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Han Column

우리는 많은 공동체에 포함되어 살아갑니다. 가족으로 시작해서 학연으로는 동창회가 있겠고, 같은 직장에서 공통의 경험을 공유하는 직장 공동체,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에 속한 지역 공동체, 종교로 맺어진 종교 공동체 등, 원하든 아니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이상 수많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소속되어 있는 셈입니다.
교민사회 역시 베트남의 한국인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있고, 그 안에서 종교, 직장, 동창 그리고 하다못해 취미나 운동으로 맺어진 공동체도 있습니다. 하지만 출입이 빈번한 베트남이라는 지역의 특성상 많은 공동체들이 생겼다 사라지곤 합니다. 영구 이민을 위한 교민사회가 아니라 직장이나 사업을 위한 체류가 주를 이루다 보니 워낙 입 출국이 많아 공동체가 존재하기는 해도 운영이 제대로 되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이국이라는 특성, 그것도 영구적 정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탓에 같은 공동체 안에서도 서로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강한 연대감을 갖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도 적지 않은 세월을 베트남에서 보내는 데 어디 하나 마음을 열고 진정한 대화를 나눌만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생각하면 삶의 중요한 부분이 생략된 생활을 하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이곳에서 오래 지낸 교민들이 모이면 자조적으로 털어놓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교회를 다니거나 골프를 치지 않으면 사람 만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조금은 서글픈 이야기지만 부정할 수 없는 팩트이기도 합니다.
같은 시기에 이국이라는 베트남의 지역에서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맺어진, 제법 깊은 인연의 끈이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면 그저 사라지고 마는 이런 현상은 무엇 때문일까요?

개인적으로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을 좋아합니다. 그의 정치적 행보나 치적에 대한 평가로 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생각하는 미국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사고에 감명받은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마바가 미국국민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전국적으로 드러낸 것은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로 자격으로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존 캐리를 지원하는 연설입니다. 그는 그 연설을 통해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는데, 그 연설이 압권입니다. 그 연설이 미국 국민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주었는지 그는 4년후 2008년 상원의원 초선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인 저에게까지 감동을 준 그의 연설을 한번 돌아보도록 하지요.
그는 그 연설에서 자신의 미천한 출신과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기 가족의 행로를 이야기한 후 같은 당 대통령 후보 존 캐리의 전쟁에서의 영웅담과 그의 지도력을 칭송하면서 미국이라는 공동체가 어떤 기본적인 사고로 운영되어야 하는지를 예를 들어가며 설명합니다.

그는 미국이라는 공동체는 하나의 가족으로 연결된다고 말합니다. 비록 생면부지의 시카고 남부 아이가 글을 못 읽는다면 그것은 자신의 걱정거리가 되고, 돈이 없어 약을 못 구하는 노인이 있다면 그가 내 할머니는 아니어도 자신의 삶도 가난해지고,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이국 출신의 시민이 있다면 자신의 권리가 박탈당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마음가짐이자 지침입니다.
공동체를 이끄는 기본적인 믿음은 구성원 모두 하나의 사람으로 연결시킨다고 합니다.
(A belief that we are connected as one people)
그가 연설에서 예로 들은 타인의 상황이 자신의 일 이자 자기 가족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 가족을 지키는 마음으로 나라가 운영되고, 그 마음으로 개인의 꿈이 이루어지고 또 하나의 가족이 된다고 말합니다.
(I am my brother’s keeper, I am my sister’s keeper – that makes this country work. It’s what allows us to pursue our individual dreams, yet still come together as a single American family.)

이 연설을 들으며 이런 말을 하고 실천한 우리 정치인이 있던가 싶습니다.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오랜 가뭄으로 전국민이 고생하는 것에 입이 타 들어가다가 어느 날 밤 갑자기 쏟아지는 장대 비를 보고, 자고 있는 운전사를 깨워 가까운 논으로 나가 물이 들어차는 논 안에 앉아 천지신명께 감사하다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를 들은 적은 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기대하기 힘든 지도자의 자세를 박통은 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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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호찌민 한인사회의 명목상 가장 큰 단체라고 할 수 있는 한인회가 시끌합니다. 왜 그런 사달이 일어날까요? 어떤 부분이 부족한 탓일까요?
오바마라면 이렇게 일갈했을 듯합니다.
교민사회의 어느 개인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고, 이웃의 슬픔이 나의 슬픔이 되고, 얼굴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는 교민가족의 기쁨이 우리 가족의 기쁜 소식이 되는 순간, 우리 교민사회는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하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진정한 공동체로 재 탄생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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