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늙었다고 늙은 꽃이 피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나무일 수록 더욱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며칠 배앓이를 하며 기력을 잃어가는 필자에게 번뜩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참신한 문장이 카톡으로 들어왔습니다.
매일 아침 안부 인사 겸 좋은 글을 보내주는 지인들이 몇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아침마다 그런 톡을 받아서 알겠지만 사실 그리 눈 여겨 읽어보지는 않지요. 그저 스쳐 지나듯이 보고선 보낸 지인의 얼굴을 한번 떠올리곤 넘기는 게 고작인데 오늘의 글은 뭔가 새로웠습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의미로도 들렸습니다.
한국에 돌아간 후배가 어느 날 안부를 묻는 대화 도중에 선배님의 왕성한 필력을 존경합니다. 라는 말을 보냅니다. 또 베트남에서 뒤늦게 공부에 매진하며 가끔 사무실로 찾아와 대화를 나누던 늦깎이 대학원생이 주필님의 식지 않은 열정에 감탄합니다 라는 나름대로의 찬사를 던집니다.
고마운 말이긴 한데,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말을 건네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사를 받는 인간의 자격지심인지 그리 반가운 소리로 들리지 않습니다. 그런 말이 반갑지 않은 이유는 그 말에는 늙은 인간은 이래야 한다는 통념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든 사람은 열정이 식어야 정상이고, 일도 덜하는 게 당연하고 더구나 새로운 변화를 구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라는 무의식적 관념을 바탕에 두고 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런 사고가 맞는 말인가요?
이때 필요한 말이 오늘 카톡을 타고 온 문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늙은 나무라고 늙은 꽃을 피우는 게 아니라는 말. 늙은 요리사라고 낡은 음식을 내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깊은 풍미가 담긴 세련된 음식이 등장할 것이란 기대를 할 수는 없는 것인가요?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순히 망가지고 시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비록 육체적인 노화로 물리적인 기력이 떨어진다 해도 그 존재 자체가 시들고 망가진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단지 그 생명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삶의 단계를 맞고 있을 뿐입니다. 삶의 매 단계는 나름대로 문화가 있고 가치가 있습니다. 젊음의 문화와 가치가 폭풍노도와 같은 열정과 자유라면, 노년에는 저녁 노을과 같은 속 깊은 아름다움과 여유로운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즉 생의 단계마다, 나이마다 그에 맞는 문화가 피어나고 가치가 빛난다는 이야기지요.
우리 생의 완성을 보여주는 거대한 원이 있다면, 노년이란 그 원의 마감을 장식하는 마지막 획을 그리고 있는 단계가 아닌가요? 원의 완성을 결정짓는 마지막 획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이는 없습니다. 가녀린 떨림을 삼키며 흩트림 없이 획을 마감하고,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붓을 떼어내야 합니다. 그것으로 우리는 생의 원을 완성시킵니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가 늘 그러하듯이, 우리 늙은이에게도 그 존재를 존중하고 낡은 것이라 폄하하지 말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음의 위험한 시기가 지나 그 너머에 조용하고 시시비비가 가려진 평온한 시간을 만나는 또 다른 존재를 존중하라는 것입니다.
젊은 지능과 경륜을 모두 갖춘 만능 아바타
요즘은 나이가 약점이 되는 시대가 아닙니다. 오히려 경륜이 쌓인 여유와 지혜에 ‘시대의 변화를 담은 사고의 능력’이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잘 준비되고 완성된 이상적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대의 변화를 담은 사고의 능력’이란 요즘 말하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의미합니다.
40여년 전 컴퓨터가 처음 사무실에 도입되었을 때, 새벽 출근 전 학원에 가서 도스를 배우며 친해지기 시작한 컴퓨터에 이제 인공지능이 장착을 하니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무서운 무기가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아이러니 하게도 시니어에게 또 다른 기회를 던져 줍니다. 즉 늙은 두뇌를 극복하게 만드는 막강한 무기가 생긴 것입니다. 예전에 까다롭고 예민한 젊은 지능을 요구하던 작업은 이제 인간의 몫이 아닙니다.
많은 시니어들이 인공지능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필자는 오히려 인공지능이야 말로 우리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힘으로, 근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일을 대신해 줄 비서가 생긴 셈입니다. 이제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시니어는 나이에 관계없이 그 누구 와도 경쟁할만한 사회의 훌륭한 전사가 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그대에게 자신의 모습을 대신할 아바타를 만들어줍니다. 그 아바타는 세상의 모든 지식과 대부분의 언어와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엘리트 두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대는 그 아바타에 자신이 오랜 세월 살면서 쌓아 올린 경륜을 보태 주어 그야말로 만능인간을 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서 단 한가지 필요한 것은, 이런 것을 구현하며 느끼는 설레는 열정과 호기심입니다. 아무리 좋은 무기가 있어도 그것을 들고 사용할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일 따름입니다.
사람은 늙으면 아이와 같아진다고 하지요. 그런 어린 마음으로 인공지능이라는 무기를 손에 들만합니다. 그리고 휘둘러보는 거죠. 아직 익숙지 않고 버걱거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마저 인공지능은 다 용납하고 수용합니다. 그리고 친절하게 안내하고 길을 열어줍니다.
시니어에서 젊음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안내자가 바로 요즘 세상을 흔들고 있는 AI, 인공지능입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인공지능을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하는 가로 경쟁의 우열이 가려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에는 젊은 근육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단지 필요한 것은 순수한 호기심과 식지 않는 열정 그리고 노트북 하나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