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프랑스 음식에 대한 관점은 프랑스 요리라고 하면 뭔가 부담스럽고 가격대도 높을 것이라는 염려가 깔려있다. 세계가 인정하는 고급 요리라는 것은 알지만 낯선 데코레이션에 메뉴 이름은 길고, 이름만으로는 무슨 요리인지 알기 힘들고, 정작 먹는 순간 슴슴하고 느끼한 맛 그리고 작은 양으로 인하여 실망하기 쉬운 음식이 프랑스 음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프랑스 음식이 최근에는 고급의 클리셰에서 벗어나서 양도 적당히 많아지면서, 대중적인 미식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7월에 새로 생긴 프랑스 음식점 Lune는 기존의 엄격한 프렌치 레스토랑의 이미지를 벗어나서 새로운 캐쥬얼한 미식탐방을 표방하는 곳이다. 한 달 밖에 안됐는데 벌써부터 사이공의 호사가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프랑스 요리를 찾아가 과연 세계 최고의 음식으로 인정받는 요리는 어떤 맛과 멋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
세계 3대 요리 프랑스 요리
세계적으로 고급 요리로 명성이 높은 프랑스 요리는 터키 요리, 중국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알려져 있다. 서양 고급 요리의 기본은 이탈리아보다는 프랑스 색이 좀 더 짙다.
이해되지 않는다면 국내에 있는 5성급 호텔 양식당을 방문해 보면 알 수 있는데 디너 코스요리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프렌치의 문법을 따르는 편이며 이탈리아 요리는 좀 더 가벼운 비스트로 스타일로 제공하는 곳이 많다. 애초에 레스토랑이 어느 나라 말인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들이 대부분 프랑스어라는 점으로 미루어 보면 파인 다이닝의 표준이 프랑스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 요리의 고급화에 박차를 가한 코스 요리라는 개념은 추운 러시아에서 음식이 식지 않도록 음식을 한 번에 한 가지 씩 내던 것을 프랑스에 도입한 것이다. 그 전에는 한국 요리처럼 한상 거나하게 차려 먹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가정식 요리를 제공한다는 뜻인 ‘비스트로’도 나폴레옹 전쟁 당시에 파리를 점령한 러시아군이 음식을 주문하고 러시아어로 “빨리빨리! (Быстрее!)”라고 외치던 것이 그 유래다. 또한 튀르크리의 영향으로 터키 요리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오스만 제국 궁정의 식사는 기본적으로 애피타이저(터키어로 메제)가 나오고, 그 뒤로 가금류, 육 고기, 생선, 샐러드, 후식, 마지막으로 터키 커피와 담배 및 다과류를 대접했는데, 이 또한 프랑스식 코스요리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
1960년대에는 Nouvelle Cuisine(누벨 퀴진)이라는 사조를 형성하면서 음식 비평가를 거쳐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되었다. 버터와 소스를 듬뿍 넣던 종래의 무거운 오뜨 퀴진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가볍게 변화한 것이 누벨퀴진이다. 우리가 먹는 현재의 프랑스 음식은 이 부분에서 벗어 나지 않은 상황이다.
Lune는 어떤 레스토랑인가?
Lune는 불어로 ‘달’ 이라는 의미를 지닌 프랑스 레스토랑이다.
2023년 7월에 호찌민 시내 한복판, 일본인 거리인 레탕톤거리 한복판에 오픈한 모던 프렌치 캐주얼 레스토랑이다. 바로 옆에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진순대와, 일본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체인 규동점인 스키야가 있어서 위치는 정말로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이곳은 왠만한 프렌치 레스토랑이 음식에 중점을 두고 레스토랑이라는 형태에 집착을 한다면, Lune는 저녁시간에 식사와 음주를 종합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추구한다. 이러한 이유로 조금 낯선 느낌이 있지만 1층은 Bar로 꾸며져 있으며 여기서 제공되는 음식은 술과 곁들어 먹을 수 있는 핑거푸드 스타일의 가벼운 스낵을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즉 프랑스 음식에서는 Entree 위주의 음식이 1층 Bar에서는 판매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짙게 어두운 1층을 뒤로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화사한 분위기가 특징인 레스토랑이 등장한다.
고급스러운 프렌치 레스토랑들이 자신의 위엄과 명성을 들어내기 위해 무언가 엄격함 있는 실내가 있다면 Lune의 2층에서는 이러한 엄격함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의 오너인 아드리안 구엔지 쉐프의 말로는 Lune은 “사람들이 음식을 통해 행복을 얻어가는 곳을 추구하기 때문에 캐주얼하고 손님이 부담가지 않는 인테리어를 구성했다”고 한다. 다이닝 분위기와 더불어, 프랑스 레스토랑 특유의 엄격한 분위기가 아닌 점은 이곳의 큰 특징이다.
이곳의 음식은 어떤 가?
이번에 방문했던 Lune레스토랑의 음식은, 프랑스 음식의 정신인 재료의 맛을 잘 살리고, 고객이 음식을 하나하나 음미할 수 있도록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동시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프렌치 레스토랑이 많은 사이공에서 두각을 내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선 첫 번째 전체로 나온 매뉴는 Bresse Chicken with Mushroom, Tarrago, whole grin, mustard었다.
본 요리는 프랑스 음식에서 클래식한 전통인 육수와 재료를 젤라틴화 했고 자연을 연상할 수 있는 데코레이션으로 눈으로 보는 멋이 함께 어우러진 요리였다. 본 음식은 메인 요리를 음미하기 전에 전체로 먹는 요리이기 때문에 가벼운 테이스트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닭육수와 더불어 닭 가슴살이 들어간 젤리는, 한국인에게는 낯선 요리일 수 있지만, 클래식한 프랑스 요리가 최소한 어떤 것인지를 음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기에 적당한 맛이었다.
두번째로 나온 음식은 Black Cod Artichoke Clams , Redwine sauce였다.
유럽에서는 흔하지만, 아시아에서는 귀한, 대서양 대구(Cod)를 생선수프 기반의 그레이비 소스를 곁들인 첫 번째 메인 메뉴였다. 본 기자가 해산물을 좋아하는 데다가 프랑스 음식에서는 해산물을 고급 재료로 취급한다는 점을 알기에 기대하는 음식이었다.
요리 자체는 사실 해산물 요리 치고는 프레젠테이션이 특이한 편이었다. 일반적으로 해산물 요리는 서양요리에서는 고기 소스를 연상하는 그레이비 스타일의 짙은 색 계열의 소스를 피하는 편이고 일반적으로 흰색의 타르타르소스 계열이나 투명한 소스를 사용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Lune에서는 관념을 뒤집어서 소고기 소스를 연상하는 검은색 소스위에, 순 흰 살의 대서양 대구 살과 바지락조개가 한 개 작게 올라가 있었다. 처음에는 약간 기겁을 했지만, 해산물 음식의 기본을 잘 지키고, 검은색 그레이비소스가 생선스프베이스여서 상식을 뒤집은 음식을 먹는다는 느낌이었다.
Lune 레스토랑의 최고의 메뉴인 Angus Tenderlion Steak 작지만 아름답다
본 레스토랑의 진정한 메인 요리는 작지만 미디엄 레어로 나온 엥거스 스테이크였다. 사실 프랑스 요리에서 가장 기본적인 음식이 오믈렛과 그리고 ‘스테이크’ 다.
프랑스에서 스테이크는 한국의 비빔밥 같은 위치다. ”비싼 소고기가 무슨 비빔밥 같은 위치 냐?’ 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고속도로 휴게소부터, 한국의 김밥천국 같은 서민들의 일상적인 외식을 담당하는 카페(Cafe), 비스트로(Bistro) 같은 서민 레스토랑, Chez라 불리는 고급레스토랑까지 모든 등급의 레스토랑에서 주문이 가능한 메뉴가 스테이크다. 이러기 때문에 프랑스 요리사의 실력은 스테이크로 평가된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테이크는 프랑스 음식의 기본이자 척추다. 쉐프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듯이 3조각의 호주산 엥거스 스테이크의 안심부위를 미디엄 레어로 구워서 신선한 바질을 넣은 페스토와, 플라워 데코레이션으로 장식하여 같이 나왔다.
일단 비주얼부터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본 스테이크는 24시간동안 간장, 식초, 레몬을 넣은 소스에 소고기 스테이크 부위를 숙성하여 나온다고 한다.
맛은 인생 최고의 스테이크라고 평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스테이크는 너무 부드러우면 느끼한 맛이 더해지는 편이 강하고, 씹는 느낌이 어느 정도 있어야지 만 음식을 먹은 기분이 나는 미묘한 음식이다. Lune의 스테이크는 소고기의 씹는 맛이 잘 살아있으면서 입에 들어가면 바로 녹지만, 느끼한 뒤끝이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먹으면서 내가 어떠한 음식을 먹고 있나, 이게 현실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천상의 맛을 자랑했다.
독자분들을 위하여 말하는 거지만, Lune에서는 다른 거보다 Angus Beef Tenderloin with Zucchini, Basil, Mint를 드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그 동안 먹었던 스테이크(와규포함)는 맛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최고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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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로 나온 Roasted Apple with Dacquise, Coffee Chantilly, Caramelized Almonds
마지막으로 모든 주요리가 종료된 후 바로 디저트가 나왔다. 사실 디저트는 메인 메뉴의 인상이 강해서인지 그렇게 감동의 향연은 아니었지만 프랑스식 당코와제(Danquoise) 디저트 케이크와, 절인사과, 커피 맛 크림의 인상적인 향연이었다.
프랑스 음식은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사람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음식을 즐기기 위해 사는 사람과 삶을 즐기기 위해 음식을 먹는 사람으로 나뉜다” 는 말이 있다. 프랑스 음식은 정말로 음식을 즐기기 위해 사는 사람의 음식이 어떠한 것인지 몸소 보여주는 요리라고 볼 수 있다. 한 음식안에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과, 최상의 맛을 뽑아내기 위해 재료 손질에 들어간 예술적 장인정신 등이 합쳐지면서 음식을 예술의 영역으로 승화시킨 퀴진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예술적인 면에 사로잡혀서 어렵게 여기고, 부담스러워서 피할 필요는 없다. 결국에는 내 뱃속으로 들어가는 게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에서 Lune레스토랑은 대중적인 면을 추구하면서 프랑스음식의 부담을 없애고 진정한 맛으로 승부하는 곳이다. 거품 뺀 프랑스 음식, 행복함과 더불어 부담스럽지 않은 프랑스 음식을 오늘 Lune에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