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이 베트남, 특히 대도시를 중심으로 정착하면서 국내 크고 작은 프랜차이즈들의 베트남 진출이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급증하고 있다. 이번에 현지를 찾은 ‘하남돼지집’도 그중 하나다.
지난 11월 14일 그랜드 오픈을 하면서 호찌민에 데뷔한 하남돼지집 베트남 1호점은 일본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8개 매장을 운영해온 브랜드의 새로운 도전이다. 매장에 들어서자 한국 본점과 다름없는 고기 굽는 향이 코끝을 자극하는 곳이다.
새롭게 베트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하남돼지집의 출사표를 직접 찾아가 살펴보았다.
간단하고 깔끔한 첫인상
하남돼지집은 한국에서 168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중견 고기 프랜차이즈다. 화려한 상권보다는 동네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생활밀착형 고깃집을 표방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일본, 베트남 등으로 진출해 9개의 해외 매장을 운영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 11월 7일 문을 연 호찌민 1호점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하남돼지집의 브랜드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널찍한 실내 공간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꾸며져 있으며, 편안하고 캐주얼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각 테이블마다 설치된 심플한 그릴은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친근한 고깃집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베트남 첫 진출인 만큼 매장 곳곳에서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실내 TV에서는 하남돼지집이 등장했던 드라마 장면이 흘러나오고, 테이블 사이사이에는 제작 지원한 드라마의 포스터가 설치돼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매장 한켠을 차지한 “비교하라 대적할 상대가 없다”라는 슬로건의 대형 액자는 하남돼지집의 시그니처 인테리어 요소다. 다소 도발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이 문구에는 20년 넘게 쌓아온 맛과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손님이 고르기 쉽게 만든 메뉴
본기자는 백화점식 복잡한 메뉴 구성을 지양하는 편이다.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명목으로 메뉴가 과도하게 많으면, 손님은 고르는 데 시간이 걸리고 식당은 다양한 재료 준비와 조리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메뉴가 지나치게 많은 식당은 높이 평가하기 어렵다. 물론 비슷한 재료로 셰프의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요리를 선보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메뉴는 손님과 업주 모두를 위해 단순한 것이 좋다고 믿는다.
이런 관점에서 하남돼지집은 본기자의 식당 평가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메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부위별로 정돈된 삼겹살 메뉴, 고민하는 손님을 위한 네 가지 세트 메뉴, 그리고 냉면과 국수, 찌개 같은 후식 개념의 사이드 메뉴가 전부다. 상호명 그대로 삼겹살을 핵심 메뉴로 내세워 정체성을 분명히 한 점이 하남돼지집의 큰 장점으로 돋보인다.
초벌구이 돼지고기의 매력
이혜민 하남돼지집 호찌민 대표의 말대로 고기집의 맛은 비슷비슷하다. 요즘 고기집의 포인트는 어떠한 방법으로 비슷비슷한 맛에서 부가가치를 높혀야 한다. 하남돼지집이 부가가치를 높히는 방법은 바로 초벌구이다. 500도의 강한 불에서 초벌구이를 약 3분 정도 하면서 고기의 육즙을 가두고, 맛을 급격하게 숙성시키면서, 고기의 맛을 살리는 데에 주력하는 방식이다.
필자가 이날 고른 메뉴는 시그니쳐 세트다, 항정살, 갈매기살 그리고 삼겹살을 포함하여 약 110만 동 정도에 판매하는 음식이다. 시그니쳐 세트는 준비시간이 초벌로 인하여 약 10분 정도 소요된다는게 단점이지만. 명이나물과 숙성한 묵은지 같은 김치, 잡채 및 야채구이등 다양한 반찬을 담고있고, 이와 더불어 와사비, 녹차소스등 다양한 소스를 담고 있어서 고기를 먹기 전 고객의 입맛을 다지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첫번쨰로 구운 고기는 항정살이다. 초벌을 거쳐서 나와서인지 빨리 익혀지는 데다가, 항정살의 본질인 딱딱하면서 부드러운 맛을 잘 담고 있었다.
항정살과 같이 굽기 시작한 갈매기살은 돼지의 갈매기살은 돼지의 횡격막과 간(肝) 사이에 있는 부위다. 본 부위는 매니아가 많은 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돼지고기 부위중 소고기 맛과 제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부위는 고기 질이 생명이다. 이곳의 갈매기살은 진짜 소고기 맛과 비슷하다. 돼지고기를 먹으면서 소고기를 먹는 느낌이 들어서 신선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삼겹살이 나왔다. 삼겹살은 사실 흔한 메뉴여서 별 느낌을 받기가 어렵지만, 초벌을통해 육즙을 잡아서 인지는 몰라고 쫄깃한 맛이 잘 살아있었다.
이외에도 사이드 메뉴로 고추장 찌게와 계란찜이 나왔다 (시그니쳐 메뉴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음) 고추장 찌게는 진정한 남성의 메뉴답게 많은 고기와 더불어 풍부한 감자가 인상적인 메뉴였다. 특히 고추장과 약간의 김치 그리고 묵짐함이 돋보이는 메뉴중 하나였다.
하남돼지집의 전반적인 음식 인상은 무난하고 저녁에 가벼운 식사와 더불어, 가벼운 술자리를 가지기에 적절한 메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담 없는 가격에 2명이 먹어도 배부른 양 그리고 적절하게 맛좋은 고기까지, 완벽한 고기집은 이런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 시식이었다.
초창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약을 준비하는 하남돼지집
“초기 정착 과정에서 현지 위생 규정을 맞추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철저한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이를 하나씩 극복해냈습니다.” 이해민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맛본 삼겹살은 한국의 맛과 품질을 그대로 구현하면서, 하남돼지집의 독특한 맛고 잘 살리고 있었다.
하남돼지집은 현재 호찌민 2군점과 7군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으며, 조만간 해외 10호점이 될 인도네시아 2호점 PIK점도 문을 열 예정이다. 호찌민 1군점에서 확인한 탄탄한 현지화 전략과 철저한 품질 관리는 하남돼지집의 동남아 시장 진출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