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여성 골퍼도 라운드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됐지만, 과거 골프가 남성의 전유물로 생각되던 때도 있었다. 그런 차별을 뚫고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하게 라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여성에게 적합한 레이디 티는 언제 생겨났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마침 골프저널에서 이에 대한 글이 올라와 그대로 가져와본다. 좋은 참고 자료가 될 듯하다.
다양한 티 구역
처음 골프는 남성 스포츠로 인식됐었고 과거엔 부자 백인 남성의 전유물로 여기기도 했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 있는 로열앤드에인션트골프클럽 앞엔 개나 여자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붙어있을 정도였다. 또한,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는 개장 이후 80년이 흘러서야 금녀의 벽을 허물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오거스타내셔널에 첫 입성한 여성은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 전 장관이라 하는데, 여전히 이곳에는 레이디 티는 없고 마스터스 티와 멤버 티만 존재한다고 알려졌다.
골프장의 티잉구역은 2개에서 7개까지 다양한 티로 구역이 나뉜다. 이는 각자의 기량이나 성별 나이 등에 따라서 스스로 플레이할 티를 선택할 수 있고 보통은 컬러로 티 마커를 표시하는 게 가장 흔하다. 블랙, 블루, 화이트, 골드, 레드 등 컬러로 표시한다고 하지만 통일된 규정이 있는 건 아니다. 또한, 코스 관리 운영으로 인해 모든 티를 열어두지 않는 골프장도 많다.
골프코스의 티잉구역은 위치별로 이름과 거리 차이가 나뉜다. 보통 레드(레이디), 시니어, 화이트(레귤러), 블루(챔피언) 티로 나뉜다. 레이디 티가 299m일 경우, 시니어는 325m, 그리고 화이트는 343m, 블루는 364m로 각각 20m 정도의 거리를 둔다. 그렇다면 여성 골퍼를 위한 레이디 티는 언제 생겨났을까?
레이디 티의 시작
레이디 티의 역사는 그리 길지는 않다. 1970년대만 해도 챔피언 티와 레귤러 티밖에 없었고, 여성 골퍼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었다. 여성을 위한 포워드 티를 고안한 건 앨리스 다이라고 전해지는데 그녀는 여성 최초 골프코스 디자이너이자 아마추어 골퍼이다. 골프코스 설계의 퍼스트 레이디라고 불린 앨리스 다이는 당시 남성우월주의에 빠진 골프 관계자 반대를 극복하고 프런트 티를 개설했다.
레이디 티 설계의 기준
다만 레이디 티 위치는 골프코스마다도 다르고 설계가에 따라서도 그 기준이 모두 상이하다. 일반적으로 그린에서 티잉구역까지 역순 거리를 계산해 티 위치를 정한다. 티샷이 떨어진 랜딩 에어리어에서 그린까지 남은 거리가 중요한 잣대가 된다고 보는데 파4 홀을 기준으로 챔피언 티에서 드라이버 티샷 후 랜딩 에어리어에서 그린까지 7번 아이언으로 공략할 경우 레이디 티도 드라이버 티샷 후 7번 아이언을 잡을 수 있게 한다.
레이디 티뿐 아니라 아마추어 남성 골퍼가 사용하는 화이트 티도 마찬가지다. 남성과 여성 혹은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의 비거리 차이에 대한 공정성이 기준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 변수는 여성 골퍼의 거리 편차이고 나이와 기량에 따라 여성이 남성보다 거리 편차가 커 홀마다 계곡 등 페널티 구역 유무에 따라 레이디 티의 기준은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레이디 티 설치 시 다른 기준이 되는 건 랜딩 에어리어를 포함해 홀이 보이는 각도라 한다.
티 위치에 따라서 코스도 달라지며 동일한 거리에서도 좌우 이동으로 랜딩 에어리어를 공략하는 부담을 줄이게 한다. 거리 편차가 심한 여성 골퍼를 배려해 벙커나 페널티 구역을 빗겨 칠 수 있는 여지를 두기도 한다. 오르막 홀은 뒤에서 볼 때 레이디 티가 페어웨이를 가리지 않는 위치에서 다른 티보다 레벨을 살짝 올려 설치한다. 그로 인해 여성 골퍼의 오르막 티샷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뒤에서 볼 때 레이디 티가 시야를 가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레이디 티 설계 시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는 조경 적 측면이다. 보통 해당 티 주변에 화초를 식재하곤 하는데 여성 골퍼가 즐길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고 뒤 티에서 치는 골퍼들도 이 조경을 누릴 수 있다. 카트 도로 위치도 배려하는데 티잉구역이 카트 도로보다 높을 경우 스커트를 입은 여성 골퍼가 불편할 수 있을 것을 감안해 카트 도로와 같은 높이로 정하는 것이 그런 예이다.
생각해볼 문제
간혹 골프장의 과도한 배려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바로 레이디 티를 너무 앞으로 빼놓는 경우다. 물론 티를 앞으로 빼놓아 거리가 가까워지면 랜딩 에어리어가 잘 보이고 플레이가 더 쉬워진다. 그러나 이 경우 게임의 흥미가 반감될 수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여성 골퍼의 증가세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골프장들의 레이디 티를 대하는 자세엔 부족함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레이디 티의 면적이 협소하다는 점이다. 오래된 골프장은 100제곱미터도 되지 않으며 배려를 했다고 해도 150제곱미터에 불과하다. 화이트 티는 400제곱미터 정도인 걸 보면 역차별인 셈이다. 이건 과거 골프장 이용객의 여성 비중이 낮았던 게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한다. 그러나 최근엔 골프장 이용객 중 여성 이용객이 1/4 이상을 차지한다.
티잉구역을 설계 시 기준이 있는데 100제곱미터당 1만명이 일반적이라고 보며, 8만명이 이용한다면 800제곱미터로 면적을 책정한다. 레이디 티의 경우에도 적어도 150제곱미터 이상에서 200제곱미터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골프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