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해리스 양 후보의 경제정책
2024년 8월 22일, 미국 민주당 전국대회(DNC)가 막을 내리며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추대되었다. 이로써 제60대 미국 대선의 막이 올랐고,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뽑지만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말이 있듯이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은 전 세계적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경제 이슈가 승부의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미국이 추진해온 리쇼어링 정책(해외 진출 기업을 다시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 자유무역의 축소,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물가 상승의 여파가 미국 및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외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이나 베트남 같은 국가들에게는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의 결과가 자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번 호 Biz Hot Issue에서는 해리스와 트럼프 두 후보의 주요 경제정책을 비교 분석해 보고자 한다.
카말라 해리스의 경제정책은 무엇인가?
진보적 바이든의 연장선, 미국 민생안정에 촛점
미국의 2024년 11월 대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민주당의 카말라 해리스 후보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리스 후보의 경제정책과 그 잠재적 영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해리스 후보는 8월 16일 격전지인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구체적인 경제공약을 발표했다. 그녀가 제시한 ‘기회의 경제(opportunity economy)’ 비전은 기회균등의 원칙을 강조하며, 주로 국내적인 이슈인 물가안정과 중산층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현 바이든 정부 하에서의 물가상승에 대한 책임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의 주요 경제정책은 다음과 같다.
물가안정 정책
★ 취임 후 100일 내 물가 인하 공언
★ 식료품 기업의 부당한 가격인상을 금지하는 법안 지지
★ 임대료의 부당한 인상을 금지하는 법안 촉구
★ 연방거래위원회(FTC)에 기업의 벌칙 부과 권한 부여 제안
해리스는 일부 대기업, 특히 식료품 체인점의 과도한 수익 추구가 물가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이를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통제 정책은 시장 메커니즘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주택공급 촉진 정책
★ 임기 4년 동안 300만 채의 주택 건설 목표 설정
★ 청년 가구의 첫 주택 구입 시 건설회사에 세금 우대 제공
★ 주택개발 지원에 400억 달러의 기금 설정
★ 최초 주택구입자에게 2만5천 달러 지원
★ 대규모 주택 구입 투자자의 세제우대 철폐 추진
이러한 정책은 주택 시장의 안정화와 청년층의 주택 구매 기회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만큼,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요구된다.
아동 및 저소득층 지원 정책
★ 최대 3,600달러의 아동세액공제 재도입
★ 신생아 가정에 1년간 최대 6천 달러의 세금공제 실시
★ 저소득층 소득세 공제를 최대 1,500달러로 설정
해리스는 이러한 정책으로 1억 명 이상의 세금 부담이 경감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지만, 재정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의료비 지원 정책
★ 당뇨병 치료약인 인슐린의 월간 약가 상한을 35달러로 설정
★ 의료비 지불을 위한 부채 폐지 추진
★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약가인하 정책 지속
이러한 정책은 미국의 높은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약회사와의 갈등 가능성과 건강보험 시스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무역 및 환경 정책
해리스 후보의 무역 및 환경 정책은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2020년 민주당 예비선거 당시의 입장을 통해 그 방향을 추정해볼 수 있다.
무역 정책
★ 보호무역주의에 반대 입장 표명
★ 트럼프의 일괄 10% 관세가 생활비용을 높인다고 비판
★ 중국에 대한 관세조치 유지 가능성
해리스의 무역 정책은 바이든 현 정부의 기조를 대체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다 자유무역 친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환경 정책
★ 2019년 제안: 10년간 10조 달러 규모의 환경 투자
★ 2035년까지 모든 신차 판매의 오염물질 배출 금지 목표
★ 2045년까지 탄소중립(Carbon neutral) 달성 강조
★ 탄소세 도입과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표명
★ 셰일 오일의 채굴방식 폐지 등 강조
해리스의 환경 정책은 바이든 정부보다 더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에너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적 비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해리스 후보 정책 예측되는 영향
경제적 측면에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 지원은 단기적으로 소비를 진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건설 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어,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법과 유사한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가격통제 정책은 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기업의 투자 의욕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법인세 인상과 각종 규제 강화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재정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주택 공급, 세액공제, 의료비 지원 등의 정책은 상당한 재정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증세 정책으로 일부 재원을 마련할 수는 있겠 으나 월스트리트 저널은 재정적자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한편, 해리스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완화 노력은 국제 무역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미중 갈등의 지속 여부가 주목된다. 아울러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국제 환경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전기차 산업의 발전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망
해리스 후보의 경제정책은 미국내 이슈인 물가안정과 중산층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시장 개입과 재정 확대로 인한 부작용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가격통제 정책과 대규모 재정 지출 계획은 시장 왜곡과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향후 선거 과정에서 정책의 구체화와 변경이 있을 수 있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재원 조달 방안과 기업에 대한 규제 정책의 세부 내용,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적 영향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해리스의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생활 개선과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기업 활동 위축, 재정 부담 증가, 시장 왜곡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 결과는 글로벌 경제와 국제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해리스 후보의 경제정책 동향을 주시하며 그 잠재적 영향에 대한 분석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가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적절한 대응 전략을 수립할 필요 가 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
고립주의, 초강력 관세, 아시아 수출입 경제 사면초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른바 ‘트럼프 2.0’ 정부의 경제정책이 한국 경제와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의 극단적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 정책이 글로벌 경제 질서와 한국 경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정책 방향과 그 영향을 분석해 보았다.
트럼프 2.0의 주요 경제정책 방향
트럼프 2.0 정부의 경제정책은 크게 감세, 보호무역 강화,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 친환경 정책 후퇴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 감세 정책: 트럼프는 법인세율을 낮추고, 1기 때 도입했으나 2025년에 실효 예정인 소득세 감세를 영구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재정 부족은 관세 인상을 통해 충당하려는 계획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를 “관세-감세 복합체(Mix)를 통한 재정균형 추구”로 정의했다.
★ 보호무역 강화: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보편적 기본관세’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세계 최저 수준인 미국의 평균 관세율(3.3%)이 미국 제품의 시장경쟁력과 일자리, 근로자 임금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면 배제하는 디커플링 정책을 통해 바이든의 디리스킹(De-risking) 정책과 차별화를 꾀할 전망이다. 중국에 대한 징벌적 관세율 60% 이상 부과, 반도체 칩·장비 등 국가전략산업의 대중 수출 전면 통제 등이 예상된다.
★ 친환경 정책 후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친환경·탈탄소 보조금 지원 중단, 내연기관 자동차 연비규제 완화, 전기차 의무 판매정책 폐지 등이 예상된다. 대신 석유, 천연가스, 석탄, 원자력 등 전통 에너지원 생산 확대 및 인센티브를 장려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0 정책의 아시아 수출입 경제에 미칠 영향
트럼프의 극단적 보호무역 정책은 전 세계의 자국 우선주의를 심화 시켜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관세·비관세 장벽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의존도가 높은(2023년 74.4%) 한국이나 (2023년 164%) 베트남 경제는 이러한 보호무역 조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보편적 기본관세 적용 시 한국의 대미 수출은 174억 달러(약 23조 원) 감소하고, 실질 GDP는 0.3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베트남 및 아세안 국가들의 타격은 연 300억 달러이상, 실질 GDP는 1%이상 감소가 예상된다.
한국 같은 경우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어 관세 인상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으나, 트럼프가 다양한 행정명령을 통해 기존 합의를 무시해 온 점을 고려하면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미국의 대중 고율관세 부과는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의 대미 수출 제품 가격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져 일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산업 부문 영향 중국산 원자재 사용 제품 수입제한, 미국 내 공급망 구축 인센티브 강화 등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탈중국·미국향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은 기업과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에 실패한 기업에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불어 국내 기업의 생산시설(중국 내 공장 포함)도 미국 혹은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로 이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한 국내 제조업 공동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거시경제 영향 관세율 인상(수입물가 상승)과 이민제한(노동력 부족→임금상승) 정책은 미국의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 물가가 재상승할 경우 소비 둔화로 이어져 한국의 대미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트럼프 2기 정책이 1기보다 강력하고 급진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글로벌 불확실성이 증대되어 환율 변동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산업별 영향 전망
자동차 산업
트럼프의 전기차 전환정책 백지화로 한국 자동차 산업은 일정 기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2023년 기준 445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무역흑자에서 전기차 수출의 기여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전기차 성장 둔화는 미국 진출 한국 기업들의 ‘전기차 시장 선도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다만, 전 세계적인 친환경·전기차 전환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산업
국가전략기술인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은 초당적 지지를 바탕으로 트럼프 정부에서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격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어 한국 기업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하락이 우려된다.
철강 산업
국가안보를 명목으로 수입 철강에 고율(25%) 관세 등을 부과하는 행정명령(무역확장법 232조) 강화 시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감소가 예상되며, 이러한 부분은 베트남도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선 산업
글로벌 보호무역 확산으로 전 세계 해상 물동량과 선박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한국이 전 세계 선박 발주 량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나, 주력인 고부가 시장(LNG운반선 등)의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차전지 산업
IRA 축소와 대중 견제 강화 시나리오에 대비한 위기대응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 IRA 축소 시 미국 진출 한국 배터리 3사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우려되지만, 중국의 이차전지 공급망 패권을 견제함으로써 한국의 반사이익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석유·화학 산업
트럼프의 화석연료 생산 규제완화 추진은 단기적으로 유가하락 요인이 되어 원가절감으로 인한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친환경 패러다임 이슈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탄소배출 절감기술 강화 등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방산 산업
트럼프의 ‘나토(NATO) 무용론’ 등으로 미국의 안보 우산 역할이 크게 약화되면서 주요 분쟁지역의 안보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각국의 국방 분야 투자가 늘면서 방산 기업 매출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망
결론적으로, 트럼프 2.0 정부의 경제정책은 한국 경제와 산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과의 디커플링 정책은 한국의 수출 의존적 경제구조에 큰 도전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하고, 산업별로 차별화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기회 요인을 발굴하고 활용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지만 미래의 먹거리를 확보하고 아시아경제의 안보를 지키는 방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