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소심필담(小心筆談)

지난 10월 10일 저녁 갑자기 모든 매체가 한가지 뉴스를 쏟아냅니다. 바로 한국 역사상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뉴스입니다. 한강이라는 이름의 54세 여류작가가 드디어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자로 지정되었습니다. 엄청난 뉴스입니다.

늘 일본과 한국을 비유할 때 많이 쓰이던 소재가 바로 노벨상 수상자 수였지요. 한국은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한국이라는 특수한 정치적 상황이 고려되어 나온 것이라 수상의 의미에 대한 평가가 사람에 따라 달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탓에 우리는 늘 노벨상에 대한 열등의식이 있었는데, 이번에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데 모든 국민이 환호를 지릅니다. 이제 우리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을 원서로 읽게 된 것입니다. 아마도 모든 서점의 쇼윈도가 예전에는 보지 못한 한국작가의 노벨 문학상이라는 표어로 리모델링 되고 있는 중일 것입니다.
한강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의 기쁨과 함께 이 수상이 의미하는 몇 가지 사항을 짚어 보기로 하지요.
먼저 한국의 국격이 달라졌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한국의 국격이 높아짐으로 자연스럽게 한국작가들에게 세계의 눈길이 모아진 덕에 훌륭한 번역가가 등장하고 그로 인해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최근 세계인의 지대한 관심의 대상인 한류의 높은 위상 역시 수상에 도움이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문화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예전과는 달리 우리의 문학작품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든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이번 수상은 아시아 여성으로는 최초라는 것은 아시아 여성의 존재를 다시 한번 주시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역시 한국 여성의 능력은 같은 한국인으로도 놀랄 때가 많습니다.

노벨 문학상은 문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입니다. 따라서 수상자가 갖는 명성은 어느 상보다 큰 영향력을 갖습니다. 이 상의 수상 기준은 문학 작품이 가진 예술적 가치를 포함하여 우리 인간 세상에 미친 영향력과 사회적 메시지 등이 고려됩니다. 따라서 노벨 문학상은 단순한 문학적 성취를 넘어서, 시대를 초월하는 인류의 가치와 그 삶을 깊이 탐구한 작품들에게 주어지곤 합니다.

또 한가지 노벨상이 특별한 이유는 세계 문학의 다양성을 인정하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언어, 전통을 가진 작가들에게 수여됨으로써 문학의 다양성을 전 세계의 서로 다른 목소리로 담아내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상적 지향성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은 그동안 서양이나 국력이 강한 나라 위주로 다루어진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문학상은 언어의 구조적 편향성을 지니고 있는 탓에 더욱 그런 성향이 두드러지는 분야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수상 역시 우리 국력의 강세가 그 수상에 힘을 보탠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이번 한국인의 수상은 시기적으로 당연하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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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에서는 수상의 기쁨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수상작가의 몇몇 작품이 주로 한국의 어두운 역사, 특히 사상적인 갈등으로 인한 사건을 소재로, 정치적 이념이 담겼다는 점이 국내에서는 논란거리로 등장합니다. 어린 나이에 지나온 5 18이나 타인의 얘기로 인용된 제주 4 3 사건 등, 여러 정치적 사건들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젊은 작가의 개인적 상상을 기반으로 다루어졌다는 점에서 수상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반응도 있습니다.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역사의 실존 사건을 기반으로 사용한 탓에 느낄 수밖에 없는 한국인만의 불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에 흐르는 전반적인 기조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그 사건을 겪으며 드러나는 인간의 무력함과 나약함을 시적 산문으로 다루었다고 평론가들은 말합니다.

절대적 환영과 비판, 이러한 양면의 반응은, 타민족의 야욕으로 시작된 한반도의 정치 사상적 갈등이 아직도 많은 분야에서 화합을 이루지 못한 채 우리 민족의 가장 무겁고 어두운 숙제로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상을 통해 한국의 문화가 다시한번 주목받으며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마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가 세간의 관심을 모은 것처럼, 이제 한국의 문학도 세계의 주류로 등장하며 그 역할을 확대하게 될 것을 믿습니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을 만들어낸 최고의 공로자는 작가를 제외하고는 번역을 맡은 영국인 작가 데보라 스미스(여 37) 입니다. 그녀는 한강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하여 세계 삼대 문학상 중에 하나인 맨부커상을 한강작가와 함께 받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한국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고 한글을 독학으로 공부하여 번역 작업을 한 희귀한 케이스이기도 합니다. 영문학을 전공한 영국인이 한글을 독학으로 공부하여 번역 작업을 하게 되는 이런 상황은 참 낯선 일이지만 역으로 현재 한국의 높아진 국제 위상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훌륭한 번역가들이 많이 나와서 주옥 같은 한국문학 작품들이 세계인의 정서 함양에 귀한 소재로 사용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책 읽기 좋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시기에 알맞은 소식으로 인터넷에 중독되어 책을 멀리하는 우리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책을 가까이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우리 모두 잠시 서재에 쌓인 먼지를 터는 시간을 가지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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