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이 얼마전에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한다.
“나도 학원좀 다녀보자.”
여러번 학원 제안을 했을때는 절대 안가겠다고 하던 아이가 요즘 들어 학원 타령을 해서 수학학원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고학년이 되니 혼자 온라인 강의에 의지하며 문제 푸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첫날 레벨 테스트 후 둘째날 수업을 받고 돌아온 날이다. 아이의 반응이 매우 궁금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아이가 얼굴에 뭔가 희열을 맛본 마냥의 뉘앙스로 “엄마 레전든데 ~”라는 것이다. 레전드라는 표현은 아이가 매우 만족할 때 가끔 쓰는 표현인데. 자신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아이의 대답은 이랬다.
‘사실 처음에 레벨테스트 갔을 때 어색한 분위기에 괜히 학원 다니겠다고 했나 후회 되고 걱정도 됐단다. 그리고 학원에서 가만히 앉아 선생님 설명을 듣고 있으면 지루할 거 같기도 하고, 그런데 첫수업에서 자신의 생각이 완전히 깨졌다고 한다. 반에 아이들이 3명이긴 한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각각 다르게 설명해주고 돌아가면서 나한테 맞게 수업을 해주더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맞춤형 수업! 그룹이지만 개인 과외 같은 느낌을 받은 거 같다. 사교육 시장도 트랜드가 바뀐다. 과거 2000년대는 강의력 좋은 강사의 반에 아이들이 몰리고 강사 주도적인 수업에 아이들이 따라가는 수업에서 다음은 소수정예로 바뀌고 또 자기 주도 학습에서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탑제된 스마트 러닝 까지 점점더 진화해 간다. 그런데 여기서 빠져서는 안되는게 있다. 바로 휴먼터치이다.
‘하이테크 하이터치’
현대 시대는 ‘알파고’로 상징되는 AI를 포함한 최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생활은 편리해지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다시말해 하이테크 시대로 거듭날수록 하이터치가 더 절실해진다는 거다. 사실 아이가 학원을 가고 싶다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한다. 항상 테블릿 PC에서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강사의 설명이 아닌 자신과 소통하며 문제를 풀었을 때 함께 기뻐하고 잘 되지 않을 때 함께 고민해보며 호흡할 수 있는 그런 대상. 부모로써 학습 심리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면 자녀의 감성을 터치하여 학습에서도 더욱 점프 업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그 첫 번째가 자기 효능감이다.
1977년 Bandura는 자기 효능감에 대한 중요성을 얘기했다. 자기 효능감은 개인이 자신의 능력과 기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 정도를 의미한다. 즉,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사람들은 어떤 일을 성취할 능력이 있다고 자신감을 가지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아이의 성취감, 도전 정신, 스트레스 관리 등에 영향을 미치며, 자아 강화와 자기 개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자기 효능감을 자연 발생이 아닌 노력에 의해 변화 발전된다.
몇 해전 코칭 했던 아이가 있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 영어 유치원을 다녔다. 일반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3학년이 되어 영어 수업을 시작하였는데 영어를 입 밖으로 쓰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학원을 보내도 전혀 영어로는 소통을 하지 않고 꿀 먹은 벙어리 마냥 가만히 앉아 있다가 돌아온다는 것이다. 몇 차례 코칭 후 아이의 마음이 풀리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몇 해 전 온 가족이 해외 여행을 갔을 때 할머니가 손녀에게 패스트 푸드점에서 주문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아이는 부끄러워 우물쭈물했다. 또 수영장에서 같이 물놀이 하는 서양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보라고도 했다. 하지만 아이는 부끄러워 이 또한 응하지 않았다. 그럴 때 마다 할머니는 “야! 니네 부모가 너 영어 때문에 돈 쓴게 얼만데… 그정도도 못하니?”라는 말을 종종 들었던 것이다. 아이는 어린 나이에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남들보다 탁월한 환경에서 영어를 접했는데 이 정도도 못하는 거면 자신은 정말 영어를 못하는 사람인가보다 라고 말이다. 그게 그 아이의 입을 닫게 한 이유였다. 결국 지속적인 낮은 효능감은 학습된 무기력으로 이어지게 된것이다.
생각해보면 아이가 학원을 다녀와서 흥분하며 했던 말들이 여기에 다 포함되어 있었다. 상담때 선행을 위해 윗 학년 수업을 할 수 있었지만 아이 학년에 맞는 수업을 제안하셨다. 그리고 그 안에 심화 문제를 넣어 두겠다고 하셨다. 이는 아이가 풀어본 문제를 다시 풀어보며 숙달 경험을 끌어낼 수 있었다. 둘째는 아이의 꿈이 과학자인데 선생님이 수학전공이 아닌 이공계열 전공을 하셔서 과학적 사고로 문제를 접근 하므로써 아이에게 롤모델로써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마지막은 선생님이 긍정적 격려(칭찬)를 많이 해주시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가 가능성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게 자신감을 향상시켜준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