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5,Monday

타자의 고통 – 현대인이 전쟁을 보는 모습에 대한 성찰

금방 끝날것이라 예상되었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아직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또 하나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변 나라들과 강대국들의 한쪽에 대한 지지 선언 또는 실제적인 지원이 이루어짐으로써 전쟁은 단지 두나라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시작과는 다른 모습으로 흘러갈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더 큰 불안감도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우리는 이 새로운 전쟁을 실시간으로 중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전쟁의 현재 모습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만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뉴스를 통해, 인터넷 기사를 통해,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 이 전쟁을 보고 사람들은 어떤 나라를 지지하거나 비난하게 됩니다. 전쟁 발발 위치가 산유국들이 밀집되어 있는 중동인지라 국제유가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전쟁이 또 하나 났네’ 하고 무심히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점심 시간에 푸미흥의 한 한국식당에서, 우연히 옆 테이블엔 앉으신 분들이 나누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간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들으면서( 들을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목소리들이 크셔서 들을수밖에 없었습니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타인의 고통’이란 책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은 전쟁을 다룬 책입니다. 저자 ‘수전 손택(1933~2004)’은 미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 사회운동가입니다. 자신의 생애에서 베트남 전쟁, 사라예보 내전, 이라크 전쟁을 목격하며 문학가로서 글을 통해, 반전운동가로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 사람입니다. 치열했던 삶을 통해 그녀는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는 많은 별명을 얻었으며, 2004년 그녀가 사망했을때 뉴욕타임즈는 ‘여왕이 영면하다’라는 제목의 부고 기사를 올렸다고 하니, 반전 운동가로서 그녀의 영향력은 결코 작았다고 할 수 없을것 같습니다. 그녀가 전쟁에 반대한 이유는 실제 전쟁중에 전쟁 현장에서 일반인들과 군인들이 겪는 실제적인 고통 때문이었습니다. 그녀가 택한 방식은 대중 매체를 통해 소개된 전쟁과 실제 전쟁 현장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간의 차이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먼저 전쟁 사진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줍니다. 1853년 크림전쟁, 1861년 미국 남북전쟁, 1차 세계대전(1914~1918)을 사진 작가들이 포착한 최초의 중요한 전쟁들이라고 소개합니다. 이때의 사진들은 카메라의 휴대성, 필름 교체의 용이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보통 전투 이후의 상황만을 담고 있었다고 합니다. 스페인 내전(1936~1939)을 현대적인 의미에서 최초로 ‘전쟁사진’으로 보도된 전쟁으로 평가합니다. 베트남 전쟁은 텔레비젼 카메라가 매일같이 보여준 최초의 전쟁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많은 유명한 전쟁 사진들이 연출된 것이거나 피사체에 손을 댄 흔적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박진감을 높이기 위해 포탄등을 재배열 한다든지, 주검의 위치나 포즈를 바꾸고, 소총 등의 소품을 추가하는 방식이 초창기 전쟁사진의 연출 방법이었습니다. 책속에서는 보도 당시 사람들을 감동시키거나, 격동시켰었지만 사실은 연출된 사진으로 밝혀진 몇몇 유명 사진들이 소개됩니다. 텔레비젼이 발달한 1960년 이후 연출된 전쟁 사진들은 사라지지만, 이제는 선택적 촬영 및 보도, 의도된 편집 등에 의해 보도된 전쟁과 실제 전쟁은 여전히 차이를 갖고 있음을 저자는 밝힙니다.

user image

저자는 전쟁 보도를 보는 현대인의 모습도 대해서도 말합니다. 첫째는, 전쟁 영화를 보듯이 ‘전쟁’을 보는 모습입니다. 경쟁적 보도 환경에 의해 어떤 전쟁은 ‘볼거리’가 되어 버립니다. 둘째는, 공포 영화를 보듯이 ‘전쟁’을 보는 모습입니다. 비참한 모습에 놀라고, 무서워 하지만, 포탄이 떨어지지 않는 ‘안전한 곳’에서 스릴과 함께 어떤 안정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셋째는 무감각해지는 것이니다. 너무나 많은 보도와 자극적인 보도에 오히려 그 ‘전쟁을 잘 안다’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고 전쟁에 대해 무덤덤한 태도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총 9장으로 구성된 250페이지 안팍의 작은 책이지만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해주는 책입니다. 많은 시각적 자료들이 함께 있는데, 몇몇 유명 사진들의 뒷얘기에 대해 알게 되는 색다른 경험을 합니다. 저자 자체가 반전운동가로서 사회비판적인 글을 통해 많은 찬반양론을 이끌어낸 논란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읽는 이에 따라 그녀의 글이 통쾌할수도,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우리가 바로 전쟁터에 있는 ‘타인’의 고통을 느낄길 기대하긴 힘들것 같습니다. 책 한권을 읽고, 인간이 ‘타인의 고통’을 느낄수 있게 변할만큼 인간 심리 및 인간 사회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많은 전쟁의 원인 또한 한마디로 정리할수 없을 만큼 복잡하죠. 다만 이책을 읽으며, 내눈으로 보는 것의 뒤에 또 다른 진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내가 전쟁을 보는 모습에 대해 한번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나의 지적인 성숙과 함께, 세계가 조금은 더 평화로워질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장연 금강공업 영업팀장 / (전) 남양유업 대표사무소장 / 베트남 거주 17년차 직장인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Copy Protected by Chetan's WP-Copyprot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