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새 핵심거점 베트남에 ‘올인’하는 한국 기업들

최근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다지고 있다고 19일 스트레이트 뉴스가 보도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4대그룹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에 대응하고 중국을 대신할 우호국을 찾고 있는 가운데 특별히 베트남에 집중하고 있다.

그 중 SK그룹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지정학적 차원에서 한국 기업은 보다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정치·안보적 외풍에서 자유로운 베트남은 효율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최적의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 회장은 지난달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진행 한 후 첫 글로벌 현장 점검지로 베트남을 택하고 주요 경영진과 함께 지난달 말 이틀간 하노이를 방문했다. 이 기간 동안 “지난 30년간 다져온 신뢰를 이어가고 앞으로도 베트남의 산업 전환과 새로운 변화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베트남에 대한 각별한 모습을 보였다.

최 회장은 베트남 국가혁신센터(NIC) 개관식과 국가수소서밋에에서 “수소,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소형모듈원자로(SMR), 에너지 솔루션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베트남의 청정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겠다”며 “넷제로(Net Zero, 탄소 중립) 달성에 협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의 의지에 따라 SK 계열사들은 베트남과 신재생 에너지 등 그린(Green) 비즈니스 협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SK E&S는 281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및 해상 풍력발전소를 현지에 준공해 상업 운영 중인데 여기에 756MW 규모의 육상풍력발전소를 추가 구축하고 청정수소·LNG(액화천연가스) 사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SKC는 하이퐁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세계 최대 생분해소재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현지 자원순환 기업들과 폐기물처리 및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모색하는 중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베트남은 1990년대 최종현 선대회장이 현지 원유개발 사업을 시작한 이래 다양한 사업, 사회활동을 함께한 상징적인 협력국”이라며 “그린 비즈니스 외에도 디지털, 첨단산업 영역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협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LG 등도 일찍이 베트남에서 다양한 현지 법인을 운영하며 사업을 확대해오고 있는데 더욱 투자를 늘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가장 활발하게 베트남과 협력한 기업으로 꼽힌다. 1989년 베트남 하노이에 삼성물산 무역사무소를 설치하면서 처음 진출했으며 현재 호찌민, 박닌, 타이응우옌 등에서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장비, TV,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물량의 50%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중으로, 베트남이 핵심 생산기지로 자리잡았다.

삼성은 또 지난해 기준 베트남 전체 수출의 20% 가량을 담당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매출 480억 달러, 수출액 420억 달러를 기록하며 베트남의 수출을 이끌고 있다.

베트남 최대 투자자 자리도 지키겠다는 목표다. 박학규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은 지난달 말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를 예방하고 투자 및 사업환경을 논의하며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중요한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여기고 있으며 향후 20~30년간 최대 FDI(외국인직접투자) 기업으로서 그 입지를 유지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베트남의 최대 투자자 위상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의 베트남 누적투자액은 180억 달러에 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직접 베트남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베트남 하노이 삼성 R&D(연구개발)센터 준공식에 참석하고 하노이 인근 삼성 사업장을 찾아 스마트폰 및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꼼꼼히 살폈다. 이 회장이 준공식에 참석했던 삼성 하노이 R&D센터는 현재 2000여 명의 기술인력이 근무 중으로, 베트남 산업발전과 국산화율 제고, 생산공급망 강화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베트남인 임원 규모를 늘리기 위한 인재양성 솔루션도 함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G그룹은 지난 1995년 LG전자가 베트남에 첫 진출한 이후 현재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이 베트남 내 7개 생산법인을 포함해 총 12개 법인을 운영하면서 진출을 확대해왔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 생산규모는 120억 달러(15조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현재 LG전자 베트남 다낭 R&D법인은 10개 직무에 걸쳐 전장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대대적으로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50여 명 수준인 전장부품 관련 개발인력을 2024년 100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 아래 인력 모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LG전자 베트남 다낭 R&D법인은 전장(자동차 전자장치)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에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과 검증을 담당하는 곳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 지휘 아래 LG전자가 전장사업에 힘주면서 더욱 규모를 키우려는 모습이다.

동시에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생산하는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도 현재 베트남 확장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있다. LG이노텍도 베트남 하이퐁 생산법인 증설에 오는 2025년까지 1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다. LG이노텍은 구 회장이 베트남 경제사절단 방문을 한 직후 발표된 내용이라 더욱 주목 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러시아 생산시설은 줄이거나 매각하는 한편 다른 국가로 글로벌 생산체제 재편을 진행 중인 가운데 베트남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베트남 하노이 국립대를 직접 찾아 ‘현대차그룹-하노이 국립대 협력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선두권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현지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인데, 우수한 인재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미래 인재를 육성하고 전문 인력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2016년 하노이 공업전문대학 내 직업기술교육센터인 현대드림센터를 설립하고 자동차 정비 전문가, 건설 분야 전문가를 육성하면서 현지에서의 저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 밖에 한화오션은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 산업무역부(MOIT)와 ‘베트남 인력 양성과 채용 등을 위한 포괄적 협력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롯데그룹은 주요 계열사 역량을 동원해 호찌민 투티엠 지구 5만㎡ 부지에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베트남이 탈중국의 완벽한 대안 국가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현지 경제상황을 잘 살피며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베트남 경제는 3분기 누적 기준 4.24% 성장으로, 목표치인 6~7%보다 낮은데 여전히 해외 투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연구원은 “베트남은 코로나19 펜데믹, 공급망 변화, 미·중 무역 갈등 위기 등에도 높은 경제 성장을 달성했지만 여전히 국가 경제, 산업에서 외국 투자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며 “아직 자국기업의 대외 진출 경쟁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내수시장의 지배력을 통한 성장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를 통한 경제 발전 유지가 절실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2023.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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