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October 22,Tuesday

건강식품이야기-대한민국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70년 변천사

대한민국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지난 70여 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루며 현대 과학 기술과 전통의 조화를 이뤄냈다. 1950년대 전통 한방 약재에서 출발해 현재는 첨단 기술을 접목한 맞춤형 영양제에 이르기까지, 이 시장의 변천사는 한국 사회의 발전 과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어머, 이번에 나온 새 영양제 들어보셨어요?” “아유, 요즘 그게 좋다더라고요. 우리 아들도 먹이고 있어요.”
골목 어귀에서 만난 이웃들의 수다 한 토막. 건강기능식품은 그야말로 ‘유행’을 타는 품목이다. 아니, 유행에 ‘민감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마치 패션쇼의 런웨이를 누비는 모델들처럼, 시대별로 각광받는 제품이 달라지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제품이 약국과 마트 진열대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세대를 넘나드는 대화 속에서도 건강에 대한 관심은 한결같다. 그렇다면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어떤 제품을 애용했을까? 지금 20대들은 또 어떤 제품에 열광하고 있을까?

이번 호 Health Ingredient에서는 타임머신을 타고 한국 건강기능식품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세대별로 사랑받았던 제품들을 살펴보다 보면, 그 시대의 얼굴이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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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시대의 건강 회복 – 원기소와 박카스의 등장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외국의 원조식량에 의존해 왔던 1950년대와 경제발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70년대에는 건강식품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결국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에 이르는 기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우리나라에 건강식품에 대한 개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 이후, 국민들의 건강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이 시기에 등장한 ‘원기소’와 ‘박카스’는 당시 한국인들의 건강 증진에 큰 역할을 했다.

원기소: 전통의 지혜를 담은 활력제
‘원기소’는 1956년 서울약품공업사에서 처음 출시한 제품으로, ‘원기를 북돋우는 소화제’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허약한 체질 개선과 소화 촉진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필수적인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건강보조식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에는 비타민과 같은 영양제가 드물었기 때문에 원기소는 필수적인 영양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다. 원기소의 인기는 1969년을 배경으로 한 만화 ‘검정고무신’에 등장할 정도로 대단했다. 주인공 기영이가 엄마가 외출한 사이 원기소 한 통을 다 먹어치우는 에피소드는 당시 어린이들의 원기소에 대한 애정을 잘 보여준다. 원기소는 당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었으며, 그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현대적인 버전으로 재 출시되고 있다.

박카스: 현대적 피로회복제의 시작
‘박카스’는 1961년 동아제약에서 출시한 제품으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현대식 피로회복제였다. 타우린, 이노시톨, 니코틴산아미드 등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피로 회복과 활력증진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 ‘박카스’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의 술의 신 ‘바커스(Bacchus)’에서 따온 것으로, 활력과 생동감을 상징한다. 박카스는 출시 이후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왔으며, 현재까지도 대표적인 피로회복 음료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드링크 타입과 정제 타입으로 다양화되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러한 제품들은 현대적 의미의 건강기능식품 범주에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지만, 당시 한국인들의 건강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후 건강기능식품 시장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경제 발전과 함께 시작된 본격적인 시장 형성
(1970년대 ~ 1980년대 초반)

1970년대 후반부터 한국의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며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었다. 이에 따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건강식품에 대한 개념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비타민과 같은 영양 보충제, 야쿠르트와 같은 유산균 발효유, 그리고 인삼을 포함한 전통적인 성분을 활용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60년대 출시돼 인기를 누리던 박카스의 경쟁제품이 등장한다. 1971년 일양약품에서 출시한 인삼 드링크 및 자양강장제인 원비디로 기존의 ‘원비정’ 비타민제에 인삼 추출물을 섞고 액상형 드링크로 바꾼 제품이었다. 쌉사름한 맛과 당대 최고의 스타 최불암을 CF 모델로 기용해 대히트를 쳤고, 이는 일양약품이 메이저 제약사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다.

건강 붐과 규제의 시작
(1980년대 후반 ~ 1990년대)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고,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생활환경이 부각되면서, 건강기능식품은 더욱 인기를 끌게 되었다. 특히, ‘성인병’이라는 개념이 대두되면서 예방적 차원에서의 건강기능식품 소비가 증가했다. 또 다양한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며 새로운 유형의 건강기능식품이 등장한다. 키토산, 감마리놀렌산 같은 낯선 이름의 제품들도 쏟아져 나왔다. 홍삼, 스쿠알렌 등이 주요 인기 품목으로 자리잡으며, 건강식품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며 시장의 규모도 크게 확대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현재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속에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며 이 높아지며 과장 광고나가짜 광고로 인한 피해와 식품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1989년부터 건강기능식품 관련 업종을 별도 제도로 분리해 관리하며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본격적인 법제화의 기반이 되었다. 또한 이 시기에는 글로벌 트렌드의 영향으로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제품들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IMF 침체기를 넘어 새로운 활로를 찾아
(2000년대 초반 ~ 2000년대 후반)


200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한국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와 소비자 행동의 변화로 인해 크게 발전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한국 사회에서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였고 이는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만성 질환 예방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한 보조제를 넘어 예방적 차원에서 건강기능식품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특히, 노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서도 이러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웰빙 열풍과 함께 자연 친화적인 제품들이 주목받기 시작하여 아사이베리, 녹차 등 천연추출물 원료 제품들이 유행했다. 이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질병 예방을 넘어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었다. 종합 비타민과 단일 비타민 제품도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았고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오메가-3 지방산이 포함된 EPA 및 DHA 오일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 체중 관리 및 다이어트를 위한 기능성 제품들이 증가했다. 2004년에는 ‘건강기능식품법’이 제정되어 건강기능식품의 제조 및 판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습니다. 이 법은 소비자 보호와 제품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다양성의 확대와 새로운 트렌드의 등장
(2010년대 ~ 현재)
2010년 이후 한국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급속한 성장과 변화의 시기를 겪으며, 소비자층의 분화, 소비자층은 물론 제형, 원료까지 다양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2010년대 초반부터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2023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6조 2천억 원에 달하며, 5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해 약 27% 증가했습니다 [1].
건강기능식품의 주요 소비자가 중장년층에서 젊은 세대(20대~30대)로 확장되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 + Z세대)는 뷰티와 웰빙에 관심을 가지며,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로 인해 소비자들은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소셜 미디어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도 증가했다. 체지방을 분해한다고 알려진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이 여성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고, 장 건강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이 시기부터 성장세가 가파르게 나타났다. 종근당건강의 ‘LAC-TO FIT’은 2010년대 중반에 출시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으로, 장 건강 개선에 초점을 맞추었다. 유산균 3종을 복합적으로 함유하고 있어 장내 유익균 증식과 유해균 억제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눈 건강, 관절 건강, 피로 회복 등을 위한 다양한 기능성 원료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으며운동과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단백질 보충제의 수요도 급증했다. 키즈 영양제 시장에서는 아이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젤리나 액상 형태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여러 전염병 확산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인삼, 홍삼 제품들이 다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콜라겐,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 방지에도움을 줄 수 있는 글루타치온, 그리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체지방 감소 기능성 제품들이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1]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자료

시대의 바로미터 ‘건강보조식품’
한국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초기의 단순한 영양 보충에서 시작해 현재는 다양한 건강 문제에 대응하는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판매 동향은 사회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이를 통해 향후 사회의 변화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중 하나다. 앞으로도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더욱 특화된 제품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제품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규제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기능식품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았고, 앞으로도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은 보조제일 뿐이며,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이 건강한 삶의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이러한 균형 잡힌 접근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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