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권역 최고의 필드 관리를 보여준 골프코스
완벽한 페어웨이, 나무랄 데 없는 그린 상태
영국 오픈 챔피언십에서 5회 우승한 피터 톰슨(Peter Thomson)이 설립한 세계적 명성의 Thomson Perrett사가 설계한 West Lake Golf & Villas는 2018년에 개장했으며, 총 27홀 규모로 경기장과 연습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체 코스 길이는 7,200야드이며, 연습장은 120야드 길이에 20개의 타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골프장의 잔디는 골프 산업에서 유명한 Zeon Zoysia 잔디와 열대 기후에 적합한 TifEagle Bermuda 잔디를 특별히 선택했으며 페어웨이는 부드럽고 굽이치는 아름다움과 함께 그림같은 호수들이 각 홀마다 조화롭게 배치된 벙커와 어우러져 골퍼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합니다.
11월 6일 목요일 아침 입동이 막 지난 후 예전부터 약속했던 코스 탐방을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다.
개관한지 6년이 된 웨스트 레이크 앤 빌라스 골프코스는 호찌민 골퍼들에게는 그리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호찌민 시내에서 거의 2시간을 할애하는 긴 드라이브를 거친 후에 마주할 수 있는 골프코스이기 때문이다.
한 5년여전에 개관 후 얼마되지 않아 우연히 다녀온 적은 있으나 노쇠한 필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었는데, 얼마전부터 씬짜오베트남과 인연이 되어 필드 탐방을 하고 그 탐방기를 기사로 올리기로 하였는데 이런저런 일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다음 호에는 탐방기가 나가야 한다는 편집부의 강력한 주문으로 주중에 다녀오기로 하고 길을 나선 것이다.
11월 6일 오전 11시에 예약을 넣고 호찌민 교민사회에서 싱글 골퍼로서 칠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명성을 날리는 신동열 사장을 동반자로 초대하여 둘이서 코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시내에서 가까운 골프장을 다니던 습관을 털어내고 평소보다 1시간이상 더 여유를 잡고 출발했다. 빈탄군 사무실에서 1시간 50분 정도 차를 달려 웨스트 레이크 골프코스에 도착했다.
코스까지 가는 길은, 시내를 관통하여 꽁하 주변의 복잡한 길을 벗어나면 베트남의 전형적인 한적한 국도가 이어진다. 오랜만에 만나는 베트남의 국도를 한가하게 달리며 도로변의 풍경을 바라보면 여기가 베트남이고 지금 일을 위해 골프장을 간다는 현타가 찾아든다. 참 오래토록 베트남과 인연을 쌓아가고 있는 셈이다.
골프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풍경이 달라진다. 골프 앤 빌라스란 이름 답게 입구부터 늘어선 멋진 빌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클럽 하우스에 도착하니 대기하던 직원이 나와 골프클럽을 받고 예약을 확인하고 이름을 적어 클럽 카드를 내준다. 그 카드로 체크인 카운터에서 입장을 확인하고 라커를 배정받았다. 편집부에서 내준 무료 라운딩 티켓을 제출하고 비용 처리를 마쳤다. 꽁하근처에서 출발한 신동열 사장은 골프장까지 1시간 정도 소요되었다고 한다. 시내나 2군, 푸미흥에서 출발하는 것 보다 1시간 정도 빠르다. 그래서 이 골프장은 꽁하 근처에 계시는 골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웨스트 레이크 골프코스의 라운지는 호찌민의 다른 곳에 비교하여 모자람이 없다. 널찍한 공간 중앙에 골프장 전경과 빌라가 줄 지어선 커다란 모형이 눈길을 끈다. 꽤 넓은 식당에 들어서니 전면 유리문 너머 자연 그대로의 연습장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코스(10번 홀)부터 나섰다. 코스 전장을 살펴보니 골드티가 7,045 야드, 불루티가 6,599 야드, 화이트티가 6,216 야드, 레디스티가 5,686 야드로 꾸며져 있는 18홀 코스다. 짧은 코스는 아니다. 평균치보다 조금 긴 축에 속하는 전장이다.
화이트 티 박스에 티를 꽂았다. 342 야드 길지 않은 홀이다. 몸도 풀지 않고 휘두른 드라이버 답게 200야드 정도 날아 페어웨이에 떨어진다. 카트를 출발하는데 페어웨이 안으로 카드가 들어간 자국이 보여 우리도 가능한가 물었는데 단호하게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데 왜 자국이 많이 남아있나 아직도 궁금하다.
일부로 좀 걸어봤다. 오늘은 골프가 주 목적이 아니라 이 골프장 탐방이 목적이다. 페어웨이 상태가 깨끗하다. 디봇 자국도 거의 없는 듯하다. 조금 긴 듯한 잔디가 깔린 페어웨이는 푹신한 느낌을 준다. 그린까지 150야드 정도 남겨둔 거리에서 몸이 아직 안 풀렸다며 한 클럽 길게 잡고 친 공이 그린 초입에 간신히 앉는다. 그리고 예상대로 3퍼트, 보기로 시작한다.
3펏을 하며 그린 상태를 살펴보았는데 흔치 않게 잘 관리된 듯하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정상적인 그린이다. 최근 호찌민 근방의 골프장의 코스 상태를 정말 절망적이다. 페어웨이는 온통 디봇자국으로 얼룩져 있고 그린은 마치 한동안 유행처럼 입던 찢어진 청바지처럼 군데군데 병이 들어, 잔디인지 맨땅인지 구분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엉망이다. 그래도 어떠하겠는가? 그대로 치라 하면 칠 수 밖에. 문제는 전면적으로 병들어 있어 전체 그린을 통째로 갈아 엎지 않으면 정상으로 돌아올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웨스트레이크 코스의 잔디 관리는 진짜 훌륭해 보인다. 잘 정돈된 페어웨이 상태도 훌륭하고 그린도 깨끗하다. 그린 색이 달라지는 부분은 잔디 결이 바뀌는 것을 보여줄 뿐 넓은 그린의 굴곡을 그린에 올라서면서 파악이 가능하도록 잘 관리되어 있다.
베트남이 잔디 관리에 대하여는 골퍼들 사이에 불평이 크다. 날이 갈수록 좋아져야 하는데, 베트남의 페어웨이와 그린의 잔디 상태는 마치 많은 세월을 보낸 늙은이처럼 시들어가는 듯이 보인다. 방문객이 많은 시내 근처 골프장일 수록 상태가 불량하다.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하며 기다려보지만 날이 갈수록 더욱 너절해 지며 기대를 저버린다. 골프장 잔디관리는 전문적 영역이다. 베트남 골프 코스를 관리하는 엔지니어들은 누구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예전에는 일본인 기술자가 투득 골프장 잔디 관리를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아주 훌륭한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누가 관리하는지 모르지만 잔디는 날이 갈수록 썩어가고 있다. 오늘이 나에게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처럼 그나마 지금이 가장 좋은 잔디 상태인지 모르겠다.
그런 병든 잔디가 깔린 호찌민 골프장에서 공을 치다가 이곳에 오니 그제서야 골프장 잔디가 어떤 것이 정상인지 알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할렘가에서 지내다 온 탓인가 정상적인 잔디가 낯설어 보인다.
2번째 홀인 11번 홀은 파5 다. 전장 515 야드, 별다른 장애물은 보이지 않는다. 홀을 뺑 돌아 호수가 둘러싸고 있다. 드론으로 하늘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멋진 장면이 나올 듯하다. 그 풍경을 돌아보다 그린을 놓치고 또 예쁜 그린잔디에 눈길을 보내다 3펏을 하며 더블보기를 기록한다. 그렇게 게임보다는 코스 파악에 눈길을 보내며 치다 보니 성적이 좋을 리가 없다.
“그렇게 치다가 보기 플레이라도 하겠어요?” 하며 신사장이 짐짓 핀잔을 던진다. 신사장은 전반 나인홀을 2오버, 38타로 돌았다. 필자는 11개를 쳐서 47타을 기록했다. 퍼트의 달인 소리를 듣는 신사장은 특히 이 구장에서는 퍼트가 훨훨 날았다. 퍼트가 생각대로 들어간다며, 그린 잔디가 잘 관리된 탓이라고 칭송한다. 대신 필자같이 험한 구장에서 놀던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렇게 잘 정돈된 그린이 익숙지 않은 탓에 전반에 3펏을 3개나 했다.
알았어. 이제 코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파악했으니 후반에는 제대로 쳐 보자고 하며 후반 인코스 10번홀로 넘어가기 전, 그늘 집에서 땀을 닦고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며 후반의 파이팅을 다짐한다.
전반을 돌고나서 느낀 소감은 코스의 디자인이 특별하지는 않지만 크고 작은 호수를 이용한 다양한 홀을 설계한 느낌이다. 각각의 홀이 나름대로 다른 전략을 요구했다. 멋진 잔디 결을 가진 그린은 결코 평이하지 않았다. 깊은 언듈레이션은 없지만 업 앤 다운의 조화가 잘 구성되어 있다. 왜곡된 경사는 없었지만 난해한 라이로 이 코스가 익숙지않은 필자에게는 3펏을 안겨주곤 했다. 벙커는 비교적 고운 모래지만 무겁지 않을 정도여서 정상적인 벙커샷을 가능하게 해준다. 벙커 관리도 잘 되어있어 불의의 발자국이나 거친 관리 자국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었다.
맥주를 마시고 일어나 1번홀을 나가는데 앞 팀이 있다. 원래는 없었는데, 우리 팀이 맥주는 마실 때 우리를 앞질러 간 듯하다. 베트남에서는 흔한 일이다. 별 수 없이 그들의 티샷을 기다리고 있는데, 캐디가 마샬에게 전화를 하더니 3번홀로 넘어가서 치고 다시 1,2 번 홀을 마지막에 치자고 한다. 캐디의 현명한 조치로 3번홀로 넘어갔다. 우리에게 후반전 첫번째 홀이다.
그 3번홀은 536야드 파5 홀이다. 그린 전방 60야드 정도에 약 15야드 넓이의 해저드가 페어웨이를 가로 지르며 그린을 막아서고 있다. 필자의 3번째 샷이 그 해저드에 빠져 5온을 하고 더블 보기를 기록한다. 후반에는 잘 치기로 했는데 첫 홀부터 이 모양이니 참 난감한 일이다. 그래도 이 홀은 이 골프장의 시그니처 홀로 삼을 만하다. 세번의 샷이 다 잘 맞아야 파가 가능한 홀이다.
전반적으로 넓은 페어웨이가 드라이버 염려를 덜어준다. 모든 홀은 물과 친근한 관계를 자랑하듯이 늘 가깝게 배치되어 있다. 왜 레이크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가 된다.
그리고 그 후로 8개 홀을 보기 3개로 막고 파를 5개 하며 5오버로, 신사장과 후반에는 같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그래, 정신 차리면 점수도 좋아진다니까. 결국 신사장 79, 필자는 88. 간신히 보기 플레이 언더를 기록했는데, 거의 처음 치는 코스와 다름없으니 그런대로 선방한 셈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코스를 돌며 중간 중간에 느낀 점을 녹음으로 기록해 두었는데, 이 글을 쓰며 녹음 테이프를 다시 들어보니, 전반적으로 이 코스는 호수를 이용한 디자인이 각별해 보였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잔디 상태가 거의 완벽하여, 페어웨이 어디나 흠이 없었고, 잔디에 공이 박히거나 깊게 묻히지 않고 잔디위에 떠있는 상태라 샷이 편안했다는 느낌을 언급하고 있었다. 또한 그린 상태 역시 완벽하다 할만했다. 원하는 거리만큼 그리고 예상한 경사만큼 구르고 휘었다. 퍼팅 라인 설계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요즘 퍼팅 입스에 시달리는 필자도 후반에는 익숙해졌는지 퍼트 미스가 별로 없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만 파3홀들의 거리가 대동소이 하여 아이언 티샷의 변별력을 가름할 기회가 없었던 점이 아쉽다고 할 수 있다.
18홀 전체를 돌아보면 400야드 정도의 긴 파 4홀이 두개 있는 반면, 300 야드 초반의 홀이 3개로 구성되어 있어 긴 홀과 짧은 홀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페어웨이는 전반적으로 넓은 편이라 장타자들에게 편한 라운드가 될 듯하다. 파 5홀 역시 거리가 멀어서 힘들다는 느낌을 주는 홀은 없었던 듯하지만 오히려 넓은 페어웨이로 인해, 방향이 어긋나면 정해진 거리보다 50야드 정도는 더 길어질 수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코스의 종합적인 평가는, 주관적이긴 하지만 코스만 따진다면 호찌민 근방에서는 최고라고 꼽아도 손색이 없다. 캐디? 교외 골프장 치고는 상대적으로 잘 훈련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캐디는 복불복이다. 내가 그날 운이 좋은 탓이다. 연습장도 좋았다. 우리는 예상보다 일찍 라운드를 마친 탓에 샤워를 하기 전에 잠시 연습장을 들려 공을 몇 개 쳐보았는데 일단 탁 뜨인 연습장 전경이 마치 필드에서 치는 것과 동일한 느낌을 주고 있었고, 특히 연습장 공이 골퍼들이 라운드에서 사용하는 공이라 자신이 나가는 거리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조금 더 젊은 신사장, 라운드를 마치고도 연습공을 열심으로 두드린다. 골프를 잘 치는 비결은 연습뿐이란 것을 보여주는 듯.
웨스트 레이크 골프 코스, 코스와 관리 등 전반적으로 A+를 줄만한 우수한 골프장인데, 다만 호찌민에서 거리가 먼 탓에 많은 방문이 이루어지는 것 같지 않다. 방문객을 더 늘이기 위하여는 특별 프로모션을 자주 시행하여 훌륭한 잔디에서 플레이하는 멋진 경험을 심어준다면 골퍼들이 자주 방문하게 되는 동기가 될 듯하다. 겨울에는 호텔과 빌라를 보유한 이점을 살려 해외 골프 연습생들의 전지 훈련 장소로 홍보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듯하다.
호찌민 근교 골프장의 시든 잔디에 지친 기분을 달랠 필요가 있을 때 한시간 정도 더 여유를 잡고 다녀올 만하다. 필자 역시 오랜만에 제대로 된 잔디를 밟은 덕분에 스코어와 상관없이 라운드 후기가 밝다. 아무래도 길이 좀 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1박 2일 정도의 일정을 잡아 여유있는 라운드를 계획한다면 먼곳을 일부러 찾지 않아도 좋은 경험을 만들 수 있는 듯하다.
돌아오는 길에 꾸찌 길목에 SHUSHI WORLD 라는 일본식 프랜차이즈 식당이 있다. 운동으로 사용한 칼로리를 생선의 단백질로 보충하기에 알맞은 식당이다. 꾸지 지역이라 그런지 호찌민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가벼운 사케 한잔의 맛과 유쾌한 동반자의 미소에 몸이 절로 풀린다. 다시 국도변을 따라 저물어가는 호찌민 거리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