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통업계가 신성장 동력을 위한 진출국으로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다고 아시아타임즈지가 19일 보도했다.
한국에선 인구 감소 등의 요인으로 성장성에 한계가 있지만, 베트남은 인구 1억명에 달하는 큰 시장인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해 현지 시장 강화에 돌입했다. 이를 넘어 글로벌 진출 거점 지역으로도 삼겠다는 복안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작년 8%대, 올해도 7%대를 기록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약 1억명에 달하는 인구에다 중위 연령은 33세에 불과할 정도로 젊은 소비층이 두터운 시장이다. 그만큼 소비시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국내 식품기업은 물론 백화점, 대형마트 등 채널사까지 현지 시장 선점을 위해 출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롯데쇼핑이 베트남에서 오프라인 소비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8월 베트남 하노이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오픈, 이에 맞춰 같은 시기 롯데마트도 ‘베트남 하노이 웨스트레이크점’을 신규 오픈한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전체 면적 35만3700㎡(약 10만 7000평)에 달하는 초대형 복합 테마 쇼핑몰이다. 이미 하노이와 호찌민에서 백화점 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신규 점포까지 포함하면 3개의 백화점을 운영하게 된다.
롯데마트의 경우 연내 베트남 내 매장 수를 기존 15개에서 17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08년 12월 호찌민 남사이공점 개점을 시작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지난해 7월 중북부 빈(Vinh)시에 15호점을 오픈했다.
롯데는 ‘탈중국’의 일환으로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앞서 롯데는 중국 현지에서 백화점 6곳과 마트 100여곳을 운영했지만 사드 보복 여파로 현지 롯데마트 대부분 매장의 영업이 정지되는 등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실적에 직격탄을 입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마지막 1곳으로 남은 롯데백화점 청두점까지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국 사업을 완전히 정리하게 됐다.
편의점 GS25는 지난 2021년에 베트남 가맹1호점을 오픈한 뒤로 베트남 현지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25는 2018년 1월 베트남에 직영점으로 첫 점포를 개점하고, 2021년에 베트남 GS25의 현지 일반인 대상 가맹 1호점을 오픈한 것이다. 본격적인 가맹 사업에 지난해 매장 수는 300개에 달하며, 오는 2029년까지 1000개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식품기업 중에서는 CJ제일제당이 베트남을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2월 베트남 롱안성 껀죽현에 키즈나 공장을 준공했다. 만두, 가공밥, 김치, K-소스 등 4대 품목을 생산하는 키즈나 공장은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생산→글로벌 수출(G2G)’ 모델이 적용된 첫 해외 제조 기지다.
그동안 ‘국내 생산에서 해외 수출’, ‘해외 현지 생산 및 현지 판매’가 주를 이뤘으나, 키즈나 공장에서는 주력 제품을 베트남에서 생산해 곧바로 다른 해외 인접 국가로 공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키즈나 공장에 설계 과정부터 할랄 전용 생산동을 마련했다.
키즈나 공장은 베트남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연합(EU), 호주 등에 수출을 활발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키즈나 공장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을 2025년까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확대하고, 올해부터는 베트남에서 생산한 김치를 해외 인접국가인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공급한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는 베트남에서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1위를 지키고 있다.
오리온은 베트남 법인이 2005년 설립 이래 최초로 지난해 연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다. 생감자스낵, 파이류 등 전 제품의 매출 성장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리온은 판매량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하노이 공장에 생산동을 신축하고 호치민 공장을 증축할 계획이며, 제 3공장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2개 공장의 가동률은 지난해 11월 기준 120%에 이른다.
오리온은 “향후 신규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보다 안정적인 고성장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생산기반 확충과 시장 확대를 통해 고성장세를 이어감으로써, 베트남 법인이 그룹의 성장을 주도하는 중심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베트남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K팝, K-콘텐츠 등 한류 열풍도 불고 있는 만큼 현지인 공략을 통해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타임즈 2023.05.19