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정말 힘든 운동입니다.
우리가 취미로 즐기는 많은 것 중에 가장 힘든 것 2가지를 꼽는다면, 저는 바둑과 골프를 내세웁니다. 이 두 가지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첫째 공통점은 입문 과정이 길다는 것입니다.
바둑은 기본 게임룰을 이해하는 데만 해도 상당한 기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바둑을 배운다고 바둑판을 마주하다가 오목이나 돌치기 놀이나 하다 마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바둑 게임 자체를 이해하는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바둑을 제대로 알려면 적어도 한 6개월은 배워야 비로소 가장 초보 급수인 18급이라도 되어 정식 게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둑 실력의 발전 속도도 상당히 늦습니다. 하지만 한번 빠지면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골프 역시 진입장벽이 높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초기 몇 개월은 기본 스윙을 익혀야만 필드행이 가능해집니다. 그 필드행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라운드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 라운드를 지칭하는 말로 ‘머리를 올린다’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그 전에 연습은 그저 라운드를 하기위한 준비 과정인데, 그 준비 과정이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기다란 작대기 끝에 달린 쇠뭉치로 작은 공을 때려서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 골프 스윙인데, 기본적으로 그 스윙에 익숙해지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지금도 연습장에 가보면 스윙의 기본기를 익혔다고 생각되는 골퍼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채를 던지라는데 몸만 흔들고 마는 골퍼들이 절반은 되는 듯합니다. 꼬리는 흔들라는데 몸을 돌리는 강아지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자칫하다가는 시작은 했지만 정작 필드에는 나가보지도 못하고, 혹은 한두 번 나갔다고 가진 공을 전부 잃어버리고 좌절한 후에 공을 찾을 필요 없는 스크린 골프장만 전전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골프 입문은 정말 용이한 일이 아닙니다.
골프 역시 진입자체가 어려운만큼 일단 진입을 하면 다시 빠져 나가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골프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매력이 담겨져있는 운동이라 그 중독성이 커서 한번 시작하면 여건이 나빠지지 않는 한 그만둔다는 것 또한 어려운 일입니다.
대부분 골퍼가 골프를 접는 이유는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외부의 요인으로 인해 시간을 내기 힘들어지거나, 경제적인 여유가 사라지거나,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의로 골프를 그만두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런 마성을 가진 골프에 제가 반항을 한 적이 있습니다.
60대 초입에서 한 6년 정도 골프를 접은 기간이 이었습니다. 드라이버 거리가 줄어들어 재미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골프채를 놓고 지낸 적이 있었는데, 참으로 오만한 생각이었습니다. 골프를 대하는 자세가 잘못된 것이었죠. 농부가 가뭄이 들었다고 농사를 접은 것과 다를 바 없이 오만불손한 결정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주변 지인들의 권유로 다시 돌아와 골프를 즐기고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골프를 그만 두었던 그 기간,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참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 때 느낀 한 가지는 분명히 기억합니다. 골프와 인연을 끊고 살던 그 시절에는 전반적으로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웃을 일도 없었고, 흥미로운 일도 없었습니다. 회사와 집을 맴도는 심심한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았지요. 여행을 갈 이유가 별로 없었고, 간다고 해도 함께 갈 친구도 없었지요.
30년이 넘도록 골프에 빠져 살던 진성 골퍼가 골프장을 떠나면 인적 교류의 절반은 사라져버립니다. 모든 골프 친구와의 정기적 교류가 사라지고 인적 교류는 사업적 만남만 남게 됩니다.
더구나 베트남이라는 곳이 좀 묘한 곳이라 이곳에서 만난 인연은 만남의 공유점이 사라지면 남남으로 돌아서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좋아서, 마음이 동해서 함께 하는 진정한 친구를 사귀기에는 적당한 환경을 지닌 곳이 아닙니다. 아마도 이국에서 나이가 차서 만나는 인연이라 마음을 열고 접근하기 힘든 탓인 모양입니다. 결국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기 힘듭니다. 베트남을 떠나서 특별한 일이 없음에도 만남을 이어가는 인연이 있다면 정말 귀한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실용적 교류의 특성을 가진 베트남이라는 곳에서 골프라는 공유점을 갖고 함께 즐기다가 그 공유점인 골프를 그만두니 대부분의 교류가 자연스럽게 끊어집니다. 가끔 우연히 만난다 해도 별다른 공통의 화제가 없으니 만남 자체가 서먹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렇게 골프에 손을 놓고 있던 5-6년 동안은 무슨 재미로 살았는지 스스로 궁금할 지경입니다. 우울증에 빠지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어쩌면 우울증에 빠진 채로 살고 있었는데, 지나고 나면 과거는 미화된다고, 그 우울증의 시간을 잊고 있는 것인 줄도 모릅니다.
이런 일을 돌아보며 느끼는 점, 골프는 그만두는 것보다 열심히 즐기는 것이 이점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골프 비용이 절대 가볍지 않지만 그래도 한국보다는 저렴하니 다행입니다.
골프를 즐기면, 우선 친구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며 생활에 생기가 돕니다. 푸른 그린이 펼쳐진 골프장에서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자연 속을 걷다 보면 일상에서 얻는 스트레스는 자연히 소멸됩니다. 또한 가끔 골프 여행이라도 떠날 기회가 생깁니다. 그런 여행을 통해 지리한 일상에 바람을 넣어줄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의 바로미타를 차고 다닌다는 것입니다.
골프를 치지 못할 정도가 되면 건강이 심각한 이상이 생긴 것입니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골프를 즐기고 있다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골프를 즐기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제 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