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September 27,Friday

이달의 골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일반 대회 우승도 쉽지 않지만 메이저대회 우승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김주형, 임성재, 김시우 등 후배 선수들이 종종 PGA투어에서 우승했지만 아직 메이저대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양용은 이후 아시아 출신 메이저대회 챔피언은 2021년 마스터스를 제패한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유일하다.

메이저대회 우승자들은 매년 역대 챔피언들을 모아 식사를 대접하는 ‘챔피언스 디너’ 행사를 연다. 양용은 역시 매년 PGA챔피언십 챔피언스 디너의 초청대상이다. 사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근사한 정장을 차려 입고 행사에 참여해 왕년의 챔피언들과 옛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양용은은 “매년 15~20명 안팎의 챔피언들이 행사에 참여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내가 유일한 아시아 출신이다. 그런 점에서 뿌듯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양용은은 골프를 늦게 시작했다. 단기사병으로 군대를 다녀온 후 생활비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자리를 잡은 게 골프 연습장이었다. 숙식을 제공하는 제주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골프공을 줍고 각종 뒤치다꺼리를 하며 독학으로 골프를 익혔다. 어깨너머로 프로들의 샷을 배우고,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보며 하루 12시간씩 공을 때렸다. 그는 “돌이켜보면 PGA투어 3승을 거둔 김주형 나이에 골프를 시작했던 것” 이라며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 선수층이 그리 두텁지 않았다. 어쨌든 잘 견뎌내고 프로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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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프로에 데뷔한 뒤 그는 ‘야생마’ 처럼 전 세계를 돌았다. 2002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SBS프로골프 최강전에서 우승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5승을 거뒀다. 유럽 투어에서도 2승을 거뒀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PGA투어에 진출해 2009년 혼다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거뒀고, 그해 PGA챔피언십을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컵을 들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타이거 우즈가 메이저대회에서 선두로 출발해 처음으로 패배한 기록으로 이 패배로 타이거는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그런 양용은이 50세 이후 선수들이 활약하는 시니어 골프 투어에서 데뷔 3년만에 또 우승컵을 들었다. 그는 9월 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노우드 힐스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스 어센션채리티클래식(총상금 210만달러) 최종일 연장전에서 랑거(독일)를 제쳤다.

지난 7월 말 최경주가 미국 PGA 참피온스투어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 ‘제21회 시니어 오픈 챔피언십’ 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이후 한달여만의 낭보다. 역시 한국인의 근성은 알아줄 만하다. 한국의 노병은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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