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끝나면서 본래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의 불모지로 보였던 베트남에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전기차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일반 교민들이나 관광객이 없는 시골지역에서는 이미 어느정도 전기차나, 오토바이가 보급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도시지역은 2023년 빈패스트가 서구권 시장 진출을 하면서 베트남 대도시 시장 전역에서도 전기차 열풍이 본격적으로 부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역방향 시장 확대의 원인은 가정용 전기를 이용하여 전기 충전이 가능한 시골지역에 비해, 도시지역에서는 전기 충전소 설치 등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이 있었던 탓으로 보인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베트남의 전기차 붐을 맞이하여 지금 당장 살 수 있는 전기차와 오토바이는 어떠한 지, 그리고 베트남의 전기차 구매 시 어떤 인센티브가 있는지 등 전기차 구입시 고려해야 할 사안 등을 알아봤다.
VF e34 출시식
베트남 전기차 = ‘빈패스트'(Vinfast)
빈패스트는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베트남 최대 민영 기업 빈(Vin) 그룹의 계열사로 2017년 설립 이후 애국주의 기반 마케팅 및 베트남 정부의 자국 완성차 우대 정책을 통해 단기간에 베트남 대표 완성차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다.
2021년 7월 15일 빈패스트는 가솔린차 주문접수를 중단했다. 지난 1월 내연 자동차 생산 중단을 선언한지 반년 만으로 애초 발표한 전기차 생산 전환 시기보다 4개월 이른 시점이다.
이후 2021년 10월 베트남 국내 최초 생산 및 빈패스트 1호 전기차 VF e34를 출시, 12월 고객 인도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출고가 6억9000만 VND(당시 약 3700만 원)로, 2022년 3월 사전 예약을 통해 12시간만에 4000대 주문접수가 이루어지면서 베트남 자동차 역사상 최단 시간 최다 예약이라는 기록과 함께 빈패스트 전기차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빈패스트 첫 전기차 미국 수출
내연기관차는 더 이상 없다.
2022년 1월 빈패스트는 내연기관 차량 생산시설을 2023년 말까지 모두 폐쇄하고 전기차 생산에 집중할 것을 선언했다. 또한 CES 2022에서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 간 구별을 위해 기존 전기차 모델에 붙이던 문자 ‘e(전기를 의미하는 Electric의 약자)’ 일괄 삭제 결정을 밝히며 전기차 생산 전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2021년 11월 LA 오토쇼에서 선보인 SUV 전기차 VF e35 및 VF e36 2종의 모델명을 VF8 및 VF9로 변경했다. 이후 2022년 7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내연기관 차량 주문접수를 중단하며 내연기관 차량 생산 중단 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빈패스트 공식 성명에 따르면 내연기관 차량 생산 중단 계획 발표 이후 주문 증가로 인해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전기차 생산 전환을 앞당긴 것으로 해석된다. 빈패스트는 2022년 8월 말까지 예약 차량 인도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2022년 말까지 유지 예정이었던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계획보다 4개월 앞당겨 중단했다.빠른 시도를 지난 11월 25일 하이퐁(Hai Phong)에서 빈패스트 SUV 전기차 VF8 모델 미국 수출을 기념하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하이퐁 시 관세총국에 따르면 총 999대가 하이퐁 MPC항을 통해 출발했다. 이번 수출은 빈패스트 전기차 최초 미국 수출뿐만 아니라 베트남 토종 완성차-전기차 업체 최초 미국 수출이라는 의미가 있다.
빈패스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정부와 공장설립 서명식 사진
시장 공략을 넘어 현지 생산 추진
빈패스트수출을 시작한후 노스캐롤라이나주 공장 건설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계획을 밝혔다. 지난 7월 캘리포니아주 6개 쇼룸 오픈을 기점으로 전기차 모델 홍보 및 체험 서비스를 제공 중으로 단순 시장 공략을 넘어 현지 생산을 통해 생산 및 운송 비용 절감을 시도한다는 해석이다.
빈패스트는 2022년 3월 29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정부와 전기차 생산 공장 건설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건설비용 약 20억 달러, 총 투자 규모 65억 달러의 대규모 사업으로 초기 연간 생산량 목표는 15만 대로 설정했다. 2024년 완공 및 가동 계획이며 해당 공장에서는 7인승 SUV VF9 및 5인승 SUV VF8이 생산될 예정이다.
왜 빈패스트는 해외시장에 목을 맬까?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및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3개 지역에 지역본부를 설립했다. 내수시장 공략 이후 해외시장을 노리는 여타 기업과 달리 빈패스트는 해외시장에 선제적으로 도전한다. 수요가 제한된 내수시장보다 전기차 수요가 큰 북미-유럽 지역을 우선으로 사업을 전개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내수시장 확보가 우선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빈패스트에 있어 이러한 해외시장 개척은 필수적이다. The Diplomat에 따르면 빈패스트가 동남아 이외 시장 개척에 나서는 이유는 결국 수요 문제라는 분석이다. 인구 1억이라는 잠재적 소비자층 덕분에 베트남 전기차 시장의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고는 있으나 유럽 및 미국 시장과 베트남 내수시장의 크기는 아직까지 비교하기 어려운 규모이다.
The Diplomat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은 쉽지 않다. 동남아시아 전기차 생산 시장에서는 태국이 구축된 인프라 및 시장 규모를 바탕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수요 확대로 인한 급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베트남 내수시장은 아직까지도 내연기관 및 전기 자동차 수요보다 원동기 수요가 더 큰 상황으로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전기차 인프라 보급을 통한 수요 확대가 가장 큰 쟁점이다.
생산 측면에서도 규모가 작다. Statista에 따르면 아시아 시장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약 380만 대로 이 중 대부분은 GM, BMW 등과 기술 협력 중인 중국 제조사 혹은 테슬라와 같은 북미 제조사 차량이었다. 빈패스트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 제조사들은 기타로 분류되어 아시아 전기차 생산 시장 점유율 주요 10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2022년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48만 8000대보다 37% 증가한 수치인 67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수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AutoPacific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2024년까지 100만 대, 2026년까지 20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빈패스트는 수요가 적은 베트남 내수시장이 성장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성장 잠재력이 큰 북미 및 유럽 시장으로 진출해 해외시장부터 개척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