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AI, 어찌 보면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지만 AI를 이해하는데
이보다 더 적절한 설명이 없다면 어떨까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번 편은 거기서부터 시작할까 합니다.
붓다의 깨달음 : 연기론
붓다가 보리수 나무 밑에서 깨달은 세상의 본질은 우주 만물이 여러가지 인연에 의해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일 뿐이고 실체가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박수를 치면 박수 소리가 나죠. 하지만 박수 소리는 사람의 손이 마주 치고 그것이 공기를 진동시켜 나타나는 현상이죠. 그럼 박수 소리는 실체가 있을까요? 박수 소리는 공기의 일시적인 상태 변화로 나타나는 현상이고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만 실체는 없다고 할 수 있죠. 이처럼 나를 포함한 세상 만물은 어떤 관계들에 의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일 뿐 실체가 없다는 것이 붓다의 깨달음이었던 것이죠. 그걸 우리는 연기론이라 합니다.
그럼 붓다의 연기론과 AI는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그 전에 이 둘을 연결하는데 꼭 필요한 한 사람을 먼저 소개해야 합니다. 스티븐 울프럼입니다. 그는 그의 저서 ‘새로운 종류의 과학 (A New Kind of Science)’에서 아주 단순한 프로그램들이 복잡성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입증하면서 우주나 생명과 같은 자연의 복잡성이 매우 간단한 규칙과 조건을 반복하는 단순한 코드들을 통해 나타났을 가능성을 주장하여 큰 파장을 일으킵니다.
그는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수학이 우주의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는 데 꼭 필요하지만 수학만으로는 생명과 같은 우주의 복잡성을 표현할 수 없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죠. 그러다 그는 셀 오토마톤 (Cellular Automaton) 이라는 아주 단순한 규칙을 반복하는 코드들과 그에 따라 출력되는 패턴 결과물들을 정리하던 중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 때까지 단순한 코드는 단순한 결과물만을 만들고 복잡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더 복잡하고 긴 코드들이 필요하다고 여겨졌죠. 그 역시도 이 당연해 보이는 원칙에 별 의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30번째 셀 오토마타의 결과물을 살피던 중 그것이 단순히 반복되는 패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놀란 그는 이렇게 단순 반복되지 않는 다른 셀 오토마타 코드들을 찾기 위해 가장 기초적인 셀 오토마톤 256개를 다양하게 조합하는 프로그램을 짜서 컴퓨터로 돌려보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나타난 결과물들은 그를 놀라게 했죠. 아주 단순한 규칙의 셀 오토마타 몇 개를 조합한 결과물들은 어떤 경우에는 너무 복잡해서 이게 컴퓨터 에러인지를 몇 번씩 확인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더 놀라운 사실은 더 있었죠. 1981년 당시에는 컴퓨터의 성능과 용량의 한계로 규칙들이 반복되는 횟수를 250회로 제한했는데 많은 경우 어떤 패턴이 숨어 있는지 그리고 어떤 복잡한 형태를 띄는지를 가늠할 수 없었고 결국 반복 횟수를 750회에서 1,000회까지 늘리자 지금까지는 파악되지 않던 새로운 형태 구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죠.
스티븐 울프럼은 여기서 그가 지금까지 가졌던 의문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즉 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복잡성이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단순한 규칙과 조건을 반복하는 프로그램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그는 물리학을 포기하고 이것을 밝혀내는데 집중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그의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를 해야 했지만 그 것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없었기에 그 뒤 그는 1991년까지 매서매티카 (Mathmatica) 라는 수학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하게 되고 1991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작업에 착수하여 결국 2002년 자신의 연구를 새로운 종류의 과학이라는 책으로 세상에 알리게 됩니다.
연기론, 셀 오토마타, 그리고 AI
스티븐 울프럼은 이렇게 단순한 규칙과 조건들을 반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창출되는 다양하고 복잡한 패턴들과 형태 구조를 이머전스 (Emergence)라고 이름지었고 셀 오토마타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와 같은 이머전스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서 우주의 생성 원리가 바로 프로그래밍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과학에서 심도있게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죠. 불교의 연기론에서 말하는 우주의 본질, 즉 삼라만상은 여러가지 관계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일 뿐이고 실체가 없다는 것을 스티븐 울프럼의 가설에 대입해 보면 수학은 현상을 표현하고 설명하지만 그 현상들을 만들어내는 관계는 단순한 규칙과 조건을 반복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죠. 그리고 AI는 바로 이 개념, 즉 단순한 규칙과 조건을 반복하는 코드들을 통해서 나타나는 복잡하고 다양한 패턴과 형태 구조, 즉 현상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이 개념을 잘 받아들일 수 있다면 보다 쉽게 AI를 이해할 수 있죠.
생성 AI의 구조
현재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AI는 인간의 언어로 대화하고 이미지와 음악을 만들어내는 생성 AI (Generative AI)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AI는 생성 AI, 특히 이미지 AI를 중심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생성 AI에 대한 설명을 할 때 블랙 박스 (Black box)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가 AI가 처리하는 과정에서 현상이 일어나는 부분은 인간이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붙여진 것입니다.
위의 그림은 이미지 생성 AI에서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디퓨전 (Diffusion) 방식, 좀 더 정확히 레이턴트 디퓨전 (Latent Diffusion) 방식의 AI가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는 그림입니다. 복잡한 것 같지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크게 4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다음 편부터는AI가 어떤 과정을 통해 결과 값을 도출해 내는지를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글쓴이 : 한동준 (DJ Han) 전 Vision Network/Youtheca.com 대표이사, 현재는 3D 아티스트로 활동 중. Williams College에서 경제와 수학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