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한주필 칼럼-손흥민이 특별한 이유

요즘 손흥민이 뛰고 있는 영국의 프리미엄 리그 경기가 삶의 또 다른 즐거움을 보태줍니다.

매주 벌어지는 그의 경기를 보기 위해 주말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그런 프리미엄 축구를 즐기면서 덤으로 우리와 다른 문화를 배웁니다. 특히 유럽인들이 갖는 축구에 대한 가치에 대하여 말입니다.

지난 리버풀과 토트넘의 축구 경기가 2대 1 토트넘의 승리로 끝난 이후, 경기장의 관중들이 승리를 만끽하며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몇시간을 함성과 함께 축하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에게 축구라는 운동이 갖는 의미가 그저 하나의 운동 경기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합니다. 아무리 엄청난 경기라고 해도 경기가 끝난 후 수 시간 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함성을 내지르는 모습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골이 터질 때마다 뿜어나오는 그들의 환희에 찬 함성은 그 어떤 것으로도 비교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하나의 운동 경기일 뿐인데, 그렇게 세상이 뒤집하듯이 난리를 치는게 우리의 눈에는 아무래도 낯설기만 합니다. 축구 경기가 그렇게 소중하고 모든 것에 앞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이해가 어렵습니다. 2002년 우리가 월드컵 4강을 차지할 때, 이태리와의 경기에서 승리하자 당시 이태리 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던 안정환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그의 자동차를 부수고 난리를 친 것에 대하여 우리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스포츠 정신을 망각한 무식한 인간의 난동이라고 치부했지요. 그런데 요즘 유럽 축구를 보고 있자면 조금이나마 이해가 갑니다. 그렇다고 수긍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갖는 축구의 가치가 우리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축구는 종교와 같은 위치에 있는 듯합니다. 영국에서는 집안 대대로 한 팀을 응원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팀의 서포터와는 결혼도 삼갈 정도라고 하니 그들에게 축구는 종교만큼이나 무거운 가치를 갖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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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축구의 나라, 영국에서 요즘 손흥민이 그야말로 눈부신 모습을 보이며 그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쏘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손흥민은 지금까지 어느 선수에게서도 볼 수 없던 특별한 피니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가 그동안 프리미엄 리그에서 기록한 100골 장면을 모아둔 영상을 보면, 어느 한 골이라도 그저 골문 앞에서 우당탕하다가 운으로 들어간 골이 없습니다. 모든 골이 현란하고 찬란한 빛을 발합니다. 마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 장면을 모아 놓은 것 같은 영상인데, 슛터는 오직 쏘니 한 명입니다. 이게 가능하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어느 선수나 멋진 골을 가끔 만들어 내기는 하지만 손흥민처럼 모든 골에 감탄을 자아내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는 축구의 슛을 예술로 승화시킨 듯합니다. 30년전 한국의 지방도시 춘전에서 태어난, 수줍고 미소 넘치는 소년은 이제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일급 골잡이가 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 축구계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놓은 전설적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는 어떻게 그런 놀라운 솜씨를 지니게 되었을까요? 물론 노력입니다. 지겹고, 재미없고, 짜증 나게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삼키는 노력으로 그는 그 누구도 갖지 못할 최고의 슛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이보다 더 심심하고 하품나는 조언도 없습니다. 노력으로 목표를 이루라는 말은 너무나 당연한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렇게 심심하고, 지겹고, 재미없고, 힘든 그 일을 눈물을 삼키면서도 계속하게 만드는 동기입니다.

동기란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한 내적 요인을 의미합니다. 목표를 마음에 담아두고, 목표를 달성한 후의 모습을 그리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어렵고 귀찮은 과정을 흔쾌히 감수하고 실행하는 열정이 바로 동기입니다.

다이어트에 도전하나요? 날씬한 몸매로 자랑스럽게 어깨를 펼치고 고개를 들고 다니는 자기 모습을 많은 사람들의 입을 벌린 채 바라보는 풍경을 뇌에 각인시키는 것이 첫 작업입니다. 그리고 다이어트 과정마다 닥치는 힘든 고비를 맞을 때마다 이미 각인된 모습을 되뇌이며 이겨 나간다면 머지않아 그대가 뇌리에 넣어둔 늘씬하고 자랑스런 멋진 인물의 모습에 자기 얼굴이 걸려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손흥민도 역시 자기가 꿈꾸던  세계 최고의 선수의 모습에 자신을 이입시키고 그 모습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로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쏘니가 세계 축구 팬에게 보여주는 것은 빛나는 기량만이 아닙니다. 그가 보여주는 축구 기량도 한없이 눈부시지만 그의 품성은 더욱 찬란합니다. 인간의 이기심을 드러내는 데 별다른 망설임이 없는 서양에서 자신을 양보하고 팀을 먼저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은 그들을 놀라게 만드는 듯합니다.

갈릴 지브랄은 성공한 사람에게는 두 개의 마음이 있다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과 받아들이는 마음이 그것입니다. 

쏘니가 주변 사람들과 동료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는 다양한 국가에서 모인 동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포용합니다. 그것이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고자 노력합니다. 부진을 겪었던 지난해 축구 인생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웠다고 술회하는 그의 모습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부족함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사라진다면 더 이상 발전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모자람을 인정해야 그것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 수반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이런 성품은 배운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태생적 축복이 있어야 할 듯합니다. 그러고 보면 위대한 성공은 하늘이 정해준다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손흥민은 그런 조건을 갖추고 태어난 행운아입니다. 그래서 축구선수로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손흥민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와 함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우리가 누리는 또 다른 행운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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