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
150년 전 현대 의학의 시작과 함께 인류는 평균 수명 증가라는 전례 없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1,200만 명의 의사를 포함해 약 1억 명에 달하는 의료진이 인류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 매년 수십만 명의 신규 의사가 배출되고, 그중 일부는 학계에 남아 지속적인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과학 혁명의 시대, 의학계 역시 연구의 홍수 속에 있다. 그러나 이 풍요 뒤에 도사린 그림자가 있다. 쏟아지는 연구물의 신뢰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번 호에서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콜레스테롤 관련 연구의 맹점을 심층 분석한다. 기본적인 의문은 과연 콜레스테롤은 건강에 나쁜 요인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 호에서는 콜레스테롤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추적하며 넘쳐나는 의학 정보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따라야 하는지 함께 살펴보기로 하자. 현대 의학의 축복과 함께 찾아온 새로운 도전, 그 해법을 찾아 나선다.
콜레스테롤의 편견
콜레스테롤은 지질 또는 당지질의 일종으로, 동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성분이다. 세포막 생성과 유지가 주요 기능이며, 담즙의 구성요소로서 남은 콜레스테롤은 담낭에 저장돼 배출된다. 또한 햇빛을 받으면 체내에서 합성되는 비타민D의 원료이기도 하다. 주목할 점은 콜레스테롤이 신경계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물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콜레스테롤 자체가 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콜레스테롤은 오랫동안 의료계와 일반 대중에 의해 악의로 여겨져 왔다. 수십 년 동안 우리는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심장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말을 들었고, 이러한 믿음으로 인해 스타틴과 같은 콜레스테롤 저하 약물이 널리 사용되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이러한 오랜 인식에 도전하여 콜레스테롤이 한때 생각했던 식이요법의 악마가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여러 학자들과 기관의 연구 결과들은 이러한 통념을 뒤집고 있다. 다소 비만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권고치보다 높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어 의학계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그럼에도 1980년대부터 형성된 오래된 건강 상식은 여전히 강력하다. 허리는 날씬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는 기준치보다 낮아야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믿음이 상식으로 굳어져 있다. 이를 의해서 많은 이들이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를 위해 부작용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스타틴 계열의 콜레스테롤 저하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신체에서 콜레스테롤의 역할
콜레스테롤은 신체가 세포를 만들고 특정 호르몬을 생성하는 데 사용하는 필수 물질이다. 최근의 연구결과를 반영하듯이 모든 콜레스테롤이 나쁘다는 인식이 한발 물러나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로 분류되는 저밀도 지질단백질(LDL)과 “좋은” 콜레스테롤로 간주되는 고밀도 지질단백질(HDL)이 있다고 분류하는데 이 역시 동의하지 않는 연구결과가 속출하고 있다. 기존의 의학계가 말하는 나쁜 콜레스테롤 LDL조차 수치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심장 질환을 반드시 예방할 수 없으며 심지어 의도하지 않은 건강상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엇이 옳은가?
콜레스테롤에 대한 재인식
가톨릭 관동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상욱 교수팀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국가 건강검진을 받은 1,281만 명을 약 10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발표됐다. 이 연구는 기존의 의학 상식과는 상반되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은 ‘좋은’ HDL과 ‘나쁜’ LDL로 구분된다. 권장 수치는 LDL 130㎎/㎗ 미만, HDL 60㎎/㎗ 이상이며, 총콜레스테롤은 200㎎/㎗ 미만이 권고된다. 200∼239㎎/㎗는 ‘경계위험’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이 교수팀의 연구에서 사망위험이 가장 낮은 수치는 오히려 권고치보다 높은 210∼249㎎/㎗였다. 총콜레스테롤 농도와 사망위험 사이에는 ‘U자’ 모양의 연관성이 나타났으며, 이 범위를 중심으로 농도가 더 높아지거나 낮아질수록 사망위험이 증가했다.
이상욱 교수는 “심장병 위험만 볼 때는 총콜레스테롤 농도를 200 미만으로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뇌출혈과 만성폐쇄성폐질환, 간 질환, 간암 등의 관련 질환을 모두 포함할 경우에는 210∼249㎎/㎗에서 사망위험이 가장 낮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65세 이상 장년층의 경우 마른 것보다는 적당히 살이 있을 때 사망률이 낮고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조정진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에서는 과체중 또는 비만이 오히려 사망위험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일견 기존의 통념과 반대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특정 조건에서 콜레스테롤이나 체중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연령대와 개인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최적의 콜레스테롤 수치와 체중이 다를 수 있으며, 특히 노년층에서는 기존의 권고치보다 약간 높은 수치가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들의 연구는 의학의 발전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인식은 의학의 역사와 함께 변화해왔다. 과거에는 무조건 줄여야 하는 ‘악마’ 같은 물질로 취급되었지만, 현대에는 수치를 적절히 조절해야 하며 몸에 꼭 필요한 물질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들은 이러한 변화된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콜레스테롤에 대한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콜레스테롤 약물, 스타틴과 그 부작용
스타틴은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해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물 중 하나다. 스타틴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지만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스타틴을 기억 상실, 근육통 및 당뇨병 위험 증가와 연관시켰다. 대규모 관찰 연구에서는 스타틴 사용이 치료 시작 후 30일 이내에 급성 기억 상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틴은 또한 세포 에너지 생산에 필수적인 분자인 코엔자임 Q10의 신체 생산을 방해한다. 이 효소가 고갈되면 근육 약화와 피로가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스타틴 요법의 부작용에 따른 해로움이 약물이 주는 이점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험의 한계와 의학의 발전
과학은 모든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탐구의 방법이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는 새로운 발견과 재해석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의학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지만 동시에 계속해서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가 일반인들에게 전달될 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콜레스테롤에 관한 관점의 변화가 이를 잘 보여준다. 1961년 미국 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는 콜레스테롤 섭취량에 대한 경고를 발표했고,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기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GAC)의 2014년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콜레스테롤이 위험 식품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이는 섭취되는 콜레스테롤의 양과 혈관 내 LDL 농도가 정비례하지 않아, 음식으로 섭취되는 콜레스테롤이 심혈관질환과 큰 관계가 없다는 결론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식이지방, 혈중 콜레스테롤, 심장질환 사이의 복잡한 인과관계나 영향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음식을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LDL(저밀도 지단백질)과 심혈관 질환의 상관관계는 이미 수많은 실험으로 입증되었다고 보고되었다. 비록 그 보고서에 이익단체의 의견이 포함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온라인 건강정보 시대
– 비판적 사고와 전문가 조언이 건강 정보 해석의 핵심.
콜레스테롤 연구는 온라인 건강정보 시대에 무분별한 정보 수용이 아닌 비판적 사고와 전문가 자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건강정보의 대부분은 과학적 연구와 의학적 실험의 결과다. 특히 이러한 정보가 특정 조건 하에서 나온 실험 결과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로 인해 초기 정보가 바뀌고 시간이 지나면서 재해석되는 일이 빈번하다. 과학자들이 발표하는 내용은 특정 조건과 상황에서 도출된 결과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196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되어 이제 막 60년 된 콜레스테롤에 대한 정보가 변화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콜레스테롤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몸에 해롭다는 본질적인 사실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에 따라 식이지방, 혈중 콜레스테롤, 심장질환 사이의 복잡한 인과관계나 영향이 아직 명확하지 않을 뿐이다. 온라인 건강정보는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이를 맹신하거나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필요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다. 건강한 정보 소비가 건강한 삶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우리 모두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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