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교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현지에서 일하던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의 비극적 희생도 이어지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13일 보도했다.
특히 태국 노동자들이 하마스의 공격을 피해 귀국하기 시작하면서 긴박한 현지 상황과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전해졌다.
태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외에 이번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다.
이스라엘에는 태국인 노동자 약 3만명이 있으며, 교전 지역인 가자 지구 인근 키부츠(집단농장) 등에 약 5천 명이 거주 중이어서 특히 희생자가 많았다.
이날 외신 등에 따르면 전날 귀국한 태국 북부 난주 출신인 솜분 새왕(35) 씨는 하마스의 공격으로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던 친구 6명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의 공격 이후 태국인 10명이 대피소에 있었는데 4명은 이스라엘군에 구출되고 6명은 하마스에 살해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살아남은 우리는 트라우마를 얻었다”며 “다시는 외국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전날 방콕 수완나품공항에는 이스라엘에서 빠져나온 태국인 41명이 도착해 가족들과 상봉했다. 부상으로 휠체어를 탄 2명도 있었다.
가자 지구에서 약 2㎞ 떨어진 농장에서 일하던 아들을 다시 만난 어머니, 남편과 재회한 아내 등이 공항에서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무사하기만을 바라던 가족이 숨졌다는 비보를 접한 가족들도 있다.
태국 북동부 나콘라차시마주에 사는 수랑카나 쿤시 씨는 하마스에 인질로 잡힌 것으로 알려진 아들 뽕사톤(25)이 목숨을 잃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적을 바라며 기도하던 그는 “아들은 가족이 살 새집을 구하기 위해 힘들게 번 돈을 보내왔다”며 비통해했다.
이스라엘의 태국 노동자들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빈곤한 북동부 출신 20·30대 남성들로, 더 많은 임금을 주는 해외에 취업해 가족을 부양해왔다.
감자 농장에서 일하다가 하마스의 습격으로 총상을 입고 은신 중이라는 빠둥 붓모(26) 씨는 “태국에서 같은 일을 할 때의 두배가 넘는 매달 4만밧(148만원)을 집으로 보낼 수 있었다”며 “하지만 더는 이스라엘에 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스라엘에서 사망한 외국인은 미국인이 최소 27명으로 가장 많다. 태국인은 21명 사망하고 16명이 인질로 붙잡혔다. 사망자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태국은 이 전쟁과 무관하지만 큰 피해를 봤다”며 “최우선 과제는 고국으로 돌아오길 원하는 태국인들을 귀환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귀국을 원하는 국민 약 6천명을 모두 귀국시키는 데 약 한 달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에는 태국 외에도 외화를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 일하는 동남아 노동자 수만 명이 있다.
필리핀인은 약 3만명이 있으며, 주로 노인과 환자 등을 돌보는 간병인으로 일한다.
이스라엘에 남아 있는 필리핀인 제레미아 수판(34) 씨는 “지금도 미사일이 계속 발사되고 있지만 이곳에서 계속 일할 것”이라며 “돌아가면 가족들에게 필요한 만큼 돈을 벌 수 없다”고 말했다.
필리핀 국민은 이스라엘에서 2명이 살해되고 최소 3명이 실종됐다.
캄보디아인도 1명이 숨졌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이스라엘에서 캄보디아 학생 1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23.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