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 소풍을 가면 제일 재미있었던 프로그램이 ‘보물찾기’라는 게임이었습니다. 어딘가에 숨겨진, 번호가 쓰여진 쪽지를 찾아내면 그에 걸맞는 선물을 받는 게임입니다. 선물을 받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 선물을 위해 쪽지를 찾아 바위 밑, 나무위, 풀숲을 찾아 헤메는 과정 자체가 흥분되고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보물찾기를 생각해보면 ‘무슨 선물을 받았다’ 보다는 ‘낯선 공간에서 보물을 찾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니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돌아보니 ‘보물찾기’의 본질은 ‘보물’이 아니라, ‘찾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지은 ‘연금술사’라는 소설은 바로 이 ‘보물찾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행자를 동경하는 스페인 어느 시골 마을의 양치기 ‘산티아고’가 시작한 긴 소풍, 큰 스케일의 보물찾기 이야기입니다. 낡은 교회에서 하루밤을 자다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보물을 찾는 꿈을 꾸면서 청년 산티아고의 보물찾기는 시작됩니다. 지금 갖고 있던 것을 내려 놓을 수 없었던 그는, 점쟁이 노파와 우연히 만난 노인의 해몽과 권유로 인해 결단을 내리게 되고 자신이 갖고 있던 것을 모두 처분하고 여행을 시작합니다. 시골 출신의 젊은이로서 당연한 수순으로 도시에서 사기를 당합니다. 인생의 쓴맛을 보고, 1년간의 알바 생활을 통해 고향에 돌아갈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모으지만 그는 다시 모험을 택합니다. 사막을 건너고, 오아시스를 거쳐, 결국 피라미드에 도착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멘토, 사기꾼, 사장님, 사랑하는 여인, 독특한 사람, 더 큰 사장님, 스승을 만나며 인생의 경험을 쌓고 능력을 키웁니다. 읽어본 분들은 다들 느끼셨겠지만, 피라미드 도착전의 산티아고는 최소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미 ‘보물’이 필요없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피라미드에 도착한 그는 어느 병사로부터 ‘사막 너머 스페인 시골 마을의 낡은 교회에 보물이 묻혀있는 꿈’을 꾸었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이 찾는 보물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마을로 돌아와 보물을 찾게 됩니다.
짧은 책입니다. 그동안 소위 ‘벽돌책’ 중심으로 책을 소개했는데, 이책은 그동안 소개한 책중 가장 작고 짧은 책입니다. 그렇다고 ‘짧은 책’이 ‘긴책’에 비해 부족한 책이냐? 그건 또 아닌것 같습니다. 보통 ‘자아 찾기’, ‘자아 성찰’과 관련된 책들은 짧고, 설득력 있는 문장들로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방법을 택하기 때문에, 방대한 정보로 승부하는 벽돌책과는 구성을 달리합니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 리처드 버크의 <갈매기의 꿈> 같은 책들이 800페이지짜리 벽돌책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스테디 셀러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린왕자가 어른들에게 잃어버린 동심을 일깨워 주고, 갈매기 조나단이 ‘인생에는 먹고 사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라는 영적인 부문에 대한 성찰을 준다면, 연금술사의 산티아고는 삶에서 꿈과 도전의 의미를 자연스럽고 설득력있게 전해줍니다. 우리가 어린시절을 쉽게 잊고 살듯이, 현실에 치이다 보면 꿈도 자연스럽게 잊게 됩니다. 정신적으로 조금 지치고, 나약해 졌을때, 잊었던 꿈을 상기시켜주고, 이겨낼 힘을 주는 묘한 힘이 있는 책이 바로 이 ‘연금술사’라는 책입니다.
워낙 짧은 책이라 줄거리를 정리하고 보니, 스포일러가 된 것 같은 안좋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독을 권하게 되는 것은, 은유와 상징을 통해 삶에 대한 통찰을 주는 주옥같은 문구들이 이 책의 ‘보물’이기 때문입니다. 이책에서 가장 유명한 두가지 문구를 소개해 드립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
많은 유명인들이 인용하셔서 정말이지 너무나 유명한 말입니다. 이 말의 출처가 바로 이 책입니다. 이 말만 들으면 성공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것처럼 들리는데, 생각보다 무언가를 간절이 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그것을 얻지 못하는 순간 받을 큰 상처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죠. 또한, 간절히 원한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노력도 함께 해야한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적당한 목표를 갖고 적당한 노력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익숙해진것 같습니다. 쿨하게 말이죠. 간절히 원할때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은 틀린말이 아닙니다. 그러니, 무언가를 정말로 원한다면, 우리는 간절히 원해야 합니다.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삶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한우물을 팔것이냐, 여기서 접고 새로 시작할 것이냐’는 질문은 삶의 고비고비마다 우리에게 결단을 강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한우물을 파서 성공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변화를 받아들여서 성공했다고 합니다. 적절한 순간에 용기를 내어 변화를 통해 도전한다면, 삶은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보상을 주지만, 끈기가 없는 도전, 도전을 위한 도전, 취미가 되어 버린 도전은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다고 경고의 문구입니다. 변화를 강요당하고, 변화가 일상이 되어 버린 요즘, 새겨들을 문구입니다.
내용이 길지 않고, 크기도 크지 않은 손바닥 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책이지만, 삶의 고비고비마다 용기와 영감을 주는 좋은 문장들로 가득찬 명저입니다. 초등학생때의 소풍은 지나갔지만, 우리의 보물찾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간절히 원하고, 간절한 도전을 통해 여러분만의 보물을 반드시 찾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