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나를 찾아줘. GONE GIRL

완벽한 커플, 사라진 그녀.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다!

하버드대 출신의 지적이고 아름다운 에이미는 심리학자 부모가 쓴 동화 ‘어메이징 에이미’의 주인공이다. 어느 날 뉴욕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중 작가인 닉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부부는 그러나 결혼 5주년 기념일 날 에이미가 사라지면서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게 된다. 매년 결혼기념일 날 에이미가 주도한 ‘보물찾기’를 단서로 하나하나 드러나는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의 실체. 그것은 어메이징한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이었다.

감독 데이빗 핀처는 수많은 관계의 모순과 캐릭터의 심리적 굴절을 통해 관객들에게 주인공의 관점으로 빠져들게 할 미끼를 처음부터 깔아 놓는다.

설탕가루가 먼지처럼 흩날리던 날, 그보다 더 달콤한 키스를 나누며 관계를 시작했던 닉과 에이미 두 사람의 부부 생활은 가면 갈수록 실제와 다르다는 것이 드러난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일기를 써 왔다. 경제적 궁핍과 더불어 서로에 대한 오해와 복수심리 같은 심리적 앙금이 화려한 겉 포장 속에 켜켜이 숨겨져 있다. 핀처는 균열이 갈 대로 간 두 사람의 밑 마음을 다양한 장르로 변주해 나간다. 그런데 사실 이 모순이 막장드라마급이 되자, 언론이 벌떼처럼 달려든다. 흥분과 집단 히스테리로 들뜬 영화 속 대중들의 모습은 이 영화에 넋을 놓고 몰입하는 우리들, 즉 관객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보인다. 영화의 중반부에 드러나는 대반전, 이 모든 것이 에이미의 자작극임이 판명되는 순간, 핀처는 관객들에게 그 옛날 ‘싸이코’에서 히치콕이 그러하듯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는, 타인의 사생활을 그토록 관음하고 싶어 하는 당신. 엿 한 번 먹으시오.’

이 닉과 에이미라는 캐릭터는 이제까지와는 판이한 옷으로 갈아입고 새롭게 등장한다. 제자와 외도까지 하고 아내의 실종된 사진 앞에서 해맑게 웃던 닉은 어느 순간 그저 자기감정에 솔직한, 평범하고 소박한 미국 아저씨임이 밝혀진다. 이에 비하면 에이미의 내면은 훨씬 복잡하다. ‘나를 찾아줘’라는 한국 제목이 암시하듯, 에이미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욕망이 투사된 아이로 자라왔다. 원작자 길리언 플린이 붙인 ‘Gone Girl’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에이미는 사춘기를 겪는 소녀와 같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맥베스의 대사처럼, 에이미는 악착같이 자신의 욕망과 다양한 정체성을 끝까지 끈질기게 추구했을 뿐이다.

게다가 닉의 쌍둥이 여동생 마고는 에이미와 달리 닉을 더 이해하고, 닉을 감싸주고, 끝까지 오빠 편에 남는다. 이상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 속의 여성 캐릭터들은 어떤 면에서 모두 옳다. 원작자이자 각본가인 길리언 플린과 데이빗 핀처는 현대 여성의 목구멍 깊숙이 숨겨진 자유로운 삶의 문제를 교묘히 숨겨 뒀다.

영화의 마지막은 미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부부는 사이 나쁜 모든 부부들이 그러하듯, 서로에게 피해자면서 가해자로 남는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그냥 형벌이다. 블라인드로 가로막힌 집이 감옥이다. 에이미 역의 로자먼드 파이크의 열연은 대단하다. 그레이스 켈리를 떠오르게 하는 그녀는 간만에 몸에 딱 맞는 역할을 멋지게 해냈다. ‘나를 찾아줘’가 결코 쉬운 영화는 아니다. 150분간의 참혹한 역할극 놀이며, 보는 자와 보이려는 자 모두가 시선의 덫에 걸린 사냥극 놀이다. 찾기 어려운, 그러나 찾아야만 하는 인간의 심연이 거기 있다.

GONE GIRL

감독 : 데이빗 핀처
출연 : 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닐 패트
작성자 : 심영섭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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