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연이일장 :
처음에는 어두워 보이지만
점점 밝히 비춘다
얼마전 신진서 9단이 농심 배 바둑대회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서 일본기사와 중국의 5기사를 모두 이기며 한국에 우승을 선사하자, 중국의 어느 유명기사가 신진서가 ‘암연이일장’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컬럼을 올려 바둑계에 화제가 되었습니다. “君子之道는 闇然而日章 (군자지도 암연이일장)하고, 小人之道는 的然而日亡 (소인지도 적연이일망)”하니라. 라는 중용에서 가져온 이 ‘암연이일장’이라는 글귀는 전설적인 바둑 기사인 오청원 9단이 이 글귀가 새겨진 부채를 들고 대국에 임했다고 하여 세간에 알려진 글귀입니다. 군자의 도는 처음에는 어두워 보이지만 점점 밝히 비춘다는 뜻입니다.
오청원 9단에 대하여 혹시 알지 못하시는 분을 위해 사족 같은 짧은 설명을 붙인다면, 그는 중국 푸젠성 출신으로, 20세기 초반 혜성같이 등장해서 일본의 바둑 명가와 일생을 건 치수 고치지 10번기를 통해서 상대를 거의 멸문 시켜며 당시 일본 명문가 내부에 비급으로 전승되어온 포석과 묘수를 다 허물어 버리고 새로운 포석으로 현대바둑을 새로이 창시했다고 인정받는 인물입니다.
그런 위대한 인물이 들고 나온 부채에 새긴 문구를 다시 거론한 것은 신진서의 모습에서 오청원의 그림자가 보인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암연이일장’, 이 말의 해석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자주 마주하는 일에 대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 글귀는 성공의 행로와 성공한 자의 품격을 말해줍니다.
여러분이 우연히 들린 식당이나 업소에서 걸려있는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끝은 창대 하리라” 성경 문구를 본 적이 많을 것입니다. 이 말 역시 “암연이일장”과 상통하는 의미입니다. 처음에는 다 부족해 보이지만 점차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것이 바로 군자의 행로라는 것입니다. 성공이 처음부터 보장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뜻을 세우고 목표를 설정하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목표에 다다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