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서 경쟁력은 높은데, 평가 절하되는 나라가 있다면 바로 말레이시아일 것입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자동차를 생산할 정도로 산업이 발달되어 있고, 사회적 정치적 안정으로 외국인 투자가 원활한 중진국이지만, 넓은 영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3,300만명의 인구로 경제적 잠재력이 높지 않고 또한 국가의 짙은 종교적 이질감으로 인해 한국인에게는 조금 심정적 거리가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저 조용하고 종교에 빠져 사는 국가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말레이시아는 조용히 지난 20여년간 중진국 국가에서 동남아의 선진국 후보 국가로 변화하는 데 성공한 국가입니다.
그런 말레이시아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과는 다르게 세계의 저가 반도체를 선도하는 나라이고, 아울러 많은 선진국들과 비슷하게 세계 경제경쟁력 순위 25위 국가이고, 비즈니스 하기 좋은 순위도 상위권인 세계 1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3년 국민소득도 한국의 2000년 초반 소득과 비슷한 1만 3382달러로 ASEAN 기준으로는 부유한 국가로 분류되는,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우수한, 동남아시아 경제의 숨겨진 엔진 역할을 수행하는 나라입니다.
어떻게 말레이시아는 비즈니스 하기도 좋고, 경쟁력도 높은 국가로 변모했을까요? 그 이유를 이번호 Biz 스페셜리포트에서 분석해 보았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제의 현황
말레이시아의 경제는 2020년 국제 통화 기금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크고 또한 세계에서 36번째로 큰 경제 대국입니다. 총 GDP 규모는 베트남과 비슷하지만, 말레이시아의 노동 생산성은 높은 지식 기반 산업 밀도와 제조 및 디지털 경제를 위한 최첨단 기술의 채택으로 인하며, 소득 측면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나라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는 2019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제는 세계에서 27번째로 경쟁력 있는 국가 경제이자, 총 GDP 규모는 세계 35위 정도로써 아직 이웃 국가인 싱가포르보다 다소 낮은 3,300억 달러 수준입니다.
국민소득이 베트남보다 3배 정도 높고, 이웃한 인도네시아보다 소득이 2배 이상인데도 전체 경제 규모는 기대치보다 낮은 편임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말레이시아 인구가 3,357만 정도에 국민소득이 13,382달러 정도여서 아직은 전반적으로 경제 규모가 국민소득에 비해 낮은 규모를 보일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말레이시아의 국민소득은 중국, 멕시코, 러시아,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13,000 달러 수준이지만, 이들 국가에 비하면 주거 복지제도가 잘 되어있고, 생필품과 식료품 가격을 저렴하게 통제하는 정책으로 인하여 가구당 가처분소득은 꽤 높은 편입니다.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 국민소득을 구매력 기준으로 환산하면 PPP는 약 $32,000에 달하는데. 이 정도는 그리스와 포르투갈과 같은 수준입니다. 지역마다 차이는 다소 있지만 대체로 대한민국의 1990~2000년대 초반 정도의 생활 수준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동남아시아 내에서는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같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말레이시아의 국민소득은 모든 아세안 국가 중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말레이시아의 무역구조
말레이시아는 한국, 싱가포르, 대만처럼 내수시장이 수출 시장보다 작은 전형적인 수출입 국가입니다. 국가 전체 GDP가 4,470억 달러 수준이지만, 무역 규모는 수출 2,996억달러, 수입액은 2,995억 달러, 연간 무역총액은 약 5,991억 달러 수준으로 무역액이 연간 GDP의 130%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의 무역 의존도를 보이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무역 의존도가 GDP의 80%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말레이시아의 대외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높은 대외 의존도는 말레이시아 경제의 경쟁력이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대외교역이 어려웠던 2020~2021년의 팬데믹 초기 시절에는 물류난으로 인하여 경제가 -5%를 성장하는 최악의 시기를 보냈지만, 2021~2022년에는 자동차 반도체 가격상승으로 인하여 3.1% 성장률과 더불어 2022년에는 8.7%라는 기록적인 성장률을 보여줌으로써 코로나 위기에서 바로 벗어나는 놀라운 성과의 배경이 말레이시아의 첨단 제조업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최대 수출 품목 반도체
말레이시아의 최대 수출품은 다름 아닌 반도체입니다.
전체수출액 2,900억 달러 중 약 21%인 700억 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그 규모가 매우 큰 편입니다.
특히 말레이시아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 산업 가치 사슬상, 개별 단계에 특화되어 있는 편이며. 다국적기업의 국제 통합생산 체제의 일부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인텔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인 인텔은 총 9개의 Fab(wafer fabrication plants)와 7개의 Assembly Test(반도체 후공정) 시설을 전 세계에 운영 중인데, 이 중 9개의 Fab은, 미국에 6개, 중국에 1개, 아일랜드에 1개, 이스라엘에 1개 있으며, Assembly Test는 중국에 2개, 말레이시아에 3개, 베트남에 1개, 코스타리카에 1개 있습니다.
미국, 이스라엘 등 기술력이 우위에 있는 지역에서 웨이퍼를 생산한 후 후공정을 말레이시아, 베트남, 코스타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 진행하는 국제 통합생산 체계가 갖추어져 있고, 말레이시아는 후공정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입니다.
특히 간단한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는 위상이 매우 높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자동차에 필요한 반도체는 고가의 집적 방식으로 생산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여러 종류를 제작하는 구조로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반도체 공급에는 아세안, 그 가운데서 말레이시아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는 특피니온’,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인텔’, ‘NXP’와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현지 기업 등 150여 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몰려있습니다. 또한 ‘이나리 애머트론(Inari Amertron)’, ‘MPI’, ‘비트록스(Vitrox)’ 등 말레이시아 대표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에 대한 전 세계 수요가 폭발하자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을 정도입니다.
이외 최대 수출품으로는 석유제품입니다.
특히 아시아 최대 석유 중개 시장인 싱가포르를 바로 앞에 두고 있고, 싱가포르의 정유 생산량이 제한이 걸리면서, 싱가포르 배후인 조호르주에 정유소가 대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의 석유 확인 매장량은 아시아에서 3번째로 많고, 천연가스 확인 매장량은 5번째로 많습니다. 즉 싱가포르가 중개 석유거래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점을 바탕으로, 말레이시아는 산유국으로는 특이하게 한국처럼 원유가 아닌 석유제품을 정제하여 생산하는 가공업이 발달하게 됐고, 이를 연간 300억 달러 수출하는 아시아 유수의 석유 가공 국가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러한 석유제품의 최대 수출지는 싱가포르이며, 이외 중국,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로 수출이 되고 있습니다.
낮은 중간재 수출국가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수입구조
말레이시아 수입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9년 수입은 2,052억 달러를 기록하며 아세안 국가 중 수입시장 규모는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에 이어 4번째로 큰 편입니다.
총수입 중 중국 비중이 가장 높아 20.7%, 일본과 한국 수입 비중은 각각 7.5%, 4.6% 차지하면서, 각각 3위, 8위를 기록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주 수입품목과, 주 수출 품목이 거의 같다는 점입니다. 말레이시아의 3대 수입 품목은 반도체, 석유제품, 원유이며, 2020년 기준 이들 3대 품목의 수입이 전체 수입의 27.0%를 차지했는데, 원유를 제외한 반도체와, 석유제품은 3대 수출품과 동일한데, 이러한 결과는 세계 공급망에서의 말레이시아의 역할이 반도체 패키징, 가공 그리고 석유제품의 정제 수출인 결과로 추정됩니다.
2020년 기준 말레이시아의 3대 수입 대상국은 중국(28.8%), 싱가포르(11.3%), 일본(6.1%)이었으며, 한국은 말레이시아 수입의 4.26%를 차지하는 8대 수입 대상국입니다.
높은 인프라 수준
말레이시아 경제의 특징 중 하나는 인프라 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같은 세계적인 국제공항은 물론이고 도로교통 수준은 선진국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말레이시아는 주변국에 비해 도로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도로 총연장은 2021년 기준 약 22만km로 주변국에 비해 월등히 앞서는 편이며, 특히 고속도로 연장은 총 2,001킬로미터로, 국토 면적에 비하면 매우 높은 편이며, 한국(총연장 4,866km), 일본(5,790km)에 이어서 고속도로가 아시아에서 잘 정비된 것으로 조사된 국가입니다. 철도는 수송량과 길이 등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분야입니다. 2013년 3/4분기 기준 말레이시아의 철도 총연장은 약 1,849km이며, 2011년 기준 말레이시아의 복선 철도 총연장은 344km, 철도 km당 화물 및 여객 수송량은 주변 동남아 국가보다 현저히 적은 편이지만, 2013~14년 도로와 철도 인프라 부문에서 전체 148개국 중 각각 23위, 18위를 차지했는데, 이러한 수치는 싱가포르를 제외한 주변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순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주요 간선을 지속적으로 복선화 및 고속화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새로운 열차를 도입하고, 서비스 향상을 진행 중이어서, 20년 내로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의 철도 강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심지어 항공업에서도 말레이시아의 경쟁력은 매우 높은 편입니다. 우선 자체 항공 브랜드 및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아시아 최초·최대 저가 항공사 AirAsia를 선두로 한 아시아태평양 저가 항공사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지 가능한 공항 인프라(국제공항 6개, 국내 공항 16개 보유)가 잘 갖춰진 국가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의 항공 부분은 국토가 두 갈래로 나누어져 있는 특성으로 인해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부문이기도 합니다.
말레이시아 투자 전략은?
말레이시아는 ‘베트남 플러스원’으로 고려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미·중 통상 분쟁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아세안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특히 한국기업의 아세안 진출은 베트남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하기 적당한 시장이기도 합니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에 이어서 동남아에서도 기업 하기 가장 좋은 국가입니다. 세계은행이 매해 발표하는 비즈니스 환경 조사에서, 말레이시아는 전 세계 190개국 중 12위~20위권으로 매년 상위권에 속하는 국가인 데다가, 매년 세계 유수의 신용기관들이 발표하는 국가 신용도 등급과 투자 및 무역 안정성 지수에서도 아세안 주요 5개국(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중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GDP 성장률, 소비 구매력, 투자 환경 등에서 우수한 환경을 갖추었고, 1인당 국민소득은 13,000달러로 태국(7807달러), 인도네시아(5107달러), 베트남 (4416달러)과 비교해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고부가가치 소비재 수출에도 유리한 위치이기도 합니다.
말레이시아의 수입시장 트렌드에 적합한 진출전략 필요합니다. 최근 한국의 대 말레이시아 수출 정체는 말레이시아 수입 트렌드와 우리나라의 수출 구조상의 문제로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말레이시아가 우리와 같은 중간재 생산 국가로 떠오르면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말레이시아 수출기업 설문조사에 의하면 유망 수출 품목으로 소비재(42.1%)를 가장 많이 꼽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의 말레이시아 수출은 중간재(66.9%)에 집중되어 있으며, 소비재 비중은 3.4%에 그치고 있습니다.
또한 말레이시아 중간재 수입 중, 고위기술 품목이 37.5%를 차지하고 있으나, 고위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뒤지고있는 상황이라 우리제품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패션 잡화와 같은 소비재를 중심으로 말레이시아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아세안 시장 내 경쟁력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며, 이러한 점을 유념하고 투자하면 말레이시아는 높은 소득을 바탕으로 수익을 안겨줄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