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경간 데이터 이전시 당국 승인 의무화…트럼프 재집권 앞두고 통상마찰 우려
베트남이 중국식 데이터 규제를 골자로 한 새로운 기술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미국 IT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닛케이 아시아지가 13일 보도했다.
최근 베트남 국회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데이터법 초안 심의에 돌입했다. 이 법안은 기업이 국경을 넘어 데이터를 이전할 때마다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하고, 당국이 접근할 수 있는 사용자 데이터 범위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 자문에 참여한 다수의 변호사들은 이번 법안이 중국의 데이터 규제를 상당 부분 모델로 삼았다고 밝혔다. 베트남이 반도체와 인공지능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시점에 중국식 규제를 도입하려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페이스북, 아마존, TSMC, 델리버루 등이 회원사로 있는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베트남과의 무역적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양자 무역관계 보호를 위해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디지털 서비스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스턴칼리지의 칸 부(Khang Vu) 객원연구원은 “베트남은 트럼프 행정부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더 많은 미국 제품을 구매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링클레이터스 법률사무소는 “법안이 중국 본토의 최근 데이터 규제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며 “데이터 수출 승인, 보안 평가, 불명확한 데이터 분류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구글, 그랩, 스포티파이 등이 소속된 아시아인터넷연합(AIC)은 “거리 CCTV에 찍힌 행인처럼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개인의 동의를 어떻게 받을 수 있느냐”며 “사기 예방이나 불법 행위 적발의 경우 범죄자의 데이터 처리 동의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팜 반 호아(Pham Van Hoa) 국회의원은 “국제 관행을 존중하되 데이터 주권과 국익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안은 이달 말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담 시트코프(Adam Sitkoff) 주베트남 미국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은 “당국과 협력해 부담스러운 요건들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려 노력 중”이라며 “베트남 정부가 서두르는 입법 과정을 재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닛케이 아시아 2024.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