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22년 시즌이 시작됐을 때 아시안투어 출전 자격만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8개월 후 내 인생 전체가 바뀌었다. 나는 스코티시오픈 출전 기회를 잡았고 3위에 올랐다. 그런 다음 디오픈에서 메이드 컷에 성공했다. PGA투어의 특별 임시 회원 자격을 받았다. 몇 주 후 로켓모기지클래식에서 7위에 올랐다. 그 다음주 윈덤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라운드를 마친 후 해야 할 모든 의무를 수행한 뒤 호텔로 돌아와 침대에 누운 나는 PGA투어에서 우승자가 되는 것, 내 평생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만끽하려고 애썼다. 새벽 1시까지 눈을 감지 않았다. 아드레날린이 깨어 있도록 한 것이다. 이듬해 PGA투어 전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다
2002년 월드컵 둥이 김주형
김주형은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 태어난 ‘월드컵 둥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그는 1살 때 제주도로 이사했고 2살 때는 중국에서 살았다. 그 뒤 필리핀, 호주, 필리핀, 태국 그리고 다시 필리핀으로 이주했다. 말 그대로’유목민’ 같은 생활이었다. 김주형의 아버지는 호주에서 레슨 프로로 일했다. 김주형은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골프를 배웠다. 처음부터 프로골퍼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던 것은 아니다. 골프 교습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골프와 친해졌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바꾼 건 타이거 우즈였다. 그는 “처음엔 공을 쳐서 넣는 게 재미있어서 골프를 했는데, 11살 때 타이거 우즈가 경기하는 걸 보고 프로골퍼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 말했다.
골프 유목민에서 정상의 자리로
김주형의 가정환경은 풍요롭지 않았다. 2년 전 귀국했을 때다. 처음 스윙을 분석해 피팅(맞춤) 클럽을 받아 든 김주형은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주변에서 받은 클럽을 사용했다”며 “원하는 클럽을 쓰지 못하고 집 대신 차에서 생활하며 골프를 쳐왔지만, 후회하거나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려움을 극복하며 차근차근 정복해가는 것도 내게는 골프의 재미였다”고 어린 시절을 돌아봤다. 넉넉하지 않았던 가정환경은 김주형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만 16살의 나이로 일찍 프로 무대에 뛰어든 것도 그 때문이었다. 김주형은 2018년 만 16살의 나이로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겁 없이 내민 도전장은 실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아시안 투어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2부 격인 디벨롭 투어(ADT)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ADT 투어는 환경이 열악했고 우승 상금 또한 1,000만원 안팎으로 다른 투어에 비해 적다.
2019년 인도에서 열린 아시안 투어 파나소닉 오픈에서 역대 두 번째 최연소 우승을 기록하며 ‘차세대 남자 골프 에이스’로 주목받았다. 이때 김주형이라는 이름을 골프 팬들에게 알렸다. 한국 남자 골프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라는 평가도 쏟아졌다. 김주형은 아시안 투어 활동에 대해 “ADT에서 보낸 1년의 세월은 내 골프 인생의 전환점이 됐고 앞으로 투어 생활을 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폭주 기관차
아시안 투어에서 활동해온 김주형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로 들어왔다. 코리안 투어에서 그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2020년 군산CC 오픈에서 프로 최연소 우승(18세 21일), 지난해에는 만 20세 이하 선수 최초로 코리안 투어 상금왕과 대상 등 주요 타이틀을 휩쓰는 역사를 썼다. 이후 다시 아시안 투어로 나간 김주형은 또 하나의 상금왕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차곡차곡 세계 랭킹을 쌓으면서 PGA 투어 대회에 추천 선수로 나가기 시작했다.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무대로 향한 김주형은 곧바로 PGA 투어 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지난 2022년 5월 특별 추천으로 참가한 AT&T 바이런 넬슨에서 공동 17위에 오른 뒤 6월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23위를 기록하며 조금씩 PGA 투어에 적응했다. 7월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은 김주형의 골프 인생을 바꿔놓은 터닝 포인트가 됐다. 이 대회에서 3위에 올라 PGA 투어 스폰서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 뒤 치른 디오픈에서 공동 47위를 기록한 김주형은 PGA 투어 임시 회원 자격을 받아 활동 폭을 넓혔다. 김주형은 이후 열린 PGA 투어 3개 대회에 초대받았고, 8월 정규 시즌 마지막 대회로 열린 윈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마침내 PGA 투어 입성의 꿈을 이루었다.
여러나라에서 다양한 경험이 그의 적응에 큰 도움이 되었다.
김주형이 PGA 투어에서 빠르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려서 습득한 다양한 경험에 있다. 중국과 태국, 필리핀, 호주 등에서 살았던 김주형은 영어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유창한 영어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 그리고 거침없는 행동으로 미국 골프팬에게 어필했다. 그가 팬들의 눈에 각인된 것은 결정적 계
기는 프레지던츠컵에서의 활약이었다.
9월 열린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이 대결하는 프레지던츠컵에서 김주형은 인터내셔널팀 대표로 뽑혔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 가장 나이가 어렸다. 프레지던츠컵에 처음 출전한 김주형은 예상을 깨고 미국의 강자들을 꺾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김주형은 수만 관중이 지켜보는 경기에서 승리 후 모자를 땅바닥에 던지는 등 과격한 세리머니와 액션으로 팀의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했다. 그의 거침없는 행동은 PGA 투어에서 활동해온 다른 아시아 선수에게선 보지 못했던 행동으로 기량과 스타성을 겸비한 선수라는 평가로 이어졌다. PGA투어닷컴의 수석 칼럼니스트 벤자민 에버릴이 그에게 “PGA의 CEO (Chief Energy Officer)”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타이거보다 앞선 기록
그리고 지난 2022년 10월 10일. 김주형은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우승,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만 21세 이전에 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둔 선수로 거듭 나면서다. 이날의 우승은 타이거 우즈가 1996년 세운 기록보다 무려 6개월 3일이나 빨랐다.
그리고, PGA 프로 2년차에 이미 세계 1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린 김주형은 올 10월에 열린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총상금 840만달러)에서 2년 연속 정상을 차지한다. 김주형의 폭주는 해를 이어 계속되었다. 지난 10월 16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 서머린(파71·7,255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치며 지난해 우승컵을 안겨주었던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대회에 2연패를 기록한다. PGA 투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달성한 김주형은 고작 21세의 나이에 한국 남자골프 선수들 중 최경주(8승), 김시우(4승)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승수다.
‘나이키맨” 김주형, 2000만달러 잭팟…韓 골퍼 ‘최고 몸값’ 등극
이런 선수를 나이키에서 주목했다. 김주형은 최근 ‘연 400만달러+α, 계약 기간 5년’ 에 나이키와 계약에 합의했다. 20살의 나이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정복한 김주형. 그의 성공 비결은 불굴의 의지와 긍정적인 마인드다.
중고 골프채로 연습하던 유목민 한국 청년이 이제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회사와 연간 50억을 받는 대형 골프선수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