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가장 가성비 좋은 운동은 어떤 것이 있나요? 그리고 골프의 가성비는 어떤 가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세상에서 가성비가 제일 나쁜 운동 중에 하나가 아마도 골프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성비 란 가격대비 성능의 약자입니다. 가격에 비해 기대되는 성능이 기대보다 클 경우 가성비가 좋은 것이고, 반대의 경우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이 되지요.
골프는 가성비를 따지면 할 만한 운동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비용이 다른 운동에 비해 많이 소요됩니다. 장비를 갖추는데 만해도 기백만원이 들어가고 장비외에 기타 의상, 신발, 장갑, 티, 공 등 고가의 소요품이 필요합니다. 골프만큼 많은 준비가 필요한 운동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예를 들어 당구와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당구는 기본적으로 당구대 사용비만 내면 만사 형통입니다. 축구에 비하면 더욱 차이가 드러납니다. 사람 수에 관계없이 공 하나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축구는 아마도 가성비가 제일 좋은 운동 중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그것 뿐인가요? 실제 골프를 시작하고 필드를 누비기 시작하면 그때까지 들어간 비용은 앞으로 들어갈 비용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입니다. 한번 필드를 도는데 지불되는 비용이 웬만한 가정의 일주일 치 식품비는 소요됩니다.
골프를 시작하고 처음 필드에 나서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더욱 처참합니다. 적어도 몇 개월은 공을 때리는 연습을 해야만 머리를 올린다는 필드 출현이 가능합니다. 시간 당 적어도 만원은 넘는 연습장 비용을 지불하고 거룩한 프로들에게 비싼 레슨비까지 지불하며 수개월동안 나름대로 훈련과 노력을 하고 대망의 필드에 발을 디뎌보지만 나가서 받는 대접은 그야말로 허접함을 넘어 구박덩어리가 됩니다.
공이 산지사방으로 다니면서 동반자와 캐디에게 눈총을 받으며 라운드를 시작하게 되지요.
아마도 골프장에서 가장 구박 받은 골퍼는 비기너일 것입니다. 복장부터 시작하여 골프 매너를 포함한 룰을 익히는데 까지는 갖가지 구박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렇다고 그런 구박을 받는다고 비용이 가벼운 것도 아닙니다. 당연히 고수들과 같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구박은 구박대로 받는 것이죠. 아니 오히려 작은 내기라도 하면 당연히 비기너가 더욱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렇게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가성비가 가장 떨어지는 것이 골프인데 이에 한발 더 나아가 노력대비 기대치를 따져보면 더욱 한숨이 나옵니다.
골프를 시작하고 나서 동반자로부터 한 명의 게임이 가능한 골퍼로 인정받는 데까지 적어도 6개월은 족히 걸립니다. 100개는 칠 수 있어야 정상적인 동반자로 인정을 받을 터인데 골프에서 100개 이하를 치는 6개월된 골퍼는 30%도 안됩니다.
여성의 경우는 더욱 심각합니다. 아마도 모르긴 해도 여성 골퍼의 90%는 100개 이하의 스코어를 기록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여성들에게 골프가 알맞은 운동인가 하는 것은 의문이 듭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는 당구가 새로운 운동이자 취미 트랜드로 등장하는 듯합니다. 당구리그가 생기고 나서 많은 여성 당구인이 늘어나고 그런 여성들이 프로 당구인으로 변신하여 당구로 호구책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남녀를 불문하고 당구 선수들을 보며 나이가 들어 동호인으로 시작하여 프로가 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반면 골프의 경우는 취미로 시작하여 선수가 되는 케이스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골프 선수가 되겠다고 작정한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장기간 노력하여 비로소 프로가 되는데, 그나마 프로가 되어 상금으로 먹고살 만한 입지를 마련하는 것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그만큼 골프는 다른 운동에 비해 노력대비 기대되는 성과가 엄청 떨어지는 난해한 운동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취미로 삼습니다. 왜 그럴까요?
개인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게 올해 들어 35년이 넘어갑니다. 그동안 골프에 소요된 비용을 따진다면 아마도 아파트 한 두 채는 족히 들어갔을 만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막대한 돈을 퍼붓고 건진 것은 무엇인가 하고 따져보면 별로 없어 보입니다.
굳이 건진 것을 따져본다면 베트남에서 나이가 70이 넘도록 친구들과 필드를 다닐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정도인데, 그에 들어간 비용이나 시간 노력 등을 감안한 가성비 측면에서 보면 그야말로 너무 너절한 결과입니다.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가성비 떨어지는 운동인 골프를 계속해야 하는가 하는 자문이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자문을 던지면서도 마음으로는 그만 두겠다는 생각보다는 앞으로도 더욱 잘 치겠다며, 탈장 수술로 아직 아물지 않은 아픈 배를 부여잡고 거실 한 쪽에 펼쳐진 퍼팅매트에 다가가는 인간의 심리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참 부질없는 일로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을 헌납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하는 이야기인데 아직 골프를 배우지 않으신 젊은 분들, 골프에 대한 기대를 구현하시기 전에 여러가지 감안하실 사항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골프를 안 친다고 아파트 한두채가 생기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또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단, 골프를 평생의 친구로 삼기 위하여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필요합니다. 골프가 주는 매력에 빠져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매력이 자신의 삶에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만들어야 합니다.
골프는 일단 시작하면 평생을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물론 중간에 여러가지 이유로 그만 둘 수도 있지만 다른 격렬한 운동과는 달리 걸을 수만 있다면 계속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젊은이 못지않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골프가 주는 고마운 일 중에 하나는 친구를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그 친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함께 한 골프 친구 일 수도 있고, 오늘 당장 골프장에서 조인하여 만난 새로운 친구일 수도 있지만 골프는 늘 사람을 만나도록 판을 깔아 줍니다. 그래서 위대한 골프 스승 하비패닉은 “그대가 골프를 친다면 이미 내 친구” 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이런 골프의 매력이 가미된 인생철학으로 미천한 가성비에 도전하여 스스로 높은 가성비를 만들어보는 일도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삶의 원을 다 그리고 생을 마감할 때 가장 잘한 일이나 가장 우매한 일을 하나 꼽으라 한다면 아마도 골프를 시작한 일은 두가지 모두에 해당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정도가 되면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가 죽는 게 희망사항이 되지 않을 가 싶습니다.
요즘 비가 자주 오는데 그린의 잔디 관리가 쉽지 않아 퍼팅 시 그린이 느리다는 것을 감안해야 할 듯합니다.
베트남의 모든 골프 친구들 즐골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