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고 아세안데일리지가 9일 보도했다.
미국이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관세 우회로’를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 기업들이 철수와 잔류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태양광 1위 업체인 융기 실리콘(Longi Green Energy Technology)은 베트남의 한 시설에서 5개 생산 라인을 모두 중단한 후 이번 주 말레이시아 공장의 활동을 점진적으로 중단하기 시작했다고 중국 언론이 보도했다.
융기 실리콘의 설립자 리정궈는 최근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국내 태양광 산업과 공급망을 강화하기로 분명히 결심했다”며 “따라서 문제는 우리가 동남아 공장들을 닫을지, 아니면 그것들을 백업용으로 유지할지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2022년 캄보디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4개국에서 생산된 특정 태양광 전지와 모듈에 대해 200% 반덤핑 상계 관세를 면제했던 임시 조치가 지난 6일 만료했다.
융기는 올해 태양광 산업이 가격 변화, 무역 정책 조정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급속한 확장으로 인해 중국 내 태양광 설비 부문의 생산 능력 과잉과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과 기업 이익이 하락했다.
융기는 시장 변화에 따라 생산을 조정할 계획이다.
생산 조정의 또 다른 이유로 디지털 기술 업그레이드를 언급했으며 현재는 어렵지만 글로벌 태양광 산업의 장기적인 상승 추세에 대해서는 “확고히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융기실리콘은 독일 하멜린태양광연구소(ISFH)로부터 자체 개발한 이종접합백컨택트(HBC) 태양광 제품이 27.3%의 배터리 전환효율을 인증받아, 태양광 효율 세계신기록을 가지고 있다.
중국 동부 장쑤성에 본사를 둔 트리나솔라(Trina Solar) 역시 태국과 베트남에 있던 공장이 ‘정기 유지·보수’ 때문에 폐쇄됐다고 설명했다.
트리나솔라는 동남아 공장 생산 제품이 미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며 미국 정책 변화와 시장 변동성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우리는 그에 맞춰 계획과 생산을 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동남아는 낮은 생산 비용과 지리적 접근성, 미국 관세 예외 등 요인으로 인해 중국 투자가 활발했다.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만든 중국 태양광 업체는 20곳이 넘는다.
그러나 동남아를 통한 ‘우회 수출’은 더는 어렵게 됐다.
미국 태양광 제조업체 그룹은 4개국에서 수입된 장비에 대해 최대 271%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도록 워싱턴에 청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여름철 일조량과 청정에너지 수요가 장점으로 꼽히는 중동 지역이 중국 업체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청타이룽 홍콩중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고, 앞으로 중국 기업을 겨냥한 다양한 구실을 찾아낼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은 중동 등 대체 시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아세안데일리 2024.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