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인가 예술인가?
그 색다른 세계를 옅본다
1군 르 메르디앙 사이공(Le Merdian Saigon) 호텔 9층에 위치한 아쿠나(Akuna)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차분하면서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인상적인 레스토랑이다. 첫 인상부터 물결이 연상되는 모던아트 라이트, 오픈키친으로 고객에게 강한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이곳은 미슐랭 2스타를 획득한 호주 출신 셰프 샘 아이스벳(Sam Aisbett)의 요리 철학이 담겨 있는 파인다이닝(Fine Dining)레스토랑이다. 예술로 승화된 음식을 선사하는 아쿠나에 초대를 받아 방문했다.
아쿠나는 어떤 레스토랑인가?
호주 원주민 언어로 ‘흐르는 물’ 이라는 뜻을 지닌 아쿠나(Akuna)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프랑스-일본 레스토랑인 Whitegrass의 창업주가 미쉐린 2스타를 받은 샘 아이스벳 쉐프를 영입하여 2023년 호찌민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르 메르디앙 호텔 9층에 자리잡은 최고급 식당으로 최근 입소문이 타면서 베트남을 대표하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등장했다.
아쿠나 역시 미쉐린을 별점을 노리고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오픈 후 6개월 만에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최고의 가이드인 라 리스트(LaListe)에서 올해의 신규 오픈 레스토랑으론 등장했으며, 또한 롭 리포트 고메 컬렉션 2023의 상위 25개 레스토랑에 선정되어 현지 및 세계 미식계에서 떠오르는 강자로서의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첫인상
이곳의 첫 인상은 다른 세계에 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르 메르디앙 호텔은 호찌민에서도 손꼽히는 호텔이기는 하지만,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디자인 때문에, 다른 곳 보다는 조금 더 다가가기 쉬운 친근한 호텔로 알려져 있다. 로비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에 위치한 아쿠나에 도착하면 현대적인 감각도 중후한 고급스러움을 보여줄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곳 인테리어의 첫 인상은 빈틈없이 정연하게 준비된 의장단이 고객을 맞이하는 느낌이다, 명성에 어울리는 현대식 인테리어 너머 호찌민의 야경이 보이는 창가 테이블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서사가 담겨 있는 듯하다. 레스토랑의 중심에 위치한 오픈 키친이 음식과의 거리감을 좁혀준다. 감출 것이 하나 없는 오픈 된 공간에서 자랑스러운 요리 실력을 뽐내는 셰프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다.
아쿠나의 음식은?
평소 ‘라면’ 같은 B급 미식만 즐기다가, 아쿠나라는 파인다이닝을 자랑하는 아쿠나에서 예술 수준의 S급 음식을 접하는 것은 색다르다는 느낌을 넘어서 음식을 먹는 것이 후순위로 밀리는 기분이다. 대중적인 음식과 이러한 음식의 차이점은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가의 차이다. 무슨 음식을 지금 먹고 있는지 자꾸 궁금해진다. 그 음식을 뒤져보자. 아쿠나의 음식은 어렵고 오묘한 음식의 연속이다. 특히 처음에 나온 “참치 사시미”부터 압축적이면서 부드러운 맛이었지만. 정확히 무엇을 먹는지 알려면 메뉴판을 다시 뒤져보거나 종업원의 친절한 설명을 경청해야 한다. 아쿠나 체험의 대표 메뉴 중 흥미로운 부분은 “스웨그맨의 빵 코스”다. 호주 요리의 아이콘 ‘빵’중 하나인 댐퍼(Damper)를 새롭게 재해석한 요리다. 이 코스에서는 1군에서 현지에서 양조한 이스트 웨스트 브루잉사의 흑맥주를 넣어 풍성함을 더했다. 이후 버터로 팬에 튀겨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한다. 호주 출신 셰프 답게 베지마이트(Vegimite/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주로 소비하는 MSG야채 잼) 조미료가 포함된 하우스 메이드 딥과 함께 제공되어, 씁쓸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감칠맛을 제공한다. 전체요리에서 인상적인 요리 중 하나는, 술 취한 오리(Drunken duck) 요리다. 오리고기에 같이 곁들어 먹는 그레이비 소스를 젤리로 변형하는 분자 요리(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를 조합하여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요리)로 재 해석했으며, 오리고기를 햄처럼 만들어서 누벨퀴진(프랑스 요리 표현 기법으로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가볍고 섬세한 표현으로 프리센테이션에 중점을 준 요리 기법)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는 점이었다. 말로 만 들어봤던 분자요리와 뉘벨퀴진을 현실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이는 음식이다. 또 다른 하일라이트 중 하나는 악어 혀 요리다, 베트남에서 조달한 식재료를 고급 식탁에 올리는 아쿠나의 대표적인 요리다. 샘은 이 요리를 만들기 위해 베트남 악어의 다양한 부위를 사용한다고 한다. 혀는 얇게 썰어 쪄서 메인 요리로 사용하고, 꼬리는 소스로, 지방은 향을 더하는 데 사용한다. 두번째 메인으로 와규를 새롭게 재 해석한 와규요리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식 동치미에서 영감을 얻은 시큼한 맛의 배추를 위에 올려둔 이 메뉴도 한국 일본, 그리고 서양의 조화가 인상적인 음식 중 하나였다.
아쿠나에서의 경험
아쿠나에서 만난 요리는 음식보다 예술작품에 가까웠다. 또한 모든 에술작품에는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듯이 아쿠나의 음식에도 셰프의 메시지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고객에서 제공하고 싶은 음식의 철학을 음미해 보는 것도 아쿠나 방문의 또 다른 체험이다. 아쿠나의 셰프인 샘 아이스벳은 호주가 자신의 요리 정신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인정하지만, 아쿠나는 조합과 비 정형적인 프레젠테이션으로 규칙을 깨고 전형적인 파인 다이닝의 규범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이러한 비정형적인 방식은 처음에 나온 참치 사시미부터 볼 수 있으며, 각종 요리들이 비정형적인 성격이 반영되어서 설명을 듣지 못하면 알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의 철학인 “포크 두 개로 요리를 제공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어디 있냐?”하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점이 아쿠나의 매력이자 동시에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달리 보일 수도 있다는 양면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것을 즐기는 이색적인 경험과 음식을 알아가는 지식의 향유는 아쿠나를 방문하는 대가를 높인다. 결론적으로 아쿠나는 색다른 파인 다이닝 경험을 선사하지만, 동시에 비 정형적인 셰프의 철학과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레스토랑이어서 호 불호가 갈릴 수 있다. 아직 미쉐린 별점은 받지 못했지만 호찌민에서 몇 안되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유럽 고급레스토랑의 정중함과 동시에 동양적인 세밀한 서비스의 조화가 인상적인 곳으로, 베트남에서 유럽풍의 고급 식사를 경험하고 싶은 분에게 어울리는 곳이다.
아쿠나의 문은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6시부터 22시까지 열려있다. 아쿠나의 6코스 디너 시식 메뉴 가격은 3,900,000++동/ 미화 165++달러이며, 미리 예약하고 방문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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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Le Méridien Saigon, Level 9, 3C Ton Duc Thang Street, Ben Nghe Ward, District 1, HCMC
T : 0911 735 800 (문의 및 예약전화) | W : akunarestaurant.com
https://www.sevenrooms.com/reservations/akunarestaurantsgnmd/goog (예약전용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