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의대반? 유럽 의대로 돌파
몇 해 전부터 대치동에서 시작된 “초등 의대반” 열풍은, 이제 국내 지방 중소도시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중이다. 특히, 흔히 “6모와 9모”로 일컬어지는 국내 수험생들의 대학 진학을 위한 주요 관문이 혼선을 빚는 가운데, 해외 메디컬 유학을 결정하는 일부 발빠른 내신 1-2등급 수험생의 선택이 눈길을 모으는 요즘, 강남-서초 권에서 “초등 의대반을 놓친” 중1-중2 학부모 사이에서도 “과감하게 선택하는 유럽 의치약대”에 대한 관심사도 점차 늘어가는 양상을 나타낸다.
특히, 전체적으로 6-8년 가량을 “의과대 입시 준비 프로그램”에 맞추어 장기간 동안 “잠시도 딴 짓을 할 수 없는” 국내 입시 환경에 비해, 이탈리아와 독일 의과대학 영어과정 입학에 필요한 준비 기간은 평균 12-24개월 수준에 불과하며, 어학(영어&현지어) 및 과학(Biology, Chemistry, Physics) 등 “입시 전과목을 zoom 으로 강의하는” 전문 커리큘럼으로 11학년 이전에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A-Level 과 AP 등을 수료할 경우에는 국립대학 파운데이션 입학 시 가산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하노이와 호치민 등 동남아시아 전역의 인터내셔널 스쿨 재학생은 국내 일반고교 재학생보다 유리하다. 더구나, 연간 3만불에 육박하던 헝가리 등 기존 메이저 메디컬 유학 프로그램과 달리, 르네상스 핵심으로 손꼽히는 이탈리아는 연간 9천불 수준이면 등록금과 주거비용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의치약대 영어과정을 12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올해로 한국인 10기 신입학을 눈앞에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이탈리아 의치약대는 “이탈리아 내국인 재학생 비율이 70%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학위 장사를 하는 일부 중앙 아시아 및 동유럽 국가의 프로그램과는 그 운영 목표와 졸업생 취업률 등이 매우 큰 차이를 나타낸다.
3년 특례 아니더라도, 유럽 의치약대는 가능해
호치민과 하노이를 비롯, 상당 수의 재외국민이 거주중인 해외 주요 도시에서 만나게 되는 한국인 학부모들의 첫 번째 관심사는 당연히 “특례와 유학”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난 3년에 걸쳐 “코로나19” 때문에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주재원 가족의 국외 거주 이력”은 조금씩 “3년 특례 희망자”에게는 적잖은 시련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3특 전형 기준으로, 최대 4명을 선발하는 순천향 의대와 연세대 원주 의대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14개 의대가 대부분 1-2명 씩을 선발하는 점으로 인해, 12특 자격을 갖추지 못하는 대다수 재외국민 수험생으로서는 “의치약대 진학이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총 38개 의과대학 가운데 21개 대학의 연간 등록금이 모두 1천만원을 상회하고, 가장 저렴한 전남대의 경우에도 의과대학 등록금은 6백만원을 넘어선다.
이에 비해, 이탈리아 국립 의치약대 영어과정의 연간 등록금은 평균 5백만원 수준이며, 그 마저도 만 27세 미만인 지원자는 별도의 장학혜택 신청을 통해 연 평균 3백만원~1천만원 수준의 유학생 장학 혜택을 총 6년 동안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장학 혜택은 “성적 우수 장학금과는 별도로” 책정되며, 최저 이수 학점만 유지하더라도 “서류 평가”만으로 선정하며, 등록금 감면에 더불어 지역에 따라 “기숙사 및 급식” 무료 제공 혜택까지 포함된다. 때문에, 이탈리아와 비슷한 독일 의과대학 등의 학업 환경과 한국인 졸업생 취업 결과 등의 전반적인 “유학 베네핏”을 비교하자면, 헝가리와, 우즈벡, 몽골 등 소위 “헝즈몽”으로 분류되는 지역 의과대학이 “연 평균 2천만원 x 7-10년 (*평균 유급 현실 고려)”에 달하는 유학 비용을 요구하는 것과도 크게 대조적인 분위기다. 그렇다면, 이탈리아를 포함하는 서유럽 선진국은 대체 왜 이렇게 좋은 장학 혜택을 제공하는 것일까?
교육부터 취업까지, G7 선진국이 책임져
미국과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로의 유학이 본격화한 90년대 중반 이전까지, 의대부터 법대에 이르는 국내 명문대 재학생의 장단기 연수 프로그램은 대부분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이탈리아 등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성악과 패션 디자인 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유학 프로그램은 비단 성악가 조수미 등 유명 인사를 제외하더라도, 2천년대 이후에도 다양한 전공 분야를 통해 많은 한국인 유학생에게 “장학 혜택”을 바탕으로 취업까지 모두 허락하는 등, “유학과 취업 이민의 역사”가 깊은 나라가 하나로 모여있는 EU는 이제 “메디컬 유학”으로 그 역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영어권 유학의 고질적인 단점은 “졸업 후, 현지 취업이 어렵다”는 것이지만, 이탈리아를 포함하여 EU 역내에서 배출중인 “유학생 출신 의사 및 치과의사” 등은 100% 에 가까운 취업을 통해 그 가치를 입증한다.
특히, 이탈리아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과 영국 등으로 진출해온 한국인 전공의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졸업자의 15% – 20% 가량은 국내로 유턴하여 “예비시험 – 국시”로 이어지는 관문을 거쳐 국내 수련병원을 통해 전문의 면허를 취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탈리아와 독일 등, 소위 G7 리더 국가로 손꼽히는 이들 유럽 국가는 코로나19 이후로 더욱 심화되는 “(의사와 치과의사 등) 전문직 은퇴자 증가로 인한 전문인력 감소”에 대비하여, 해마다 메디컬 유학생의 EU 역내 취업과 이민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대 정원 확대와 의과대학 신설 등의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유학생 선발 비중은 물론, 유학생 장학혜택 마저도 확대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등, 세계 각지로부터 이민자가 몰려들던 멜팅 팟 (melting pot)은 더 이상 미국이나 캐나다가 아닌, “교육부터 취업까지” 책임지겠다는 유럽 각국으로 그 유명세가 옮겨가는 듯 하다. 특히, 유학생은 등록금부터 “돈이 없으면 다니기 어려운” 북미 지역과는 달리, “공부할 의지와 경쟁할 자세를 갖춘” 학생에게는 오히려 “(유학생에게 조차도) 돈을 내어주는” 이탈리아와 같은 메디컬 유학 천국의 의치약대 영어과정 입학시험은 말 그대로 “또 다른 모습의 재외국민 특별전형”이라 할 수 있는 셈이다.
세계 의치대 랭킹, 이탈리아-독일 보다 높은 곳은 딱 3곳
2023년 기준, THE (*Times Higher Education) 선정한 세계 의과대학 랭킹에 따르면, 이탈리아보다 순위가 높은 국내 의과대학은 연세대, 서울대, 성균관대 등 3곳에 불과하며, 오히려 영어 과정을 개설한 이탈리아 의과대학의 80% 가량은 국내 의과대학 4-8위 범위에 해당하는 등, 영미권 의과대학 다음으로 우수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때문에, “베네핏을 몰라서 응시 안한 사람은 있어도, 알고도 삼수를 포기하는 사람은 없다”는 이탈리아 메디컬 입시는 해마다 그 경쟁률이 치솟는 상황이며, 굳이 입시 과목이 아님에도 “더 나은 임상 실습을 위해 이탈리아어까지 공부한다는” 수험생의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국내 고교졸업자는 (단순 확인 용도로) 수능성적표를 제출해야 하고, 미국 고교 졸업생은 AP 3과목을 합격해야만 지원이 가능할 정도로 지원 자격이 까다로운데 비해, 아시아 전역에 즐비한 (영국계와 미국계 등) 국제학교 재학생의 경우에는 일반 IBDP 또는 IGCSE 수료 조건 만으로도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이하게도 “해외파 n수생” 숫자 또한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이탈리아 메디컬 유학은 “최고 수준의 베네핏으로 인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가운데 “입시 경쟁률과 난이도”가 결코 쉽게 낮추어 볼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국어 논술과 같이 “영어로 고교 과정을 이수하는” 국제학교 재학생은 적어도 11학년부터는 “과학에 집중하는” 커리큘럼을 통해 전체적인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의과대 기말고사의 90% 가량은 영어 구술평가”라는 점은 물론이며, “폭 넓은 임상실습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메디컬 영어 및 메디컬 이탈리아어 (Medical English & Medical Italian)” 학습에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졸업 후, 미국이나 영국 등 영어권 국가로 취업을 희망하거나, 국내로 유턴하여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려는 경우에도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차이 = 임상 실습 경력”이라는 2023 메디컬 취업 트렌드를 잊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초등 의대반에 들어가지 못한” 안타까운 중고생은 물론, 기존의 3특과 12특 수험생 가운데 “다양한 준비가 어려워 의치약수한을 포기하려는” 경우, 논술도 국어도 입시에서 평가하지 않는 이탈리아와 독일 등 EU 메디컬 유학 프로그램이야말로 최고의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필자 소개] 필자 Justin Kim-Braun 은 국내 명덕외국어고와 이탈리아 Medicina e chirurgia, Aldo Moro Universit- di Bari 의과대학 출신으로, 과거 호치민과 캘리포니아 등에서의 6년을 포함, 총 25년에 걸쳐 대학교육 컨설팅과 분자세포생물학 및 해부학 전문 강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현재, 이탈리아와 독일에 상주중으로, 일본 Torray 화학 그룹의 헝가리어 및 이탈리아어 통역 등 EU 권역에서 주요 기업의 정보 수집과 법률 번역 등을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