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탈이 났습니다.
한동안 체중이 늘어남에도 일반적인 운동은 생략하고 오직 골프로 운동을 대신하겠다는 생각으로 일주일에 2-3번씩 라운드를 강행하다 보니 결국 탈이 납니다. 더욱이 2주 전에는 3일 연속으로 치다 보니 무리가 간 모양입니다.
다리가 아프고 허리도 당기며 제대로 허리를 세우기도 힘이 듭니다.
구부정하게 걷는 나를 보며 집사람이 허리를 펴고 걸으라며 짜증 섞인 조언을 날립니다. 누군든 곧게 걷고 싶지 않겠습니까?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통증을 느끼니 어쩔 수 없이 구부정한 자세가 나오는데, 그런 노인네와 같이 다니기가 좀 짜증스럽기는 하겠죠.
며칠을 그렇게 다니면서도 언제 살면서 안 아픈 적이 있던가 하며 개의치 않고 여전히 골프장을 나다녔는데 결국 손을 듭니다. 참을만한 한도를 넘으니 지난 주말부터 운동을 삼가고 좀 쉬어 봅니다. 좀 쉬다 보니 어느 정도 편해지는 느낌인데 불편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제서야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다리 저림이나 허리당김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어디를 찾아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의원을 찾아 침을 놓아야 하는 것인지 신경외과를 찾아가 치료받아야 하는지 말입니다.
마침 가장 옆에서 남편의 구부정한 모습에 짜증이 폭발하곤 하던 집안의 실권자가 씬짜오베트남 옐로 페이지를 뒤져 메이플이라는 이름의 카이로프렉티라는 치료법을 시행하는 통증 크리닉 병원을 소개합니다. 마침 저희 잡지 고객이기도 하여 다음날 예약을 하고 2군 타오디엔에 있는 병원을 찾았습니다.
잘생긴 젊은 한국 의사가 저를 맞습니다. 제 증상을 얘기하니 골프로 인한 흔한 증상이라며 그와 비슷한 사례를 들려줍니다. 일단 병원은 제대로 찾아온 듯합니다.
그리고 먼저 온 몸을 핥듯이 X-RAY 사진을 찍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진을 찍다가는 허리병 대신 암이 생길 까 두려워집니다.
결과로 나온 사진을 보니 온몸의 뼈대가 죽은 시체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등뼈는 둥글게 휘었고 허리 아래 뼈는 안쪽으로 들어가 완전히 S자 형태입니다. 시험실 시체의 그것처럼 생긴 뼈대를 마디마디마다 샅샅이 훑어보던 의사 양반이 하나씩 짚어가면 설명합니다. 등이 굽은 것은 오랜 세월 책상에서 글을 쓰며 만들어 낸 흔적이긴 하지만 키가 작아지는 것 외에는 큰 탈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체적으로 디스크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척추에 좌우 굴곡이 있습니다. 확실히 골프 스윙이 만든 변형으로 보입니다. 의사선생의 말로는 일종의 척추 측만증으로 볼 수 있지만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척추 측만증이라는 말만 들어도 오싹해집니다.
그리고 골프로 인한 가장 큰 흔적은 엉치뼈가 균형을 이루지 않고 왼쪽 엉치뼈가 오른쪽보다 확연히 높게 나옵니다. 이 역시 골프 스윙의 흔적이 분명합니다. 이런저런 끔찍한 설명을 들은 후 자리를 옮기는데, 조각 조각으로 조립한 듯한 침대에 엎드려 치료를 시작합니다. 일명 도수 치료라고 하는 것 같은데 엎드려 눈을 감고 들어서 확실치 않습니다. 아무튼 뼈를 비틀기도 하고 늘이기도 하고, 충격을 주기도 하고, 두드리기도 하며 틀어진 뼈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듯합니다.
한 30분 정도 고문을 당하다 일어났습니다. 온몸이 뻐근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치료받으면 좋겠다는 조언입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데, 거참 그리도 불편하던 몸이 정말 편해졌습니다. 휘파람이 절로 나옵니다. 와우, 이리 좋구나. 가끔 몸이 이상할 때 들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사실 치료비가 만만치 않습니다..X-LAY 비용을 빼고 3백 만 동이 나왔으니 한화로 따지면 28만 원 정도입니다. 그래도 그동안 구부정한 늙은이 자세로 집사람에게 듣던 꾸중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아깝지 않습니다. 다행히도 의사는 골프 라운드 수를 조금 줄이시고 경과를 보라고 합니다. 그래도 그만 치라는 소리는 안 해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집에 와 거실에 앉아 치료 결과를 마나님에게 보고 하고 일어서는데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골프 클럽입니다. 지난 세월 모아둔 골프 클럽들이 방으로 향하는 통로에 길게 줄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아휴 자칫하다가 생이별할 뻔했네, 이 친구들아.
그래서 생각을 했습니다. 이 나이가 들어 골프를 안전하게 칠 방법에 대하여 말입니다. 자료는 찾아보니 골프 스윙이 발전되면서 척추를 포함한 온몸에 무리가 가도록 변형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예전 스윙은 현대 스윙과는 달리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았는데, 점 더 정확하고 긴 거리를 내기 위하여 다리를 고정하고 허리를 꼬는 스윙으로 변하면서 신체에 무리가 더 많이 가기 시작했다는 얘기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고전 스윙과 모던 스윙이 만드는 상체와 하체의 꼬임이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왼쪽 클래식 스윙을 보면 상 하체의 균형이 틀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른 쪽 모던 스윙을 보면 하체를 고정된 채 상체가 엄청 꼬이면서 허리와 다리에 무리를 주는 것입니다.
아하, 알았습니다. 사실 저에게는 클래식 스윙이 편합니다. 30여 년 전 골프를 처음 배울 때 배운 스윙이 클래식 스윙입니다. 클래식 스윙의 대표적인 차이는 백스윙 시 왼 발꿈치를 어깨가 도는 것에 맞게 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운스윙도 오른쪽 무릎으로 넣으며 때려주는 것입니다. 즉 하체를 고정하지 않고 스윙 방향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골프로 병을 얻으신 분들, 아직은 멀쩡하나 나이 들어 골프로 병을 얻기 싫은 신 분들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번 해 보시죠. 잭 니콜라스나 탐 왓슨의 스윙을 참조하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 클래식 스윙을 모던 스윙으로 바꾼 친구는, 골프로 경 칭호를 받은 영국의 닉 팔도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타이거 우즈가 모던 스윙을 완성했는데 그 역시 허리병으로 엄청 고생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프로처럼 빡세게 칠 나이가 지나신 어른 골퍼들은 클래식 스윙을 이용하시는 게 오래동안 큰 탈 없이 골프를 즐기는 방안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