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태국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제1당에 오른 전진당(MFP) 피타 림짜른랏 대표의 총리 도전이 멈추게 됐다고 연합뉴스가 19일 보도했다.
전진당을 비롯한 야권 8개 연합은 이날 상·하원 총리 선출 2차 투표에 지난 13일 과반 획득에 실패한 피타 대표를 후보로 재지명했으나, 투표 자체가 무산됐다.
타이PBS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군부 진영 의원들은 한차례 거부된 안을 다시 제출할 수 없다며 후보 재지명 불가를 주장했다.
야권은 총리 후보 지명은 법안을 다시 발의하는 것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8시간 넘는 찬반 토론 끝에 의회는 피타 후보의 재지명 가능 여부를 묻는 표결을 시작했다.
총리 선출 1차 투표와 마찬가지로 피타 후보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표가 우세했다.
전진당 측 의원들의 반발 속에 완 노르 마타 하원의장은 “이번 회기에 피타 대표가 두 번 총리 후보로 지명될 수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피타 대표는 토론 도중 헌법재판소의 그에 대한 의원 직무 정지 결정으로 의회를 떠나야 했다.
앞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미디어 기업 주식을 보유한 피타 대표의 총선 출마가 위법이라며 헌재에 사건을 회부했고, 헌재는 이날 이를 받아들이고 판결 때까지 그의 의원 직무를 정지시켰다.
헌재 판결에 따라 피타 대표는 의원직을 박탈당할 수 있다.
헌재는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에 대한 위헌 여부도 심리할 예정이어서 최악의 경우 정당 해산 가능성도 있다.
피타 대표는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주먹을 들어 보이며 의회를 빠져나갔다.
그는 자신이 의회에서 퇴장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며 “돌아오겠다(I’ll be back)”라고 썼다.
40대 초반의 젊은 미국 하버드대 출신 엘리트인 피타 대표는 지난 5월 14일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전진당을 이끌며 돌풍의 주역이 됐다.
전진당은 군주제 개혁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젊은 층의 지지를 얻었고, 방콕 33개 지역구 중 32곳을 휩쓸며 승리했다.
전진당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의 프아타이당 등 야권 7개 정당과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8개 야당 연합은 하원에서 312석을 확보했으나, 군부가 임명한 상원 의원들의 벽에 막혔다. 군부가 개정한 헌법에 따라 태국 총리 선출에는 상원 의원들도 참여한다.
왕실모독죄로 알려진 형법 112조를 개정하겠다는 전진당의 공약이 상원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했다.
1차 투표 이후 그는 2차 투표에서 충분한 표를 얻지 못하면 물러나 야권 연합의 제2당인 프아타이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프아타이당의 유력한 총리 후보로는 부동산 대기업 산시리의 전 회장인 세타 타위신이 거론된다.
다만 프아타이당이 전진당과의 연대를 이어갈지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프아타이당이 전진당과 구성한 연합을 깨고 보수 진영 정당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태국의 정국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진당 지지자들은 이날 헌재 결정에 반발해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경계를 강화했다.
연합뉴스 2023.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