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돌아온 파리 올림픽이라는 2024 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총 32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순위 8위를 차지했습니다. 8 위라는 순위는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력과 유사한 순위인 듯합니다. 덕분에 올림픽이 열리는 수주동안 즐거웠습니다. 오늘은 파리 올림픽을 치르면서 느낀 점을 얘기해 볼까 합니다.
100년 만에 파리로 돌아온 올림픽이라는 설레는 구호를 앞세우고 시작한 파리 올림픽, 그러나 프랑스의 행사 진행은 그동안 감춰두었던 프랑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프랑스는 좀 과대 평가된 선진국인 아닌가 싶습니다. 각종 행사를 준비하는 그들의 역량이나 강 오염, 도시에 소매치기가 널뛰는 사회적 불안 등을 보며 선진국이란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파리는 년간 5천만명이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세계 최대의 관광 도시로 각광받고 있었는데 이번에 전세계 카메라로 허울 좋은 명성에 가려진 그 도시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세상은 정신없이 바뀌는 데 예전의 선진국들은 그에 걸맞은 사회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채 그저 예전의 명성에 기대어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 와중에서도 한국은 빛을 발합니다. 고작 144명 선수가 참가하여 근세기 들어 가장 적은 인원이라며 처음부터 국민의 기대를 꺾어 놓았지만 의외로 선전합니다.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내는 한국의 젊은이들 모습이 참 대견스럽다고 느끼고 있는데, 그런 모습의 뒤안길에 깔린 어두운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며 축제의 기분에 찬물을 부어버립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신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22세의 어린 여자 선수의 한마디가 메달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화두를 던집니다. 참 대단한 기세입니다. 22살 세상 모르는 소녀가 아닙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진짜 세상이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어른들의 일방적인 하향식 제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낍니다. 이 선수가 촉발한 이슈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우리 모두 되씹어 봐야 합니다. 사실 나 같은 꼰대의 생각에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해야 할 자리, 국내외 기자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기쁨보다 울분을 쏟아내는 게 타당한 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세상의 흐름은 다릅니다. 그렇게 어른들의 눈에는 당돌한 자세도 세상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예전에 어른 말이라면 일단 듣고 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밝힐 권리가 있고 그런 발언이 존중받아야 할 자격이 있다는 것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론은 노력한 만큼 내 몫을 받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몫에 어른들이 숟가락 얹지 말라는 것입니다. 물론 어른이라는 협회도 할 말이 있습니다. 그동안 국민세금과 협회 돈을 들여 어렸을 때부터 키워왔는데 이제 와서 그 과정은 다 생략하고 자기 몫만 챙기겠다는 것이 맞는 일인가 하는 것이죠. 일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아예 신세지지 말아야 합니다. 손흥민처럼 아버지 밑에서 따로 배우고 혼자 진로를 찾아야 합니다. 신세 졌으면 갚아야 하는 게 세상 이치입니다.
올림픽 폐막 후 대한 체육회장과 태릉 선수촌장 등이 기사회견을 한 영상을 보았습니다.
가장 관심있는 사안은 금메달 5개라는 목표가 어떻게 13개로 널 뛸 수 있는지 그리고 왜 전망과 결과가 큰 차이가 났는지에 대한 질의인데, 회장이나 선수촌장의 답변이 장관입니다. 선수들의 당일 컨디션이 경기를 좌우하기 때문에 자신들도 예상 못한 결과를 냈다며 환한 미소를 날립니다. 올림픽 경기가 당일 컨디션에 좌우될 만큼 간단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지난한 예선과정을 거쳐 자격을 얻은 후에야 참석이 가능하고, 또 거기서도 엄청난 경쟁을 거쳐 최종 메달 수여자를 뽑는데, 하루 이틀 컨디션이 좋아서 예상치 못한 메달을 땄다고요? 그런 말을 하면 메달을 딴 사람들의 피눈물나는 노력을 폄하하는 셈이 됩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가까운 일본은 금메달 20개를 전망하고 또 결과도 20개를 따서 종합순위 3등을 했습니다. 아마도 일본에서는 운 좋게 컨디션이 좋았던 선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이러니 어른들이 욕을 듣습니다. 선수들은 죽자고 노력하여 악을 쓰고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하는데 그 위에 군림하는 아재들은 그저 잘하면 좋고, 못해도 괜찮으니 그냥 조용히 군말 없이 운동이나 하라고 합니다. 그러다 메달을 따면 내가 지도한 탓이라고 숟가락이나 얹고, 기자들 앞에서는 선수들 컨디션이 좋은 덕분이라고 하고 있으니, 정작 자신이 가르치는 선수의 기량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아재들의 작태가 어린 사람들 눈에 한심해 보이는 게 당연합니다.
어른들이 바꿔야 합니다. 지도자나 협회인사들 모두 선수를 위해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선수가 없으면 그들의 자리도 존재 의미가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군림하지 말고 모셔야 합니다. 지도자의 말에 선수는 복종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규칙을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어떤 경우가 되더라도 주연은 선수입니다. 잘해도, 못해도 다 선수가 평가받고 그 결과 역시 선수가 책임지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며 그에 타당한 권리도 주어져야 합니다.
대한 채육회장의 기자 회견을 보면 밥보다 고추장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수가 주역이 되어야 하는 데 기자 회견 자리에 선수 한 명이 없습니다. 온통 자랑스런 지도자들만 나와서 자기 자랑만 합니다. 그 자리에 선수가 나오면 또 다른 발언이라도 할까 두려웠나요? 그렇게 밥보다 고추장이 우선되는 그 비빔밥이 맛있겠습니까?
선수가 밥입니다. 체육회 감투를 쓰고 앉은 그대들은 그 찰진 쌀밥의 맛을 빛나게 해주는 고추장이나 참기름일 뿐입니다. 밥보다 고추장이 많거나 참기름이 정도 이상으로 들어가면 맛있는 식탁을 만들지 못합니다.
선수들이 존재하기에 회장 자리가 필요하고, 선수가 있어서 국민의 관심도 모아지는 것이고, 국민 관심이 있어서 국가 후원금도 나오고 기부금도 들어오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올림픽이 선수, 체육계인사들 뿐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새로운 시대의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