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이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성패는 운에 달려 있는 것이지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運: 돌 운, 七: 일곱 칠, 技: 재주 기, 三: 석 삼으로 운이 7할이고 기량이 3할이라는 뜻이죠.
아마도 우리가 이 말을 제일 많이 쓰는 것은 골프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골프장에서 제법 먼 퍼트가 예상외로 홀에 떨어지고 나면 스스로 되 뇌입니다. 역시 골프는 운칠기삼이야. 오늘은 이 말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려합니다. 반론이 될 수도 있고 수긍의 될 수도 있지만 한번 이 말을 되 뇌이는 우리의 심사를 한번 돌아보고자 합니다.
골프는 멘탈 운동이라고 하지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이 말이 과연 멘탈이 강해야 잘 친다는 말과 동일할까요?
나이가 찬 이후에는 골프내기를 잘 안 합니다. 골프 기량이 예전 같지 않으니 누군가와 내기를 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냥 명랑골프로 하루를 즐겁게 보내자 하며 지냅니다. 젊은 시절에는 거의 의무적으로 내기를 하곤 했지요. 마지막 홀이 오면 내기 돈이 커져서 심장이 요동치는 게임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심장에 부담이 가는 내기를 즐길 형편이 아닙니다. 예전과는 달리 불안감이 훨씬 증대되었기 때문입니다. 왜 불안감이 부담이 될 정도로 켜졌을까요?
골프 기량과 불안감은 반비례합니다. 기량이 높아지면 불안감은 줄어들고 기량이 낮을 수로 불안감은 더욱 증가됩니다. 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로 늘어난 불안감을 안은 채 내기에 임하다가는 제명에 죽지 못할 듯하여 감히 내기 엄두를 못냅니다.
하수는 불안한 대로 공이 간다고 하지요. 그리고 고수는 원하는 대로 공이 가고요. 이때 말하는 하수와 고수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저는 믿음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수란 자신의 스윙을 믿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하고, 고수란 자신이 잘 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현상을 보며 멘탈을 거론하는데, 조금 다른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은 믿음 문제입니다. 자신의 샷에 대한 믿음의 수준이 불안의 강도를 좌우합니다. 10번을 쳐서 1번만 제대로 치던 사람과 10번에 5번은 의도대로 보낼 수 있는 사람이 갖는 불안감이 같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샷에 대한 믿음이 없는데 멘탈이 강하다고 잘 칠 수는 없는 일이고, 반대로 멘탈이 약하다고 자신이 쌓아온 믿음을 저 버리는 일도 일어나지는 않지요.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사례이고 가끔 진짜 엄청난 멘탈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바로 하수가 예상을 깨고 고수에게 승리하는 경우입니다.
내기에서는 일반적으로 불안감 더욱 증폭됩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평상시에도 샷에 대한 불안감은 존재하지만 내기가 걸리면 그 불안감은 더욱 커집니다. 하수는 평소보다 훨씬 커진 불안을 이겨야 하고 고수는 상대적으로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에 불안감보다는 가대감이 생깁니다. 그래서 내기 골프는 핸디조정에 관계없이 무조건 고수가 이기게 되어 있는 게임인데, 하수가 이긴다? 이런 경우는 하수의 빛나는 멘탈이 승리를 안겨준 것입니다. 진정한 멘탈의 승리입니다.
동반자들 중에 늘 내기를 하자고 주장하는 친구들이 있지요. 그 친구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동반자들보다 공을 잘 친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동반자보다 못 치는데 내기를 하자고 덤비는 친구는 무모한 성격이거나 자신을 깨닫지 못하는 우매한 골퍼임이 틀림없습니다. 한번 주변을 돌아보세요 내기를 주장하는 친구와 그 동반자들을 말입니다. 누가 상대적 고수인가를 둘러보세요. 내기를 주장하는 이는 같은 팀을 이룬 동반자 전체 혹은 한 두명 보다는 확실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적어도 그들보다 샷을 앞두고 느끼는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은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당연한 승리를 통해 우월감을 즐기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승리는 단지 샷에 대한 믿음의 차이일뿐이라는 것을 자각하면 그리 우월감에 심취할 일이 아닙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 역시 자신의 스윙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언젠가 프로로 활약하고 있는 젊은 친구에게 자신의 샷이 의도한대로 가는 확률이 얼마나 되는가 물었더니 50%만 되도 만족이라고 말합니다. 그 말은 프로들도 50%의 샷을 의도한 대로 보내지 못한다는 말이 됩니다. 그 프로는 운칠기삼이 아니라 운오기오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일반 아마추어는 얼마나 될까요?
물론 고수나 하수가 기대하는 성공적인 샷이라는 수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고수들은 그린 온 시키는 것은 당연하고 핀 근처 3미터에 붙이는 것을 기대하는 수준이라면 일반 하수들은 아마도 그린 온 자체를 성공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어쩌면 모두 같을 수 있습니다. 프로나 아마추어나 기대치의 차이가 있으니 그 기대치를 조정한다면 모두 운칠기삼이 될 수도 있고 모두 다 운5기5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기대치를 낮추면 성공확률이 더욱 높아지겠지요. 그러면 불안감도 적어지고 말입니다.
실망은 기대치에 비례합니다. 기대치가 높으면 그 결과에 대한 실망감도 깊을 수 있고 기대치가 낮으면 실망감도 덜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 도로에서 운전은 아무리 혼잡해도 마음이 평화로운데 한국에서의 운전에서는 가끔 화가 나는 것은 한국에서는 모두들 확실하게 교통질서를 지킨다는 기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골프 라운드에 심리적 요동을 줄이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잡는 것입니다. 자신의 기량을 자각하고 그에 맞는 기대치를 만들어보세요. 골프로 인한 스트레스는 상당부분 덜해질 수 있고 비로소 멘탈 문제에서 자유로운 자신의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