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재인가?
최근 들어 한국에 본사를 둔 베트남 현지법인이나 베트남에 투자한 한국 개인투자자들과 상담 시 가장 빈번한 이슈가 바로 ‘민사분쟁’의 건이다. 베트남 개방 이후 빠른 속도로 베트남에 진출하여 온 한국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지금까지는 베트남진출과 정착 그리고 성장을 이루어왔지만 정착과 성장단계를 넘어가면서 이러한 민사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부동산관련 분쟁, 투자금 관련 분쟁, 각종 계약서 관련 분쟁, 노무분쟁 등 분쟁의 종류도 다양하게 증가하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한국기업이 외국투자자입장에서 각종 계약상 분쟁해결조항 삽입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고 분쟁발생시 베트남 민사법원 외의 적절한 분쟁해결 대안을 다뤄보고자 한다.
베트남 법원에서의 불이익
외국인투자자와 베트남기업간 계약 또는 당사자간 계약과 관련하여 사법관할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계약상 분쟁발생 시 당해 분쟁이 어느 기관에서 분쟁해결을 다룰 것이고 어떤 언어를 사용하여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할 것인지 문구에 표현하게 된다.
만일 계약상 이러한 분쟁해결에 관한 조항이 없다면, 분쟁발생 시 베트남법원이 분쟁에 대한 관할권을 갖게 된다. 국제투명기구에 따르면, 베트남 법원 판결과 관련하여 부패의 위험성이 상당하며, 베트남 내 민사소송당사자 중 20% 이상이 최소 1회이상 뇌물공여를 한적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Global Corruption Barometer 2011, 국제투명기구). 이러한 사유로 다수의 외국투자자 입장에서는 뇌물수수 가능성이 존재하는 베트남법원에서의 분쟁해결을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베트남사법부는 부패개선 노력을 하고 있으나, 부패문제 이외에도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2년도 미국국무성 자료에 의하면 다수의 베트남 법관들은 비교적 수준 높은 법적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며, 실력 외적인 요소를 통하여 법관에 임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낮은 급여와 매 5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등 베트남 판사들은 여러 유혹에 취약한 구조 속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삼권분립이 없는 베트남에서 법치주의와 단일 정당제도는 상호 베타적이기에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베트남에서 법치주의라는 용어는 국가에 의한 법, 즉 일당제를 시행하는 공산당에 따른 법을 의미하기에 외국투자자들이 베트남법원에 분쟁해결을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다수이다. 이에 우리 한국기업들은 베트남 내 계약 체결 시 반드시 중재조항 삽입을 통하여 베트남법원이 아닌 중재기관에서 분쟁해결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재의 장점
중재재판소에서는 민간중재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독자적 판정을 제공한다. 이는 분쟁 양당사자에게 신뢰성을 바탕으로 중재판정을 수용이 가능토록 하며 폭 넓은 중재인 pool을 제공한다. 중재재판소 선택 시에는 관련사업분야에 전문성을 고려해야 하며, 대부분의 중재재판소는 특정사업분야 전문가를 중재인 후보로 추천한다.
어느 중재재판소가 적합할까?
적절한 중재장소의 선택은 모든 분쟁해결 조항의 핵심 이슈이다. 계약당사자는 중재 장소를 베트남국제중재센터(VIAC)와 같은 베트남 내 중재센터 또는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과 같은 베트남 외 중재 센터 등을 중재지로 정할 수 있다. 적절한 중재지를 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압류가능 자산의 위치- 외국인 중재판결 집행 여부 리스크
중재 장소의 결정 시 타방당사자의 자산의 위치가 중재판결을 집행할 수 있는 위치인지의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베트남 내 자산이 있는 경우, 해외중재센터의 판정문의 베트남 내 집행은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베트남 내에서 이루어진 중재판정문의 집행보다는 실무상 다소 어려운 면이 있다. 실제로 베트남은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에 관한 1958년 뉴욕협약에 1995년에 가입했고 149개의 회원국의 중재판정은 일반적으로 집행되도록 규정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법무부에 대한 각종 서류 작성 및 추가절차로 인한 해외 판정문 집행에 지연 리스크가 상당한 편이며, 최악의 경우에는 관할 베트남법원에서 당해 외국 중재 판정문을 거부 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자면 미국 뉴욕 민법에 따르면 국제중재판정거부는 국내법 위반 및 공공질서를 저해할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한 점에 반하여 베트남 민법에서는 국제중재판정거부 사유를 ‘principles of Vietnamese laws'(베트남법상 원칙)라고 명시하고 있는 바, 중재인용거부사유를 매우 넓은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예컨대, 과거 유명케이스 중 하나로 베트남 내에서 한 외국회사는 현지법인의 건축허가 누락을 사유로 중재판정의 집행이 거부된 케이스(Tyco Service Singapore Pte Ltd)도 있다.
비용부담
한가지 또 고려해야 할 사항은 베트남 내와 해외에서의 중재비용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약 400만달러 규모의 분쟁에서 단일 중재인이 배정될 경우, 베트남국제중재센터의 경우 62,000달러, 싱가폴국제중재센터의 경우117,000달러의 비용이 발생된다. 또한 해외중재는 중재비용만이 높은 것이 아니라 해외판정에 따른 증인, 변호사 출장비와 같은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자금 여력이 낮은 회사입장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베트남 내 중재진행이 유리할 수 있다.
중재인의 전문성
베트남국제중재센터(VIAC) 판정의 경우, 베트남 내에서 높은 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내 중재센터는 아직까지 외국중재센터와 같은 수준의 국제적으로 공인된 전문중재인을 제공할 능력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베트남 중재인들은 외국중재센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받는 점도 이유 중 하나이다. 복잡하고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특정산업분야의 분쟁사건의 경우,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싱가폴, 홍콩 등의 외국 중재지에서 중재진행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국영기업 분쟁당사자
베트남 내 분쟁발생 시 상대방이 국유기업이거나 국유기업과 관련된 경우, 반드시 해외중재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국유기업의 영향력 행사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직까지 베트남에서의 중재판정집행 시 여러 문제들이 남아 있지만 국가의 영향을 받는 국유기업(예를 들면 국유기업의 자회사)에게 똑같이 법이 적용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할 지라도 한국기업입장에서 계약파트너가 베트남 국유기업(또는 자회사, 숨은 국영기업)일 경우에는 계약에 있어 매우 신중하게 고려를 해야 한다.
다음 호에서는 각종 계약체결 시 베트남 및 해외중재센터에서의 분쟁해결을 위한 중재조항의 올바른 작성방법과 내용을 예시를 통하여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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