물의 경우 날카로운 송곳니와 앞니가 발달했으며, 초식동물은 넓적하고 튼튼한 어금니가 발달했다. 반면 인간은 모든 종류의 치아가 균형있게 발달하여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고 씹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소화기관의 구조 또한 인간이 잡식에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의 침에는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가 포함되어 있어 곡물류의 소화를 돕는다. 이러한 특징은 육식동물이나 반추동물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인간의 소장은 다양한 영양소를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영양소를 모두 섭취하고 소화할 수 있다.
대장에서는 섬유소를 발효시켜 일부 영양분을 흡수하는 과정이 일어나는데, 이는 잡식동물의 특징적인 소화 과정이다.
사람의 소장은 인간이 잡식을 소화시킬 수 있게 하는 부위다
인간은 왜 육식을 선호하나?
인류가 채소를 싫어하는 현상은 진화적 배경과 생존 본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원시 인류는 사냥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했으며, 이는 인간이 채식이 가능한 생물이기는 하나 채식을 선호하는 생물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채소를 기피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열량 효율성이다. 채소는 육류에 비해 현저히 낮은 열량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간만의 특징이 아니라 대부분의 잡식 동물들도 육류를 선호하는 이유이다. 초식동물들이 하루 종일 식사하는데 시간을 보내야 하는 반면, 육식동물들은 많은 시간을 휴식으로 보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열량 차이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식물이 가진 자기방어 기제다. 식물들은 생존을 위해 독성 성분을 체내에 생성하는데, 이러한 독성 성분들은 주로 쓴맛이나 신맛을 유발한다. 원시 인류는 이러한 맛을 위험 신호로 인식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채소를 기피하게 되었다. 반면 지방의 맛을 선호하게 된 것은 열량 효율성이 높으면서도 독성이 없는 ‘안전한’ 식품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학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식만으로는 안정적인 식량 공급이 어려웠다. 사냥은 매우 위험하고 까다로운 과정이었으며, 성공을 보장할 수 없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인류는 채소를 완전히 포기할 수 없었고, 결국 ‘채소를 안전하게 만들자’는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된다.
이후 인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채소의 품종 개량을 진행했다. 그 결과 현재 우리가 먹는 채소들은 원시 시절에 비해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독성은 제거되거나 최소화되었다. 이는 인류가 선택적으로 breeding한 결과물이며, 여전히 야생의 채소들은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채소 기피 현상은 역사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중세 시대의 귀족들은 특히 뿌리채소를 혐오했는데, 이는 흙이 묻은 ‘천한’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계급적 편견 때문이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은 채소를 가난하고 비천한 자들의 음식이라 여기고 육류 위주의 식단을 고집했다. 하지만 이러한 편식은 결국 통풍이라는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했다.
결론적으로 인간이 채소를 싫어하는 것은 진화적 본능이며, 이는 열량 효율성과 안전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적인 생존 요소에 기인한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품종 개량과 농업 기술의 발전으로 채소의 안전성과 영양가가 크게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본능적인 선호도는 여전히 우리의 식습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육류 섭취로 영양분이 충분하지 않는 이유
육류만으로는 인체가 필요로 하는 모든 영양소를 충족시킬 수 없다. 이는 인간의 소화기관과 영양 대사 시스템이 다양한 영양소를 필요로 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육류에는 비타민C가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
비타민C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인체의 결합조직을 구성하는 콜라겐 합성에 필수적이며, 면역력 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C 부족은 괴혈병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뼈의 합성에도 문제가 생겨 골다공증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비타민C는 주로 과일과 채소에서 섭취할 수 있다.
둘째, 육류 위주의 식단은 섬유소가 부족하다.
섬유소는 장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영양소로, 변비 예방과 장내 미생물의 건강한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섬유소는 포만감을 주어 과식을 방지하고, 혈당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섬유소는 오직 식물성 식품에서만 얻을 수 있다.
셋째, 육류에는 마그네슘이 부족하다.
마그네슘은 우리 몸에서 네 번째로 풍부한 미네랄로, 근육 이완과 신경 진정 효과가 있으며 뼈 건강에도 중요하다. 마그네슘은 주로 녹색 잎채소, 견과류, 전곡류에 풍부하게 들어있다. 100g 기준으로 소고기는 17mg, 돼지고기는 14mg의 마그네슘을 함유하고 있는 반면, 시금치는 77mg, 아몬드는 322mg의 마그네슘을 함유하고 있다.
넷째, 육류 위주의 식단은 산성 식품이 많아 체내 산-알칼리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는 뼈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채소와 과일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체내 균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다섯째, 육류에는 항산화 물질과 파이토케미컬이 부족하다.
이러한 물질들은 식물성 식품에 풍부하게 들어있으며, 노화 방지와 만성질환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섯째, 육류 위주의 식단은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증가시킬 수 있다.
이는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 비만과 같은 대사성 질환의 위험도 증가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육류만으로는 칼륨 섭취가 부족할 수 있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고 혈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주로 채소와 과일에서 섭취할 수 있다.
따라서 건강한 식단을 위해서는 육류와 함께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균형있게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모든 영양소를 적절히 공급받을 수 있게 해주며, 다양한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한다. 특히 현대인의 경우 과도한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의 섭취를 늘리는 것이 권장된다.
채식과 육식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
현대 사회에서 채식이나 육식을 극단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으나, 이는 심각한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완전한 채식주의자의 경우 여러 가지 필수 영양소가 부족해질 수 있다. 특히 비타민 B12는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하는 영양소로, 결핍 시 빈혈과 신경계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철분 역시 동물성 식품에서 더 높은 흡수율을 보이는데, 식물성 식품만으로는 충분한 철분 섭취가 어려울 수 있다. 칼슘, 비타민 D, 엽산 등의 영양소도 채식만으로는 충분한 섭취가 어려울 수 있다.
반면 과도한 육식 위주의 식단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육류에 많이 포함된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섬유소 섭취가 부족해져 소화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져 다양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식물성 식품에 풍부한 항산화 물질과 파이토케미컬의 섭취도 부족해질 수 있다.
인체가 필요로 하는 20가지의 아미노산 중 9가지는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이러한 필수 아미노산은 주로 우유, 달걀, 생선 등의 동물성 단백질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콩류나 곡류 같은 식물성 단백질도 일부 아미노산을 포함하고 있지만, 단일 식품으로는 완전한 아미노산 프로필을 제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다양한 단백질 공급원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네랄 섭취의 측면에서도 잡식이 매우 중요하다. 마그네슘의 경우 주로 식물성 식품, 특히 녹색 잎채소, 견과류, 전곡류에 풍부하게 들어있다. 현미의 경우 백미보다 4배나 많은 마그네슘을 함유하고 있으며, 견과류와 씨앗류도 훌륭한 마그네슘 공급원이다. 반면 철분은 동물성 식품에서 더 높은 흡수율을 보이며, 특히 헴철(heme iron)의 형태로 존재하여 체내 흡수가 용이하다.
식품구성 자전거 (서울시)
호르몬 분비와 대사 조절 측면에서도 잡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곡물에서 얻는 전분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여 체내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고 에너지 대사를 조절한다. 이는 인체의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또한 다양한 식품 섭취는 포만감과 관련된 호르몬의 분비를 적절히 조절하여 건강한 체중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
비타민 섭취에 있어서도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하다. 수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C는 과일과 채소에 풍부하게 들어있으며, 결합조직 형성과 면역력 강화에 필수적이다. 반면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D는 동물성 식품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칼슘 흡수와 뼈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양학적 관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영양소 구성비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이 65:15:20이다. 이러한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식품군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 청소년, 임신부, 수유부, 노인들의 경우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더욱 중요하다. 또한 식사의 규칙성과 적절한 양의 섭취도 중요한 요소이다.
뼈 건강의 측면에서도 잡식이 중요하다. 과도한 육식은 오히려 뼈를 약하게 만들 수 있으며, 채소와 과일의 적절한 섭취는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이는 채소와 과일에 포함된 다양한 미네랄과 비타민이 산-알칼리 균형을 맞추고, 칼슘의 흡수와 이용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식습관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년간 전통적인 곡물·채소 위주의 식단에서 서구식 육류 중심의 식단으로 변화하면서, 마그네슘 등 특정 영양소의 섭취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균형 잡힌 잡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예시이다.
잡식동물인 인간, 믿음을 위해 균형을 거스르지 말자!
결론적으로 인간은 생리학적으로 잡식동물로 진화했으며, 최적의 건강을 위해서는 동물성과 식물성 식품을 적절히 조합한 균형 잡힌 식사가 필요하다. 극단적인 식습관은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식품을 적절한 비율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식품의 종류뿐만 아니라 섭취량과 섭취 시기도 고려해야 하며, 규칙적인 식사와 함께 운동, 금연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균형 잡힌 식습관은 현대인의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