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가 왕실을 비판해온 망명 학자가 준비 중인 신간을 금서로 지정했다고 연합뉴스가 9일 보도했다.
이날 방콕포스트지에 따르면 태국 경찰은 파빈 차차반퐁푼의 ‘라마 10세:와찌랄롱꼰 국왕 아래의 태국 왕실’을 금서로 지정했다고 지난 7일자 왕실 관보를 통해 밝혔다.
경찰은 책의 표지와 내용이 국왕과 왕비, 후계자 등의 명예를 훼손하고 악의적, 모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국가 안보와 평화, 공공질서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을 수입하는 자는 최대 3년의 징역과 6만밧(223만원)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책을 파기할 권한도 가진다.
태국 출신인 파빈 차차반퐁푼은 현재 일본 교토대 교수로, 학자가 되기 전 태국 외교부에서 13년 근무했다.
대표적인 왕실 비판론자 중 한명인 그는 왕실모독죄로 불리는 태국 형법 112조 개정 등 군주제 개혁을 위한 활동을 했다. 2012년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출간물 등을 통해 태국 문제에 관해 꾸준히 언급해왔다.
태국 형법 112조는 왕실 구성원이나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5월 총선에서는 왕실모독죄 개정을 추진해온 전진당(MFP)이 제1당에 올랐다.
2014년 태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파빈 교수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이후 그는 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해외에서 생활해왔다.
태국 정부는 2017년 파빈 교수를 비롯해 왕실을 비판한 전력이 있는 외신기자, 학자 등을 접촉금지 대상자로 지정하고, 이들과 온라인으로 접촉해도 처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파빈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태국 왕실에 대한 책이 아직 제작 과정에 있음에도 금지됐다”며 “2023년에 학술 서적 금지가 있다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책은 미국 예일대 동남아시아연구회가 동남아 연구 단행본 시리즈의 하나로 10월 펴낼 예정이다.
연합뉴스2023.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